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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고유가에 제조업 휘청…`스몰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 생산자물가지수 104.13

Bonjour Kwon 2018. 5. 23. 07:16

 

2018.05.22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와중에 국제 유가 인상으로 생산자물가가 오르면서 '스몰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지금은 소비자물가가 낮은 수준이고 생산자물가만 뛰고 있다는 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범위가 제한적인 스몰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근접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특히 제조업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라는 추가 비용 부담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브렌트유·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지난 18일 기준)은 작년 말 대비 17.4% 급등했다. 시장 예상보다 무려 10달러나 오름폭이 크다. WTI는 2014년 11월 말 이후 최고가인 배럴당 72.24달러를 찍었으며, 브렌트유도 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배럴당 80달러 선(79.22달러)에 근접했다.

 

이 같은 여파는 생산자물가에 반영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달 대비 0.1% 상승한 104.13을 기록했다. 2014년 11월 104.13을 기록한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작년 같은 달 대비로는 1.6% 올라 2016년 11월부터 18개월 연속 상승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지표다. 특히 지난달 우리나라의 석탄 및 석유제품 지수는 전월보다 3.1%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 인상 때문에 4월 생산자물가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가 상승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산유국인 이란·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유가가 뛰는 것인데, 단기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견인한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한국 경제가 스몰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용절벽, 수출 둔화, 투자 위축 등 실물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생산자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또 생산자물가 인상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김경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가 상승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오르면 이것이 인플레이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 경제가 스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고용 등 경기지표가 생각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석유 소비가 많은 여름에 유가가 더 올라 소비자물가도 오르면 내수 체감경기를 가라앉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적인 유가 상승으로 주요국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 실제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데 한국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한미 간 금리 차이 때문에 자본 유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 같은 제조업 중심 경제는 유가 인상이 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생산·고용·수출지표로 볼 때 성장세가 약해졌고 앞으로 더 약해질 텐데, 유가가 상승하면 국내 물가가 급등하게 된다"며 "이는 내수, 특히 소비와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WTI 평균 가격인 53.9달러 기준에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9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에도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악재라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국제 유가가 상승해 석유 정제와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이것은 '래깅 효과(lagging effect)'에 따른 단기적인 효과에 불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래깅 효과는 원유를 수입하는 시점의 가격보다 정제해 내다 팔 때 원유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가격 차익이 발생해 수익이 커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 <용어 설명>

 

▷ 스몰 스태그플레이션(small stagflation) :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는 '완전한(full) 스태그플레이션'에 비해 범위가 제한적이고 사전적 단계의 스태그플레이션을 뜻한다.

 

[윤원섭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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