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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전성시대…부동산 등 ‘뭉칫돈’ 몰리며 인기몰이. 자산가의 전유물, 잘나가는 헤지펀드

Bonjour Kwon 2018. 7. 16. 07:51

 

2018/07/16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성장세가 뜨겁다. 2016년 9월 처음으로 공모펀드의 설정액 규모를 추월한 사모펀드는 이후 그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사모펀드는 운용에 대한 규제가 공모펀드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어서 시장 환경에 따라 기민하게 펀드를 설정해 운용할 수 있다것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전문사모운용사가 증가하는 등 차별화된 운용전략과 높은 수익률은 당분간 사모펀드의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올 하반기에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를 돌파할 다양한 운용전략을 갖춘 사모펀드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사모펀드의 경우 펀드 운용 관련 정보가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308조6653억원으로 공모펀드(232조3378억원)보다 76조원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모펀드 설정액 규모는 지난 2016년 9월 처음으로 공모펀드를 앞섰다. 이후 사모펀드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진 반면 공모펀드는 2016년, 2017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사모펀드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2016년 30조411억원이던 격차는 2017년 74조7538억원, 올 상반기 76조3275억원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주로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 중심의 투자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이들이 선호하는 부동산형, 특별자산형, 혼합자산형의 설정액 증가가 두드러졌다. 부동산형은 2015년말 기준 33조9786억원에서 올 상반기 64조6404억원으로 늘어 해당 기간 동안 30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렸다. 같은 기간 특별자산형도 36조6803억원에서 61조2494억원까지 설정액 규모가 증가했다.

 

특히 2015년부터 통계정보가 제공돼온 혼합자산형의 경우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확대와 전문사모운용사 증가 등으로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5년 2조2198억원 불과했던 혼합자산형은 올 상반기 19조6760억원 규모로 폭증했다.

 

사모펀드가 펀드 투자의 대세로 떠오른 건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공모펀드는 펀드 규모의 10% 이상을 한 주식에 투자할 수 없고, 주식 외 채권 등 유가증권에도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는 등의 제한이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이익이 발생할 만한 어떠한 투자 대상에도 투자할 수 있다. 최근 국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통한 수익 추구 요구가 많아진 것도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모펀드가 유리한 배경이다.

 

정부와 당국의 투자 활성화 정책도 사모펀드 시장이 커지는 이유다. 2015년 10월부터 시행된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은 인가 요건 완화를 통해 실력 있는 전문사모운용사가 다수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사모운용사의 증가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재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사모펀드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 글로벌 무역분쟁, 신흥국 경제 펀더멘탈 우려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이런 때 일수록 다양한 운용전략과 기민한 움직임이 가능한 사모펀드가 강점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연구원은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대부분 각각의 차별화된 운용전략을 개발해 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목적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면서도 “사모펀드의 경우 펀드 운용관련 정보가 공모 펀드에 비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전문가의 도움이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류범열 기자

Ryu4813@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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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의 전유물, 잘나가는 헤지펀드

2018.07.16

최근 한 지점 창구에서 직접 들은 얘기다. “요즘 공모펀드를 누가 드나요? 혹시 1억 이상 있으시면 사모펀드는 추천할 것 많아요.” 코스닥벤처펀드에 가입할 때도 “공모형은 재미 없을 거예요. 하실 거면 사모로 하세요.”

 

요즘 펀드 가입자는 사모펀드로 몰린다. 그중에서도 특히 헤지펀드가 ‘핫’하긴 한데, 그 외 다른 사모펀드도 뜨겁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인기로 인해 상반기 혼합자산형펀드는 작년말 대비 67.7%(8조원) 증가해 1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사모펀드 전체로 보면, 22조916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국내 혼합자산형이 5조3950억원, 국내 주식형이 2조1710억원, 부동산이 2조4990억원 늘었다. 해외 특별자산, 부동산도 각각 5조2080억원, 4조3240억원 증가했다.

 

공모형도 늘긴 했는데(21조1190억원), 국내 MMF 증가폭이 15조3320억원에 달했다. 이는 즉 대부분은 부동자금이란 뜻이다. 국내 주식형은 고작 990억원 증가했다. 사모의 압도적 승리다.

 

사모펀드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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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는 일단 투자자가 49인 이하라는 이유만으로 공모에 비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상반기 10%대 수익률을 낸 한 헤지펀드 운용사를 만났더니 “상반기엔 좋아 보이는 종목이 별로 없어서, 스튜디오드래곤, 카페24만 왕창 샀다”고 했다. 공모펀드라면 할 수 없었던 판단이다. 공모 펀드는 벤치마크지수보다 조금 나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이니까.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는 30대 ‘용대리’(용감한 대리 매니저, 공격적으로 운용한다는 의미)에게 전권을 맡기고, 40~50대 임원은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젊은 감각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도 똑같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최근 기술주 열풍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헤지펀드로 뜨고 있는 BNK자산운용은 매니저들끼리 반말을 한다고 한다. 편하게 소통해야 좋은 종목을 서로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사모펀드는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는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곳은 당연히 성적이 좋은 펀드일 것이다. 잘된 놈만 공개하고 있어서 사모펀드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모펀드는 비교당하기 쉬워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는 데다 규제 또한 많다. 젊고 실력 있는 매니저는 뛰쳐나와 전문운용사를 차린다. 돈많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사모펀드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 이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공모펀드는 점점 버려지는 느낌이다. 사모펀드 재간접펀드가 많이 나오는 게 답이라면 답일까.

 

[안재만 기자 hoonp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