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위기의 中 일대일로…아시아서 잇따라 좌초.스리랑카·말레이·네팔 등 수익 악화, 주권 침해 우려 `중국 자본 지우기` 나서

Bonjour Kwon 2018. 6. 4. 07:22

 

201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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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패권 확보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인 '일대일로'가 세계 각지에서 좌초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아시아 여러 나라가 중국 측 제안을 받아 시행한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빚만 떠안게 돼 골칫거리로 전락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경제·안보 주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면서 일대일로에 대한 거부감도 강해지고 있다.

 

일대일로의 해상 실크로드 핵심 거점 국가인 스리랑카 정부는 최근 부채 증가에 따른 투자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남부 함반토타 항만의 지분 85%와 1999년 운영권을 중국에 넘겼지만 최근 항구 이용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0년 완공된 이 항만은 개항 이후 줄곧 적자를 냈고 현재도 하루 한 척 정도 선박이 정박하는 수준이다. 통신은 현지 주민들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정부가 중국 사업에 편승하려다 오히려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간 갈등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2일 양국 간 FTA 협상에서 스리랑카가 요구한 '10년 후 협정 재심의 조항'에 중국이 동의하지 않음에 따라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스리랑카는 중국 투자가 정부 부채 증가와 안보 주권 침해를 가져왔다는 우려를 반영해 자국 기업에 손실이 날 경우를 고려해 10년 후 협정을 재심사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측은 협정의 안정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지난달 취임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 주도하에 중국이 투자한 인프라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전임 나집 라작 총리 시절 중국이 투자한 여러 인프라 프로젝트로 중국인 노동자가 많이 유입된 반면 말레이시아 중소기업이 퇴출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달 27일 북부 태국 쪽 국경에서 남부 믈라카 해협의 클랑항구까지 이어지는 총 688㎞의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에 대해 "말레이시아 주권을 중국에 저당 잡히는 꼴"이라며 다시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사업은 중국 윈난성 쿤밍 철도를 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를 지나 전략적 요충지인 믈라카 해협까지 확장하는 프로젝트로, 중국이 이를 완공한다면 동남아의 육·해상 운송망을 일거에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시공은 중국교통건설이 맡았으며 중국수출입은행이 550억링깃(약 15조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85%를 빌려주기로 했다. 중국 투자에 줄곧 비판적이었던 마하티르 총리였기에 사업을 재개하더라도 중국 입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건이 대폭 손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중립 노선을 걷고 있는 네팔도 최근 중국 자본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네팔 정부는 지난달 29일 중국 싼샤그룹에 건설을 맡겼던 수력발전소 사업을 회수해 자국이 직접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싼샤그룹은 16억달러를 들여 2022년까지 네팔 서부 세티강 상류에 750㎿ 규모 수력발전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네팔은 지난해 11월에도 중국 기업이 25억달러를 투입해 부디 간다키에 지으려던 1200㎿ 규모 수력발전소 계획을 취소시킨 바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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