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3.
멀로니 세계銀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신이 실패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혁신 성장은 '모험적인 기업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부는 실패를 딛고 서는 사회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3일 서울대에서 열린 '2018 국제 슘페터학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윌리엄 멀로니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는 매일경제와 만나 '혁신 인프라스트럭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멀로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은행 '생산성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생산성 프로젝트는 실증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을 통해 각국 정부의 혁신·생산성 관련 정책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작년 11월 첫 보고서인 '혁신의 역설'에 이어 오는 9월 두 번째 연구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있다. 멀로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젊은 층에게 기업가정신을 불어넣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R&D 투자를 아무리 늘려도 인적·물적 자본이나 산학협력 기반 같은 혁신 '보완재'가 뒷받침하지 못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포함해 보더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금액이 결코 적지 않고, 자금 조달 역할을 하는 금융 시스템이나 기술 개발을 맡는 과학 전문가 집단 간 네트워크도 잘 갖춰진 편"이라고 진단했다.
'공무원 시험 열풍'처럼 직업 안정성을 중시하는 청년 노동시장 현실에 대해선 "미국이나 유럽 부모들도 자녀가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에서도 스타트업 10곳 중 9곳이 망하지만 그럼에도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성공 사례가 나오는 것은 한 번 사업이 망해도 다음에 만회할 수 있는 제도적·사회적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혁신의 역설'에도 주의해야 한다. 멀로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많은 나라가 혁신에 따른 잠재적 이익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정부와 기업이 투자를 적게 한다는 것은 일종의 역설"이라며 "투자란 단순히 R&D 예산이 아니라 교육·금융 인프라, 네트워크 등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신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누구에게 과실이 돌아갈 것인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서비스 분야 교역 구조도 중요한 변수"라며 "중국이나 인도도 한국 못지않게 R&D 투자를 많이 하지만 실제 투자 주체가 다국적 기업이고, 투자 이익도 주로 이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R&D 투자 규모가 가져다주는 착시효과를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정부가 혁신 성장을 위해 예산을 쓸 때는 '포크배럴(pork barrel·특정 이해관계 집단이 이익을 취하는 현상)' 문제를 미리 감안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혁신 성장은 기업을 통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든 대학이든 민간 기업의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며 "핀란드 국립기술연구센터(VTT)처럼 민간 수요조사·상담을 거쳐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VTT는 바이오부터 핵, 게임,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까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국가 연구기관으로 북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김인오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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