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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소득주도성장'…"분배이론을 성장에 꿰맞춘 꼴 단기효과도 기대힘들고 폐해만"

Bonjour Kwon 2018. 7. 4. 07:02

野 "단기효과도 기대힘들고 폐해만"

최초입력 2018.07.03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바른미래 정책워크숍서 주장

"분배이론을 성장에 꿰맞춘 꼴…단기효과도 일회성에 그칠 것"

 

◆ 文정부 '소득주도성장'… 엇갈린 두 시각 ◆

 

김소영 교수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은 장기적으론 아예 효과가 없고,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더라도 일회성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소득주도성장이 '수요' 능력 확대에 집중하지만 이는 성장의 기본인 '공급' 능력 확대로 쉽게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한 후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첫 정책 워크숍에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소득주도성장론의 경제학적 검토'라는 발제로 이같이 주장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가계 소득 증가가 수요(소비)를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공급(생산)을 증가시킨다는 이론이다.

 

김 교수는 "수요 증가가 생산을 증가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쉽지 않다"며 "한 번은 증가할 수 있지만 만성적 수요 부족으로 경기 장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효과가 있더라도 최대 일회성 효과라 판단되고, 단기 효과도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속적인 수요 진작은 장기적으로 경제적 폐해만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화 확장 정책은 가계부채 증가, 집값 상승, 금융위기 등을 불러올 수 있고 재정 확장 정책은 정부부채 증가, 미래 세대 부담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자체가 경제학적으로 '성장이론'이 아니기 때문에 '성장'과 연계하는 것부터 잘못됐고, 이론이 논리적으로 맞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소득주도성장의 유래는 국제노동기구에서 '몇몇' 사람이 연구한 임금주도성장(wage-led-growth)에 근거한 것 같다"며 주류 이론이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예컨대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보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해 오히려 노동소득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균형 수준의 임금보다 높은 경우 고용은 원래 균형 수준 임금보다 줄어든다"며 "이는 곧 실업의 발생을 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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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업은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로 투자 여력이 위축돼 생산을 줄일 수도 있고, 소득주도성장이 목표로 하는 분배 개선 효과도 명확하지 않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근본적 문제점은 장기 성장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라며 "원래 임금주도성장 이론도 지속적인 장기 성장에 관련된 이론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은 기본적으로 수요 주도 이론이고 공급 위주 성장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이날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전혀 준비 없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고 노동시간을 급격하게 단축하는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사는 5000만 국민과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 경제는 결코 실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앞으로 5주간 주 2회 정책 워크숍을 열어 현안을 토론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한다. 첫 행사인 이날에는 김 위원장과 김관영 원내대표 등 18명 의원이 자리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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