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의원들 "공제회 운용성과 공시해야"2013.06.26

Bonjour Kwon 2013. 6. 27. 08:58

공공기관평가단, 국회의원과 간담회…"입법추진 논의"
공제회 자산운용, 공시 의무화

 

 

 

감독 사각지대`라는 평가를 받는 공제회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국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공제회 평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공제회의 성과공시와 외부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회원 1000만명이 넘는 공제회 자산운용체계를 선진화하기 위한 첫 단추는 폐쇄적인 운용 구조를 투명하게 바꿔나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공제회의 자산운용과 지배구조까지 개선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국내 첫 공제회 평가를 진행한 매일경제신문과 공공기관자산운용평가단은 2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국회의원 자문단과 함께 `공제회 개편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에서 김진표 의원, 새누리당에서 이철우 의원, 신성범 의원, 김세연 의원, 이종훈 의원, 유승우 의원, 홍지만 의원 등 자문단 소속 국회의원 7명이 참석했다. 조성일 단장(중앙대 교수)을 비롯한 공공기관자산운용평가단도 자리를 함께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40조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고 1000만명에 달하는 국민의 노후와 복지를 책임지는 공제회가 이번 첫 평가를 통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기관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평가단의 공제회 평가 결과에서 나타난 공제회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국회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우선 공제회의 자산운용성과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분기별로 홈페이지에 자산군별로 수익률을 공시하는 것과 달리 공제회는 자산운용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고 있다. 특히 공제회들은 투자수익률의 글로벌 기준인 국제투자성과기준(GIPSㆍGlobal Investment Performance Standards)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김진표 의원은 "자산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공제회는 조합원은 물론 외부에 자산운용성과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다른 의원들도 공감했다.

공제회에 대한 외부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제회가 발표하는 수익률 등 각종 수치에 대한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차원이다. 김세연 의원은 "회원들이나 국민에게 공제회가 신뢰를 받으려면 수익률을 산출할 때 외부의 성과평가기관에서 검증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먹구구식`인 공제회 자산운용의 전문성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철우 의원은 "그동안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공제회들의 자산운용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 부실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자산운용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자격증 등을 보유한 자산운용 전문가들을 공제회가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는 소규모 공제회의 경우 운용자산을 `연기금 투자풀`에 위탁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기획재정부에서 운영하는 `연기금 투자풀`은 국내 연기금의 자산 일부분을 위탁하도록 해 공동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김진표 의원은 "연기금 투자풀을 활용하면 공제회 자산운용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제회의 명칭을 변경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홍지만 의원은 "저축은행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부실한 상호금융사에 `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던 것"이라며 "정부에서 철저한 감독과 감시를 받는 공제회와 그렇지 않은 공제회의 이름을 달리해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공제회와 관련된 법안을 새로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종훈 의원은 "공제회를 제대로 개혁하려면 자산운용 시스템뿐 아니라 지배구조의 변화까지 수반돼야 한다"며 "공제회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법안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승우 의원도 "공제회에 손실이 나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구조임에도 그동안 관련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던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의원들은 이번 매일경제와 공공기관자산운용평가단의 공제회 평가 결과를 오는 10월 국정감사에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신성범 의원은 "평가단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국정감사에서 공제회의 바람직한 개혁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황형규 기자 / 손일선 기자]

 

-----------------

도대체 알 방법이 없었다. 대한민국에 공제회가 몇 개나 있는지. 정부나 연구소 등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봐도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합니다."

매일경제신문과 공공기관자산운용평가단이 국내 최초로 실시한 `공제회 평가`는 이렇게 시작됐다. 백지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굳이 공제회 숫자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공제회가 대한민국의 `사각지대`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정부조차도 공제회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틈 날 때마다 언급하는 `부처 간 칸막이` 때문이다. 현행 규정을 보면 공제회 허가나 감독 업무는 각 부처에 분산돼 있다. 교사 관련 공제회라면 교육부에서, 군인 관련 공제회는 국방부가 담당하는 식이다. 심지어 같은 부처에 해당되는 공제회라도 설립 목적에 따라 담당과가 다르기까지 하다. 이러다 보니 정부 안에서도 공제회에 대한 종합적인 통계나 현황자료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조합원끼리 상부상조하기 위해 만든 공제회까지 정부가 일일이 컨트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상당수 공제회는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규정에 명문화돼 있다. 심지어 손실이 나면 이를 정부가 보전해줘야 하는 공제회까지 있다. 자칫 공제회가 부실해지면 소중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구조인 셈이다. 더욱이 대한민국 공제회는 1000만명에 달하는 국민의 노후와 복지를 책임져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공제회의 자산운용 시스템과 지배구조에 대해 정확한 평가와 전문적인 감독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제회 수장은 낙하산 인사로 얼룩지고 금융에 전문성이 부족한 담당 부처들이 감독을 담당한다. 감사원 감사 대상 공제회는 7개에 불과하고 회계감사 의무대상도 아니다. 조합원들은 자신의 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도 모르는 `눈뜬 장님`일 수밖에 없다.



이번 공제회 첫 평가는 사각지대에 있던 공제회를 양지로 끌어냈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의 `직무유기`다.

[증권부 = 손일선 기자 hulhul@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