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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기업투자금융(CIB)시장서 한판승부.대출규제로 리테일수익악화. 인수금융,해외인프라등 새수익원 발굴숙제.

Bonjour Kwon 2018. 4. 20. 07:53

2018.04.20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금융지주 본점 전경.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기업투자금융(CIB)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태세다. 올해 1월 말 다주택자의 대출을 대폭 조이는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된 데 이어 금융당국이 대출과 관련해 고강도 직접 규제 카드를 꺼내서다. 그만큼 가계대출이 줄어들면서 금융권이 CIB부문으로 화력을 옮기는 모양새다. 당국의 대출 규제로 리테일부문 수익 악화가 예상되면서 인수금융, 해외 인프라 투자 등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대출 규제로 새수익원 발굴 숙제

 

금융지주들은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주요 계열사의 자산을 통합해 운영하면서 국내외 인프라(기반시설)에 투자하거나 인수금융 등에 나서는 등 CIB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CIB란 일반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을 합친 개념으로 기업금융과 IB업무를 연계하는 업무를 말한다. 보통 은행 내부의 기업금융 관련 부서나 증권 등 계열사들의 IB조직을 연계해 지주사가 통합 운영한다. CIB 부서는 그간 쌓아온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수·합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항공기를 비롯한 특화 금융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런 금융지주사의 움직임은 신DTI도입에 따라 가계대출 부문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금융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것이다.

 

올 초 금융위원회는 신DTI 시행 안건을 의결했다. 시중은행에 신DTI가 적용됨에 따라 두 번째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 주택대출의 이자만 반영해 계산했던 방식과 달리 기존 주택대출의 원리금을 모두 반영한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 자료를 기준으로 1인당 평균 대출 금액이 2억5800만원에서 2억2700만원으로 3100만원(12.1%)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추가적인 대출 규제를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의 위험 가중치(RW)를 높여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BIS) 비율을 산정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주담대의 RW 상향이 현실화되면 BIS 비율이 하락해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이 악화된다고 금융사들은 우려한다.

 

또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 비율) 계산식에서 가계대출에 120%수준의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수익성 훼손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당국 기준치(100%)를 겨우 충족하는 99~101% 수준이다. 때문에 단기간 예금 유치를 하려다 금리 경쟁이 격화돼 결국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예상된다.

 

◆계열사 협업 강화한 CIB조직 신설

 

금융지주사들은 대출부문의 수익 악화에 대응해 CIB부문을 강화하는 차원의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KB금융지주는 작년말 ‘자본시장부문’을 신설한데 이어 올 상반기 중 이 부문 산하에 그룹 통합 트레이딩센터도 설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유자산 운용 현황 점검, 투자수익 관리 등을 총괄한다. KB금융은 이미 지주사와 KB국민은행, KB증권 등 3사의 협업체계인 CIB부문을 2년째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 KKR과 LS그룹의 LS오토모티브 및 LS엠트론 동박·박막 사업부 영업양수도 거래에서 KB국민은행이 대표 금융주선 기관으로 총 718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주선한 것은 KB금융의 CIB협업체계를 잘 보여주는 예다. 이 자금조달에는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공동주선 기관으로 참여했으며 론펀드, 보험사, 외국계은행 등 총 15개 기관도동참했다.

 

이중 론펀드는 2015년 국민은행이 앵커투자자로 나서며 KB생명·KB손보 등 KB금융 계열사가 2150억원을 투자해 조성된 인수금융 펀드다. KB자산운용이 펀드 운영을 맡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LS그룹의 주금납입에 필요한 자금을 브릿지론 형태로 주선하며 인수금융 주선이 성사되도록 뒷받침했다. 이번 인수금융 주선에 국민은행을 넘어 KB금융 전 계열사가 사실상 동참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한 오보열 KB금융 CIB고객그룹 대표는 “이번 사례는 KB금융그룹의 CIB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인수금융 분야에서 리딩뱅크임을 보여줬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사 IB 조직을 일원화하는 매트릭스 추진체계를 지향하는 것과 달리 관계사의 자율성을 고려한 CIB 협의체 방식을 채택했다. 이 CIB모델은 올해 상반기 NH-Amundi(아문디) 자산운용에 조성한 3000억원에 달하는 NH인프라펀드를 적극 활용한다. 인프라펀드가 지분투자로 버팀목 역할을 하면 NH농협은행 또는 NH투자증권이 외부투자자 모집 등의 금융주선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안정적 배당과 주선수수료 수입을 확보한다. 이를 통해 올해 국내외 인프라자산 시장에 본격 진출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KEB하나은행 IB사업단장이 하나금융투자 IB그룹장을 겸직하는 구조다.은행내 투자은행(IB)사업단과 협업으로 Global IB Desk 신설을 통해 글로벌 IB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에 뉴욕에 Global IB Desk 신설하고 향후 런던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 ‘그룹 투자운용사업 부문’을 신설했다. 여기서 신한은행과 신한생명, 신한금융투자 3개 회사 고유자산 약 46조원의 운용 전략을 편다. 각 사에서 베테랑 펀드매니저 80여명을 투입하고 업무지원조직과 하우스애널리스트 등 인력을 확충해 150명 수준으로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올 초 뉴욕·런던·시드니·싱가포르 지점에 현지 투자건을 발굴하는 글로벌IB데스크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인수금융 사업의 지평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했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MBK파트너스의 이랜드 모던하우스 인수와 모건스탠리 PE(프라이빗에쿼티)의 이노션 지분 인수, 넥센타이어 체코 공장 신축자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 대출뿐 아니라 자금 조달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 주선까지 맡아 이자수익과 함께 주선수수료도 확보했다.

 

우리은행은 또 국내외 투자은행(IB) 자산 확대와 이종산업 투자 및 제휴 활성화를 통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동성 자금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가계대출 확대나 대출금리 인상 등은 정부의 규제로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기업투자금융쪽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금융권의 CIB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