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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단기 금리차 11년來 최저…장기 경제전망 `암울`수익률 격차 0.35%P 불과…기업들 장기투자안해. 안전자산보유만..금융위기 전조 시그널 .

Bonjour Kwon 2018. 6. 27. 07:10

 

2018.06.26

 

수익률 격차 0.35%P 불과…기업들 장기투자 안하고 안전자산 국채보유만 급급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은 금융위기 전조 시그널

트럼프 무역전쟁 여파…다우지수 1.33%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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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 만의 최저 실업률, 4%를 바라보는 연 성장률 전망, 살아난 소비 심리 등 견조한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요즘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간 격차(스프레드) 때문이다. 단기 금리는 오르는데 장기 금리는 제자리여서 미국 금융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차가 지난 11년래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경기 회복기에는 단기 금리가 오르고 다음에는 장기 금리가 올라 일정 부분 금리 차가 유지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정상적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대표적 금융위기 전조 현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와 2년물 국채 수익률 간 격차를 나타내는 수익률 곡선이 2007년 이후 11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25일 장 마감 기준 10년물 국채 금리는 2.88%를 기록한 반면 2년물 국채 금리는 2.53%까지 치고 올라왔다. 수익률 격차는 이제 34.9bp(1bp=0.01%포인트)에 불과하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5월 3.11%를 기록해 최고치에 도달한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미국 경기 호조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그에 따른 기준금리 상향 기조, 연방정부의 대규모 재정 정책 예고에 따른 국채 발행 우려 등이 반영돼 꾸준히 올랐으나 5월 이후로는 2%대 후반~3%대 초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반면 2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9월 1.26%로 저점을 찍은 뒤 현재까지 꾸준히 상승해 10년물 국채 금리를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세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해 10년물 국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이 장기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장기 투자자들의 위험 기피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시장에서 국채 매수에 나서면 국채 가격이 올라가고 금리는 반대로 떨어진다. 반면 통상 연준(Fed)의 금리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의 수익률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연준은 지난 6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금리 인상 스케줄을 3회에서 4회로 조정하는 등 더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것을 예고하며 단기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금리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걸 넘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금리 역전 현상은 흔히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 정책금리와 그 영향을 받는 단기 금리의 수준이 너무 높다고 판단해 장기 채권의 수요가 더 올라가는 현상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장·단기 금리 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되면 대부분 경기침체나 경제위기가 닥쳤다. NYT는 "위태로운 수익률 곡선이 불황을 예고하는 데 가까워지고 있으며 월가에서 큰 주제가 됐다"며 "수익률 곡선(추세)을 회의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전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1955년 이래 지금까지 60년간 있었던 9번의 경기침체에 모두 앞서 나타났다. 역전 현상이 발생한 뒤 실제 경기침체가 일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2년 정도였다. 1990년대 초 미국의 경기침체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 지 약 1년 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는 약 6개월 후, 2007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는 3개월가량이 지난 다음 일어났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은행의 대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문제도 생긴다. 은행은 연준에 정책금리(단기 금리)를 기준으로 자금을 조달받은 뒤 장기 금리를 기준으로 시중 대출을 해주며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이러한 은행의 대부업 구조가 무너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업·개인에 대한 금융사 대출이 줄어들며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 현상은 전 세계와 무역전쟁을 불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강경 정책을 시장에서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트럼프 행정부가 입안한 파격적 감세 정책에 경기가 호조세를 띠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무역전쟁 여파로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증시도 무역전쟁이 확산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5일 다우존스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8.09포인트(1.33%) 하락한 2만4252.80에 거래를 마쳤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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