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양판점,대형슈퍼/신세계 -스타필드.노브랜드

"경험을 팝니다" 판교현대百 역발상 통했다.개점 1천일…7740만명 방문. 매출8천억 돌파…수도권최대규모매장에 강남급 명품브랜드입점

Bonjour Kwon 2018. 5. 17. 07:03

 

2018.05.16

 

2020년 매출 1조 달성 목표

# 이탈리아 하이주얼리 브랜드 '불가리'의 글로벌 브랜딩 전략을 총괄하는 고위 임원이 이달 초 현대백화점 판교점 1층을 찾았다. 백화점 구석구석은 물론 주변 환경까지 둘러보고 돌아갔다. 국내 백화점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판교점 명품군 매출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자 입점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까르띠에, 몽블랑 등 명품 시계와 보석을 전문으로 하는 리치몬트그룹 아시아·태평양 사장과 고위 임원도 지난해부터 수차례 판교점을 방문하면서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정지선 회장의 '통 큰 결단'으로 백화점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2015년 8월 문을 열어 16일 개점 1000일을 맞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누적 방문객 7740만명을 기록했다. 수도권 인구가 세 번은 방문한 수치다. 축구장 2배 규모 식품관에 국내외 맛집이 총동원됐고, 어린이책 미술관 등 문화 콘텐츠까지 갖춰 원정 쇼핑객까지 불러 모은 덕분이다. 기존 핵심 상권(성남·용인) 외에도 10㎞ 이상 떨어진 안양·의왕·수원(광교)·여주·이천 등 광역상권에서 판교점을 찾으며 광역상권 매출 비중이 개점한 2015년 38.6%에서 올해(1~4월) 51.8%로 껑충 뛰었다. 백화점업계 최단기간인 5년 만에 매출 1조원 달성이 기대된다. 지난해 매출 8000억원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두 자릿수 성장세다.

 

하지만 그 시작은 불안했다. 판교점이 속한 알파돔시티는 2008년 사업 시작 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사업비를 댈 만한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업 주체였던 알파돔시티는 2010년 진행하던 롯데백화점과의 용지 매매 협상이 결렬된 후 현대백화점에 매입 의사를 타진했는데, 현대백화점그룹은 인수 제안을 받은 지 2개월도 되지 않아 1조원에 육박하는 투자가 필요한 계약을 결정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 회장이 사업성 검토부터 복합쇼핑몰 콘셉트 구상까지 적극 관여한 덕분이었다.

 

판교점이 탄생한 2015년은 온라인쇼핑몰과 대형마트 공세로 백화점업계에 먹구름이 끼던 때라 판교점은 역발상 접근법으로 이후 백화점업계 트렌드를 선도했다.

 

우선 국내 최대 규모 백화점 식품관으로 주목을 받았다. 축구장 2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1만3860㎡ 면적에 국내외 유명 맛집 150여 개를 모았다. 조연급에서 주연으로 달라진 식품관 위상은 이후 오픈하는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아웃렛, 마트도 차별된 식품 콘텐츠 확보에 혈안이 되게 했다.

 

상품이 아니라 경험을 판 것도 경쟁력을 높였다. 판교점 '플레이울' 매장에서는 매일 세 번 뜨개질 수업이 열리고, 가죽공방인 '토글'에서는 반제품을 사서 자신만의 가죽지갑을 만드는 강좌가 진행된다. 조향이나 한지공예, 꽃꽂이를 배우는 가게와 직접 빵을 만들어 가는 빵집, 자전거를 튜닝해 보는 매장도 있다. 대규모 체험 매장만 무려 21개다. 배우면서 만난 고객들은 스스로 커뮤니티를 꾸렸고 결과적으로 주 1회 이상 방문하는 고객이 30% 이상 늘었다.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문화 콘텐츠도 차별화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 누적 방문객은 50만명을 돌파했다. 기업이 설립해 운영하는 첫 번째 상설 어린이책 미술관이다. 연면적 2736㎡에 그림책 5000여 권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어린이 미술교육도 진행한다. 만약 의류나 패션 매장 50개를 채웠다면 연매출 250억원은 거뜬했을 공간을 포기하고 가족 공간으로 열어준 역발상이 참신했다. 수도권 최대 규모 문화센터(1590㎡)에 학기당 1300여 개 강좌를 진행하고, 지역 최초 4D·3D 영화관으로 수도권 최대 문화 콘텐츠 클러스터로 자리 잡았다.

 

고객이 커뮤니티를 형성하자 역설적으로 매출도 따라왔다. 판교점은 20~40대 구매 고객 비중이 60%로, 일반적인 백화점(45%)보다 높은 젊은 백화점이다. 소득수준이 높은 이들이 누릴 만한 럭셔리 브랜드도 29개나 돼 서울 강남 수준이다. 특히 까르띠에, 티파니, 예거르쿨트르, 파네라이 등 브랜드는 경기 남부권에서 판교점에만 들어왔다. 판교점 명품 브랜드 신장률은 지난해 31.8%에 달하고 올 4월까지 35.7%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판교점은 30·40대 고객의 명품 매출 비중이 66%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평균(5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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