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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지아 CIMB증권 내달께 한국 철수가닥..지나친 수수료 출혈 경쟁 등 국내 자본시장의 열악한 환경에외국계 IB 탈출 '러쉬"한국 시장 미련 없다" '

Bonjour Kwon 2018. 3. 17. 01:42

2016-05-26

말레이시아계 증권사인 CIMB증권이 이르면 내달중 한국에서 철수할 전망이다. 한국지점의 모(母) 법인인 CIMB 홍콩법인이 중국 금융사에 넘어가게 되면서 성장성 없는 한국 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나친 수수료 출혈 경쟁 등 국내 자본시장의 열악한 환경이 외국계 증권사들을 국내 시장에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IMB 국내 시장 철수 '가닥'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CIMB증권 본사의 홍콩지점은 최근 중국계 금융회사에 홍콩지점을 매각키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CIMB증권 홍콩법인 소속으로 돼있는 한국 지점은 조만간 철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CIMB 한국지점이 수년째 적자를 내온데다 한국 시장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분위기여서 내달께 곧바로 구조조정에 나설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CIMB증권은 2013년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했으나 이렇다 할 사업 기반을 만들지 못하면서 수년째 적자가 지속돼 왔다. 홍콩 법인에서 매년 수십억원 가량 영업기금을 지원해 자본금 규모를 한때 300억원 가량까지 늘렸으나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자본금을 대부분 까먹었다. IB본부의 경우 지난해 흥행할 것으로 예상했던 대우로직스틱스와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등 자문사를 따내기도 했으나 딜이 실패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자본잠식에 빠지자 올해 3월 자본금을 175억원에서 110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단행한 바 있다.

 

◆외국계 증권사 "한국 시장 미련 없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짐을 싸거나 투자를 줄이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영국계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증권도 최근 국내 시장 철수를 결정했으며 RBS증권 한국지점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BNP파리바증권의 경우 지난 달 주식 위탁 운용 부문 인력 전체를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이외에 맥쿼리증권은 IB인력을 지난해 대부분 없앴고 골드만삭스 UBS 등은 증권 면허만 남기고 은행 면허는 금융당국에 자진 반납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증권사 입장에서는 성장성이 없는 시장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이미 투자한 비용을 포기하고서라도 수지가 맞는 쪽을 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자본 시장의 후진적 관행도 이같은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무리하게 수수료를 깎는 출혈 경쟁이 가장 고질적인 문제"라며 "외국계가 당장 떠나면 경쟁사는 줄 지 몰라도 한국 자본시장 자체의 평판이나 매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가 줄어들면 외국 회사의 국내 투자나 고용 창출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