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5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자산의 리츠(REITs) 투자를 허용할 계획이어서 리츠가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임대료 등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금과 찰떡궁합이다. 공모 리츠의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수요와 공급이 동반 늘어날 전망이다. 새로운 투자처의 활성화는 물론 국내 부동산과 투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부동산투자회사(리츠, REITs)는 193개로 전년에 비해 14.2%(24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규모는 36.8% 늘어난 3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015년부터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확대 정책에 힘입어 임대주택 리츠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임대주택 리츠는 2015년 전체 리츠 시장에서 29.8%를 차지했으나 2017년에는 55.3%로 크게 확대됐다.
기존 공동주택 건설방식에서 벗어나 단독주택형 제로에너지 임대주택, 청년·신혼부부 대상 매입임대주택, 정비사업 연계 매입 임대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 리츠가 운용 중이다.
운영리츠의 지난해 평균 배당률은 7.59%(임대주택 리츠 제외)로 예금은행의 수신금리(평균 1.56%) 대비 4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리테일 리츠가 10.27%로 가장 높았으며 물류(7.40%), 오피스(6.88%) 리츠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서울 지역 평균 임대수익률(업무용 4.75%, 중대형상가 4.0%) 대비 높은 수준이다.
전문 자산관리회사의 효과적인 투자·운용을 보여준 셈이다. 향후 리츠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공모 리츠, 대중화 이룰까
최근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공모 리츠에 대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올해 공모 리츠 1호 상장사인 이리츠코크렙기업구조조정리츠(이리츠코크렙)는 지난 6월 27일 상장했다.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은 배정물량의 5배가 넘는 수요를 보였다. 리츠와 유사한 부동산펀드 공모 청약률 대비 3배가량 높은 수치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배정물량의 40%만 소화해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이리츠코크렙의 기관 참여가 활발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전 리츠 규모 대비 10배가량 컸기 때문”이라며 “리츠 시장 분위기가 기존과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통상 공모 규모나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작을 경우 기관투자가들은 투자를 꺼린다. 반면, 규모가 커질수록 기관투자가의 참여 확률은 높아진다. 이리츠코크렙의 높은 기관 수요를 놓고 리츠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IB관계자는 “IPO는 물론 국내 투자시장은 아직 ‘차익’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리츠가 성장보다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상장 리츠들의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리츠코크렙의 최대주주인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몇 년간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등 주력 브랜드와 투자 부동산 등을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자체 상장을 시도했지만 자회사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사건에 휘말려 계획을 철회했다.
이랜드리테일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이리츠코크렙 상장을 시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이유다.
같은 유통업체인 홈플러스도 리츠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매장 40개를 자산으로 리츠 회사를 설립해 안정적 임대수익을 확보해 투자자에게 나눠준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실적 부진을 언급하며 직원 성과급 지급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체투자 확대… 금리인상 기조는 신중
주식, 채권 등의 전통자산을 제외한 모든 투자를 지칭하는 대체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 연기금 운용자산 중 대체투자 비중은 1997년 4%에서 2017년 25%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연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10%다. 운용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은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자산의 리츠 투자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임대료 등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대표적인 대체투자 상품인 부동산은 직접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경제지표 및 현지 정보를 수집하고 임대수익도 관리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상장 리츠에 투자할 경우 관리는 전문가에 맡기고 다양한 부동산 상품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연기금 투자가 확대와 공모 리츠 상장이 맞물릴 경우 시장 전반 긍정적 전망이 예상된다.
다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리상승 기조는 리츠 시장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국채 수익률 대비 월등히 높은 배당수익률을 제공하는 리츠의 매력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이다. 높은 레버리지 속성을 지난 부동산의 특성상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도 하락할 우려가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리츠는 높은 배당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최선의 선택”이라면서도 “금리상승 시기에 정부의 리츠 활성화 정책은 타이밍상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리츠의 강점은 유지되겠지만 투자 시기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기자 의 기사더보기
ㅡㅡㅡㅡ
#리츠가 만드는 도시 재생] 금융·건설, 경쟁 시대 돌입
공모 리츠 활성화, 부동산 유동성 분산 기대… 정책 보조 절실
이성규 기자 dark1053@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7.05 07:30:00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최근 리츠(REITs) 시장은 부동산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자)와 건설사는 물론 금융사들이 가세하면서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금융지주사의 리츠 AMC(자산관리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허용해 금융사의 공모 리츠 진출 길을 열어줬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신한금융지주가 신한리츠운용(지분율 100%)을 설립했다. 공모형 상장 리츠만 취급할 계획이며 현재 신한알파리츠 상장을 준비 중이다. 기초자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각하는 ‘판교 알파돔시티 6-4구역’ 빌딩이다. 향후 계열사가 임차하는 오피스 빌딩도 기초자산으로 묶어 공모형 리츠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7월에는 NH농협금융지주의 리츠AMC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하나로마트를 비롯한 그룹 내 자산은 물론 외부 우량 부동산을 활용해 리츠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금융과 실물부문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도 오피스, 물류센터, 리테일 등 외부 우량 부동산도 매입해 리츠 상품을 선보인다.
순수 부동산디벨로퍼의 리츠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SK디앤디의 리츠AMC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의 본인가를 받았다. 오피스와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택 부동산 개발에 주력해왔으나 최근에는 임대주택 사업도 검토 중이다.
디벨로퍼인 MDM그룹도 리츠AMC인 MDM투자운용을 설립해 지난 2월 국토부로부터 본인가를 받았다. 계열사인 한국자산신탁이 리츠AMC 업무를 담당했으나 전문 리츠 AMC인 MDM투자운용을 통해 리츠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부동산 개발 후 분양뿐만 아니라 계열사를 통한 임대운영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높은 투자수익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자산신탁은 현재 13개의 리츠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대부분 뉴스테이 구조인 도시재생리츠다. 일반분양 물량을 통매입해 일정 기간(10년)을 임대 운영하고 매각하는 방식이다.
MDM그룹은 신탁회사, 리츠AMC, 디벨로퍼, 부동산펀드업무(한국자산에셋운용)를 통해 부동산 개발의 모든 프로세스를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결합돼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월 지주사로 전환하며 디벨로퍼 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단순 시공을 넘어 토지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해 역량 확충에 힘쓰고 있다. 계열사인 HDC자산운용을 통해 리츠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사들도 리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국자산관리연구원과 복합개발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2016년 대림AMC를 출범했으며 SK건설은 수익성이 좋은 개발형 사업 위주로 전환해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먹거리 확보를 위해 단순 시행·시공을 넘어 종합개발 형태로 변모 중”이라며 “영역이 허물어지면서 리츠 시장을 두고 금융사와 건설사가 경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좋은 상품’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공모 리츠 활성화, 가야 하는 길
국토부와 금융위는 리츠 상장제도 개선을 위한 세부 내용과 이행 절차를 협의 중이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른 조치다. 비개발·위탁관리형 리츠의 상장 심사기간을 2~3개월로 단축하고 공모 의무가 면제되는 연기금 보유비율을 기존 3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공모 리츠 활성화를 통해 일반투자자에게 부동산 간접투자 기회를 넓혀주고 안정된 배당수익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대체투자수단을 마련해 부동자금 유입은 물론 서울 주택시장으로 몰리는 유동성을 분산시킨다는 목적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토지 가격이 올라 수익률 확보가 어려워 외곽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면서 “공모 리츠가 활성화할 경우 투자수단 확대는 물론 서울 지역에 집중된 자금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리츠 시장의 발전 과정을 보면 개발과 금융이 결합한 앵커리츠 위주로 성장해왔다. 앵커리츠란 대형 건설사나 유통기업 등이 리츠에 자산을 매각하고 해당 기업이 리츠의 최대주주(앵커)로 참여해 자금조달과 자산운용, 시설관리 등을 맡는 형태를 말한다.
금융사들의 리츠 진출 이유로는 비대면시스템 활성화가 꼽힌다. 유휴 부동산이 많아지면서 유동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에 상장한 이리츠코크렙과 같은 리테일 중심 리츠는 물론 오피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도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리츠 시장은 사모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공모 시장을 활성화해야 하지만 유인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공·사모 리츠의 세제 혜택이 같아 상대적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공모를 꺼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4년 일몰로 폐지된 취득세 30% 감면 혜택을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세금구조에서는 일반투자자들이 부동산펀드 대비 리츠에 투자할 매력도 낮다.
리츠는 건설·금융사의 새로운 먹거리이자 부동산 시장의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투자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정부의 정책 보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성규 기자 의 기사더보기
ㅡㅡㅡㅡ
[리츠가 만드는 도시재생]리츠의 부동산 심폐소생
이성규 기자 dark1053@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7.05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전자상거래산업이 발달하면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쇼핑몰 등 대형 앵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앵커를 중심으로 군집해 있는 리테일 업체들의 피해는 임대료 압박 등으로 더욱 심각하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의 일부가 아니다. 오프라인의 몰락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온라인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순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프라인’은 정말 불필요한 존재일까. 이러한 사고가 극단으로 발달하면 ‘도시 황폐화’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많은 공실 발생에 이은 부동산 시장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위기는 그렇게 찾아올 수 있다.
주민과 상인들이 살기 좋은 곳, 지속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 민간자본 참여가 절실한 도시재생의 구원투수인 리츠의 활성화를 기대한다.
이성규 기자 의 기사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