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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저커버그 관심없다"…기득 대기업중심생태계.진입장벽-창업비용증가-기업가 정신약화-->창업꿈 접는 美젊은이

Bonjour Kwon 2018. 6. 29. 06:55

2018.06.28

 

'개라지(garage·창고) 창업'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페이스북 등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어내며 혁신 창업의 터전으로 불리던 미국에서 창업 열기가 급격히 식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사회 구조와 인식 변화로 고학력 엘리트들이 투자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창업보다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미국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미국 대표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경쟁과 역동성의 상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학원 석사 이상 졸업생의 창업 비율이 전체 졸업생 중 2.2%를 기록해 25년 전인 1992년(4.0%)의 절반 정도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 졸업생의 창업 비율도 1992년 3%대 중반에서 지난해 1%대로 큰 폭으로 줄었다.

 

설립된 지 10년 미만인 '신생 기업'의 고용 효과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015년 미국 전체 고용인구 중 설립 10년 미만 신생 기업에서 근무하는 인구 비중은 19%로, 1987년 33%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2년 미만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전체 고용인구 중 4%가 채 되지 않았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대학 등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창업했을 때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지식재산권은 회사가 고성장·혁신 기업이 될 확률을 높여준다"고 밝혔다. 즉 이들이 창업하지 않는다는 것은 '혁신 기업'이 생겨날 확률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미국 엘리트들이 창업하지 않는 가장 크고 단순한 이유 중 하나는 '기업가 정신' 약화다. 비용 부담을 안고 창업해 대박을 노리느니 안정적으로 직장에 취업해 고임금을 받으려는 엘리트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고학력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급여가 과거에 비해 늘었고 반대로 창업에 드는 비용은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 비용이 느는 이유는 창업자가 '창업 조달 비용'으로 주로 활용하는 은행 대출이 점차 어려워지는 데다 국고 보조금 등 나라에서 지원하는 공공자금 투자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연구소는 "기업에 대한 국고 보조금은 1990년 이후 세 배나 늘었지만 이러한 지원금이 주로 대기업에 가고 있다"며 "대기업의 설비 추가·이전은 지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경제적인 효과가 즉각 나타나기 때문에 보조금이 신생 기업보다 대기업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창업 불씨는 전 산업 분야에서 식어가고 있다. 금융, 제조업, 농업 등 전통적인 산업뿐 아니라 정보기술(IT) 등 혁신이 필요한 최첨단 산업에서도 창업 비율이 줄었다. 첨단 기술 분야는 전통 산업에 비해 변화가 크고 전문 지식을 요해 젊은 기업가가 가장 많이 창업하는 분야로 꼽혀왔기 때문에 다소 의외라는 결과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비즈니스 역동성이 쇠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가능성은 첨단 산업 분야 역시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신생 기업이 더욱더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소셜미디어 분야만 놓고 봐도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레딧 등 주요 업체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 보고서는 "인터넷 검색엔진, 무선통신 사업자, 배달 서비스 등 분야는 상위 2개 회사 시장 점유율이 각각 87%, 69%, 76%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신생 기업이 생기지 않는 것은 단순히 창업 열기가 식는 데 대한 우려로 그치지 않는다. 창업 감소는 산업의 역동성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기존 기업의 경쟁력 하락을 낳을 수 있다.

 

연구소 측은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이 줄어들면 기업 간 경쟁이 감소하고 기존 회사에서도 혁신에 대해 투자하지 않는다"며 "경쟁은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므로 공공정책 등을 통해 신생 기업을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창업이 줄고 시장 집중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 투자율은 큰 폭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루킹스연구소는 "1990년대 기업 투자는 급격하게 상승했지만 2010년대 들어와서 3분의 1 이상 줄었다"며 "시장 지배력이 있는 반독점 기업들이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창업 지원 정책 등을 통해 신생 기업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역동성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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