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3
[종부세 개편안 윤곽]
1990년 치솟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일본 정부는 대출 규제와 보유세 인상 등 규제를 쏟아부었다. '부동산 융자 총량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자금을 묶었고, '지가세(地價稅)'를 신설해 매년 토지 가격의 0.3%를 세금으로 걷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재산세에 해당하는 '고정자산세'의 산정 기준을 대폭 끌어올리는 대책도 나왔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은 1991년부터 꺼지기 시작했고, 뒤늦게 날아온 세금 고지서는 일본 경제를 장기 불황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지가세가 시행된 1992년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미 일본 전역으로 확산한 상태였다. "땅값이 내렸는데 왜 세금을 더 내야 하느냐"는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22일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이 공개되자 급격한 부동산 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부세 증액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내 부동산 경기가 수도권과 지방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이라는 규제가 시장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지방에선 주택 거래 감소, 매매가·전세금 동반 하락이 심각하고, 미국발 금리 인상 등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가 이미 꺾였고, 내수 불황 등 전반적인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보유세 부담이 늘면 국내 부동산 시장이 과거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보유세 인상이 부동산 투자 수요를 꺾어 단기적으로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내리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존 대출 규제에다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 주택시장이 심각한 '동맥경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 인상 여파가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보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직접적으로 종부세 영향을 받지 않지만,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 가뜩이나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지방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보유세 인상 타깃인 강남 고가 주택 소유자가 매물을 내놓을지 의문"이라며 "수도권 비인기지역이나 지방 소재 주택을 우선 처분하고 강남 등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트렌드가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중언 기자 jinmir@chosun.com]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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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도 조정 가능성…신규 분양·수익형 부동산 관심 쏠릴듯"
2018.06.22
하반기 주택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보유세 개편 권고안이 22일 공개됨에 따라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시장의 관심이 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편안으로 주택 보유 부담이 커졌지만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팔기에는 장벽이 너무 높은 만큼, 매물도 적고 매수세도 적은 거래위축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도세 중과와 마찬가지로 보유세 개편안 역시 타깃이 다주택자에 있는 만큼 가격 급락과 같은 시장 충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준금리 인상이 아직 가시화하지 않은 만큼, 자산가들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인상 여파가 적은 상가 등 수익형부동산이나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으로 투자가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가주택 보유자·다주택자 부담 커져도…투매는 없을듯
대다수 전문가들은 보유세 개편안 공개 이후 고가주택을 보유한 이들이나 다주택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재정특위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대체로 세금부담이 현재보다 늘어나게 되며,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세율 강화가 함께 담긴 안이 적용되면 예상보다 세금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면서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비싼 집을 사는 것도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가격 급락과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보유 부담이 커지지만 4월부터 시행 중인 양도세 중과 때문에, 팔고 싶어도 선뜻 매물로 내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청약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1가구 3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세율이 최고 62%에 달한다. 다주택자의 경우 매물로 내놓는 대신 절세를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자녀에게 증여할 가능성도 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다주택자는 보유세도 있지만 양도세 부담이 커 매매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8년 이상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이 있는 만큼 임대사업자 등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올리는 선에서 그친다면 종부세 증세 대상이 다주택자에 한정되기 때문에 시장이 급랭하는 상황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금리인상 가능성 때문에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집값이 보합 또는 약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남권 너무 올라 조정 가능성…신규 분양·수익형 부동산 주목할 만”
고가주택이 몰려있는 강남권을 비롯해 서울 수도권 일부는 가격이 하락하는 등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난 몇 년간 가격이 급등한 데다, 보유세 부담도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지방은 주택가격 자체가 낮은 만큼 보유세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주요 지역 분위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초까지 주요 지역 집값이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거시경제가 좋지 않고 보유세 인상까지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강남권도 일부 집값이 하락하는 등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면서 “지방은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얼어붙고 있어 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기 지역의 신규 분양시장은 당분간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잔금 시점이나 등기 이후 종부세가 부과돼 보유세 인상과 당장 무관한 데다, 이와 별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가 계속되고 있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신규 단지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보유 부담은 커졌지만 시중 유동성이 여전히 넘치는 터라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꼬마빌딩이나 상가 등 수익형부동산으로 시중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펀드 같은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이나 해외부동산 투자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위원은 “주택에서 상가 등 비주택으로 투자 흐름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이날 공개된 내용은 일종의 중장기적 권고안인 만큼, 8월 세제개편안에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는냐에 따라 앞으로 시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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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세력과 전면전' 김현미 장관 1년…집값은 정말 잡혔나 ?
2018.06.23
"집값은 잡혔지만 그동안 가격 너무 올라"
집값 하락 단기적…수년내 오를 수도
'투기와의 전쟁'서 청와대 참모·각료들은 제외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남북교통인프라' 연결을 위한 긴급 조찬 간담회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6.1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취임일성으로 부동산 투기 세력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던 김 장관의 지난 1년은 '집값 잡기'에 거의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현미표 집값잡기 처방은 성공한 걸까?
지난해 6월 23일 김현미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집값 급등은 투기 수요 때문"이라며 "6·19 대책은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후 김현미 장관은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만 다섯 차례 넘게 발표한다. 부동산 규제 '종합선물세트'라 불리는 8·2 부동산대책에서는 양도세 강화·대출규제·분양권 전매제한·청약가점제 등을 꺼내들었다. 특히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강남4구와 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 등 서울 11개구,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 뿐 아니라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해 이중 삼중의 그물망을 쳤다.
그러다 8.2 대책에서 빠진 분당과 판교, 대구 수성구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자 정부는 한달 만에 후속 조치(9.5 대책)을 발표, 분당구 및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한다. 집값을 안정화시키고 투기 세력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그러나 주택시장은 잠시 관망세를 보였을 뿐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김 장관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11·29 주거복지로드맵,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집값 안정화를 위한 규제를 잇따라 내놓았다.
◇"집값은 잡혔지만 그동안 가격 너무 올라"
이제 집값은 잡혔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로도 계속 오르던 집값은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 올해 4월부터 주춤하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84% 상승했으나 4월과 5월 상승률이 각각 0.31%, 0.21%로 둔화됐다.
그러나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최근 몇 주간 집값이 소폭 하락한 것이 과연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값 잡기는 성공한 것 같지만, 그동안 가격을 너무 올려놨다"며 "규제가 가격을 또다른 규제를 만들고,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것을 정부가 몰랐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도 규제가 가격을 올려놓았다. 강남에 수요가 몰리는 것을 분산하는 정책을 썼어야 하는데, 정부가 공급과 수요를 다 억제시켰다"며 "강남 4구에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 수요가 없어지나? 여전히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윤 부동산114 연구원은 "올해 워낙에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그만큼 떨어지지 않는다. 상승률은 미미하게 떨어진다"며 "재건축에 대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만 단기적인 것이고, 장기적인 것은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도자도 버티기 전략을 보이고 있어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매수인들이 대출을 많이 받고 들어온 상황에서 가격이 급락하면 부실채권이 발생하고 은행권도 문제다. 정부에서도 급락은 원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집값 하락 단기적…수년내 오를 수도
강남4구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로 조정되고 있지만 거래량도 대폭 줄었다.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감소한 가운데 서울 강남4구의 주택매매 거래량이 60% 가량 급감했다. 집을 팔려는 사람들은 4월 전에 팔고 나머지 매도인들은 버티기 전략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거시경제가 안 좋아서 조정받는 시기다. 보유세 개편 때문이 아니다"면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거래절벽이다. 살 사람이 못사고 팔 사람이 못 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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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울 강남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5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전체 평균 거래량에 못 미치는 등 아파트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에는 급매매 안내 문구가 게시돼 있다. 2018.05.29. scchoo@newsis.com
그러면서 "근본적인 게 해결 안돼서 수년 내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규제로 집값 상승이 멈춘 것 같지만, 정부 정책이나 상황이 바뀌면 집값은 언제든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모니터링을 소홀히 하거나 호재가 발생하면, 집값이 재상승할 수 있다"며 "금리가 어정쩡한 상태에서는 연체율이 건전하게 유지된다면 (가격 상승에 대한) 잠재적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투기와의 전쟁'서 청와대 참모·각료들은 제외
김현미표 집값 잡기 처방에 문제는 또 있다. 국토부 고위공직자들은 물론, 청와대 참모들과 각료들이 해당 정책에서 비껴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부동산 과열 현상의 원인을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로 지목하고 강도 높은 규제를 쏟아냈지만, 상당수 고위 공직자들은 여전히 다주택자였다.
지난 3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8년도 고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청와대 소속 1급 이상 공직자 52명 중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등 14명이 다주택자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서울시 송파구 잠실 아파트와 경기도 가평군 단독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 두채를 갖고 있고, 박종규 재정기획관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서초구 우면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곤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장관급 인사 10명도 다주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강경화 장관과 박은정 위원장은 3주택자였다.
조국 민정수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은 서울 강남권 주택을 남기고 나머지 한 채를 팔았다.
국토부 1급 이상 고위공직자 9명 가운데 4명도 다주택자였다.
김현미 장관은 올초 남편 명의로 돼 있는 경기도 연천의 주택을 처분해 다주택자 꼬리표를 뗐지만, 친동생에게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심교언 교수는 "장관과 관료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장관이) 내부 각료들을 설득 못했고, 본인도 이상하게 거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각료들에게는 왜 지적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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