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설립,매매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2012.4설립

Bonjour Kwon 2013. 6. 29. 20:47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특허자본’을 아시나요? 이들의 등장으로 제조 강국 한국과 제조업 중심의 우리 기업들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 역시 자본력과 금융지식, 지적재산권으로 무장한 ‘특허자본’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김홍일(46) 대표가 이끄는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은 지난 4월 기술 특허는 물론 디자인, 상표권,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한국 최초이자 유일의 자산운용사로 출범했다. 지적재산권의 해외 유출을 막고, 글로벌 ‘특허괴물(Patent troll)’들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특허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 지식경제부와 삼성전자 등 민관(民官)이 함께 만든 지적재산권 전문기업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가 100% 출자해 만들었다.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은 지난 10월 9일, 250억원 규모의 1호 펀드 ‘아이디어브릿지 오퍼튜니티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1호’를 세상에 내놓으며 한국 최초의 지적재산권 전문자산운용사로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한국 자본시장보다 해외, 특히 홍콩 등 아시아 자본시장에서 이름을 알려왔다. 글로벌 IB(투자은행)인 ABM암로 홍콩법인의 ‘부채 자본시장’ 아시아지역 본부장을 거쳐, 리먼브라더스와 노무라증권에서 채권과 대체투자, 구조화 금융 분야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 김 대표가 12년 만에 한국 자본시장으로 돌아와 첫 번째 도전으로, 바로 지적재산권의 자본화와 금융화 작업을 선택했다.

  

미국 특허자본이 주도권

  

 

지난 10월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부근에 있는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건물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자산운용 주체(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가 공모나 사모, 혹은 자기자본(투자자) 등을 통해 모집한 투자금으로 기업·개인·정부 등이 소유한 효용성 높은 특허나 상표권 같은 각종 지적재산권을 인수한다. 이렇게 인수한 지적재산권을 구조화하거나, 사용권 임대 또는 재매각 등의 방법으로 유동화를 시킨다. 이때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 또는 배분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이 미국과 유럽의 선진 투자자본들에는 주식이나 채권, 실물자산 투자에 버금가는 핵심 투자 분야”라며 입을 열었다.

  

 

“미국 자본과 기업들이 ‘지적재산권 투자금융’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요. 이 분야는 자본과 자산 운용 노하우, 정교한 금융지식이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매입하고자 하는 지적재산권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 미래 기술로서 효용성과 시장의 성장성 평가 능력 같은 기술 예측력까지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 국내외에서 벌어질 수 있는 특허소송 등 각종 분쟁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지요. 이런 능력에서 금융과 기술이 절묘하게 결합한 미국의 거대 자본들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서 있는 게 사실입니다.”

  

 

김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잣대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는 미국의 경제·산업 시스템, 또 그런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특허괴물’들이 한국이 모르고 있는 사이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을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미국 시장에서 지적재산권은 엄격한 가치 평가의 대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를 침해하면 천문학적 배상과 함께 가혹하리 만큼 엄한 법·행정적 제재가 이어지지요. 지적재산권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사회 시스템이다 보니 본능적으로 돈 냄새를 찾아내는 투자자본에 아주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된 것이지요.”

  

 

그는 “수익률에 목말라 있는 글로벌 IB(투자은행)와 사모펀드(PEF), 헤지펀드들 역시 지적재산권 투자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절대 수익률을 추구해야 합니다. 때문에 경기에 따라 수익성 등락이 심한 주식, 파생상품, 채권은 물론 금, 원유, 곡물 같은 투자상품 외에, 이들의 불안정성을 보완해 줄 안정성이 담보되는 새 투자처가 절실히 필요했지요. 그런 그들의 본능이 향한 곳이 바로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입니다.”

  

 

이때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글로벌 투자자본이 찾아낸 것이 지적재산권 가치 및 시장성 평가·관리능력을 보유한 특허관리전문기업(NPE·Non-Practicing Entity)들이다. 즉 글로벌 투자자본과 특허관리전문기업, 이 둘이 결합하며 등장한게 바로 특허괴물로 불리는‘특허자본’이다.이들은 전 세계 특허 보유자들을 상대로 지적재산권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 이렇게 사들인 지적재산권을 구조화하거나, 전 세계 기업에 사용권을 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린다. 소유한 특허와 유사하거나 특허 무단사용자들을 찾아내 거액의 소송을 제기, 일거에 막대한 이익을 거두기도한다.

  

 

이렇게 안정적이고 탁월한 수익성이 확인되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계 자본을 중심으로 세계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지적재산권 투자를 확대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와 한국 기업들이 상당히 아픈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가장 약자는 제조업체입니다. 제품 생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특허’입니다. 바로 이 특허를 선점한 특허자본이 수익성 극대화 방법으로 제조기업을 노리는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이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뽑아가는 곳이 한국입니다.”

  

빌 게이츠도 특허자본에 투자금 지원

 

김 대표의 말처럼 한국 시장은 특허괴물들의 놀이터로 변해 있다. 미국의 대표적 특허 투자자본 ‘인터디지털(Interdigital)’은 전체 매출의 최대 54%(2009년, 2011년에는 39.1%)를 한국 기업들로부터 챙기고 있다. 2009년 인터디지털의 총 매출액은 2억9740만달러였다. 이 중 1억5682만달러(약 1717억원)를 한국 기업들로부터 특허 사용료라며 챙겼다. 2011년에도 약 8800만달러(약 964억원)를 가져갔다. 캐나다의 대표 특허 투자자본 ‘모사이드(Mosaid)’도 마찬가지다. 전체 매출 중 최소 46.73%(2011년)에서 최대 58.36%(2010년), 돈으로 하면 매년 약 400억~460억원 이상을 한국 기업들로부터 특허 사용료 명목으로 챙겨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인텔, 또 뉴욕 월가(街)의 글로벌 IB들과 투기자본인 헤지펀드들까지 투자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세계 최대 특허자본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까지 더하면, 최근 3~4년간 미국계 특허 투기자본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챙겨간 돈만 무려 1조5000억원쯤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추산이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이들의 약탈적 투자에 맞설 수 있는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의 필요성이 절실히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은 국내 산업계는 물론 자본시장 관계자들에게조차 낯설다. 김 대표에게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의 한국 자본시장 안착을 위해선 투자자 모집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맞는 말이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무형자산인 지적재산권이 금융자산인 동시에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익숙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 투자자나 중소형 기업 관계자들에겐 더욱 그러하지요. 하지만 세계 자본시장의 흐름과 정보에 비교적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은행 등 국내 대형 금융자본들과 투자 전문 자본들은 ‘하루 빨리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얼마 전 운용을 시작한 250억원짜리 1호 펀드 역시 150억원을 투자한 한국산업은행과 모 보험사, 또 투자전문 자본 한 곳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국내 대형 금융사들이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운용을 계획하고 있는 2, 3…호 지적재산권 투자펀드의 투자자로 협의가 진행 중인 곳들 역시 국내 대형 금융자본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안에 약 3000억원 정도의 지적재산권 전문 투자펀드를 출범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미국계 특허자본 연 수익률 20~25% 

  

 

지적재산권 투자금융 역시 투자다. 수익이 궁극적 목표다. 미국계 특허자본들이 지적재산권을 투자상품화해 뽑아가는 수익률이 20~25% 정도라고 한다. 김 대표는 “이제 시작인 한국의 지적재산권 투자 환경에서 이런 수익률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몇몇 투자자본은 이미 미국계 특허자본들이 올리고 있는 수익률을 대충 알고 있지요. 반면 아예 이런 투자 시스템을 모르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외국의 특허자본 수익률은 얼마나 되는지’를 묻곤, ‘그 수익률에 맞춰 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아이디어브릿지는 그런 수익률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는 “현재 운용 중인 지적재산권 펀드는 5~6% 정도의 수익을 추구한다”고 했다.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의 설립 목적 중 하나가 외국의 거대 특허자본으로부터 약탈적 특허임대 투자의 대상이 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보호막이 되어주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중소·중견기업에 수익 극대화를 명목으로 글로벌 특허자본들이 하는 것처럼 20~40%가 넘는 특허 사용료를 내놓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마저 그런다면 특허와 금융이 결합한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생존하기 힘들 것입니다.”

 

김 대표는 현재의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은 ‘한 방’에 수십에서 수백%의 수익을 올리는 대박 상품은 아니라고 했다. 6% 정도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리는 안정적 투자 모델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2~3년 후쯤엔 글로벌 특허자본 못지않은 초고수익 투자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지적재산권 투자펀드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규모도 성장해 한국 자본시장에 뿌리를 내리면, 글로벌 특허자본과 경쟁을 위해서라도 초고수익을 추구하는 특허자산 운용도 필요하지요. 그때가 되면 우리 역시 해외 자본시장에서 특허소송 같은 분쟁도 불사할 만큼 고수익을 추구하는 특허자산을 운용할 겁니다. 하지만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을 한국 자본시장에 안착시켜야 할 지금은 안정적 위험관리와 꾸준한 수익률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김 대표는 당분간 ‘세일 앤드 라이선스 백(Sale & License Back)’을 통한 지적재산권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기술특허나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을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뒤 그 기업이 기술특허나 상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임대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갖고 있던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팔았다 해도 이 권리를 곧바로 임대해 쓰기 때문에 제품의 생산·판매와 고객 서비스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지적재산권의 소유자가 바뀌었을 뿐 기업활동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이지요. 반면 지적재산권 펀드는 이런 임대사업을 통해 꾸준히 일정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겁니다. 이것이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주는 비밀입니다.”

   

지재권 거래시장 사실상 이미 형성

  

 

김 대표는“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적재산권 펀드가 매입했던 특허를 원래 주인이 되사가는 옵션도 있기 때문에 투자 원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다”고 했다. “지적재산권의 원래 주인이 아니라, 그 지적재산권을 필요로 하는 제3의 사업자에게 사용 권한을 주고 라이선스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가 아닌 복수의 기업에 지적재산권 사용 권한을 주면 라이선스 수익창출 창구가 많아져 수익성도 자연스럽게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특허를 가진 기업과 개인 등이 쉽게 지적재산권을 매각하겠느냐는 것이다. “글로벌 특허자본들이 이미 한국의 특허 보유자들로부터 수많은 특허와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을 매입했고, 지금도 사들이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마치 채권 거래시장처럼 특허 분석·중개 전문 에이전트들이 존재하지요. 이들이 한국 등 전 세계 특허시장을 분석, 특허자본에 정보를 제공하고 매매 중개까지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입니다. 저희 자체에서도 특허시장을 분석해 매입 가능 특허를 추출하고 직접 매매 협상을 하기도 합니다.”

 

김대표는“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의 상황이 지적재산권 매매의 장애물을 제거해주고 있다”고 했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정도를 빼면 한국 기업 중 자금이 풍부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시중은행, 공적 기관에 의해 ‘히든챔피언’ ‘월드클래스’ 등 강한 기업으로 선정된 150개 국내 기업을 분석했더니 평균 차입금이 112%였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강한 기업이라고 꼽히는 곳조차 돈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들이 소유하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지적재산권들을 제대로 평가해, 정당한 가격에 매매 제안을 하는 겁니다. 기업 입장에선 거대 자금을 수혈해 재무상황을 개선할 수 있고, 또 이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더 좋은 지적재산권을 확보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더구나 매각한 지적재산권 역시 임대를 통해 이전과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어 기업활동에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매력적인 조건인 것이지요.”

 

  

지재권 투자펀드와 경제민주화

 

그는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이 정치권과 경제계의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말했다. “한국에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은 철저히 ‘갑을(甲乙)’ 관계지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 중엔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의 특허나 아이디어를 몰래 도용하는 경우도 있지요. 중소·중견 협력업체, 하청업체가 이를 알아도 제대로 항의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대기업 비위를 거스르면 자칫 ‘일감 축소, 거래 청산’ 등으로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은 이런 불공정한 관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는 “지적재산권의 소유권이 중소·중견기업이 아닌 지적재산권 펀드로 바뀌면 대기업이 불법·부당행위를 했을 때 상대해야 할 주체가 달라진다”고 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힘으로 누를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분쟁의 대상이었지요. 하지만 지적재산권 펀드로 소유권이 바뀌면 대기업의 특허분쟁 대상은 지적재산권 펀드가 됩니다. 즉 특허분쟁이 벌어지면 대기업이 상대해야 할 주체가 지적재산권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란 이야기지요. 이들 중엔 대형 금융자본도 있고, 또 다른 대기업도 있습니다. 외국계 자본이나 투자 전문 자본도 있지요. 대기업이라 해도 이들을 상대로 분쟁을 벌이는 건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들도 자연스레 중소·중견기업들의 제품 생산, 거래가격 등에서 제 가치를 인정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즉 지적재산권 투자금융의 자본시장 안착이 결국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관계를 수직에서 수평관계로 전환시키는 물꼬를 틀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인터뷰 말미, 김 대표는 한국 자본시장이 좀 더 다양하고 조화로운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자료 : 주간조선(조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