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설립,매매

퇴로없는 자산운용사…'접지도, 팔지도' 금융당국 30개사 잠재적 퇴출대상...10여곳 매물에도 시장은 무관심

Bonjour Kwon 2013. 9. 4. 23:50

2013.09.04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자산운용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업황 부진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강하지만 매각도 여의치 않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자산운용과 더커자산운용을 포함해 10여곳에 가까운 자산운용업체들이 매각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부터 발효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지난 6개월간 계약고와 수탁고가 없는 부실 자산운용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달부터 본격화되면서 추가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금융당국은 현재 시장에서 자산운용사 50여개 전후가 적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85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30여곳 정도는 잠재적 퇴출 대상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회계연도 기준 4~6월) 국내 85개 자산운용사 중 25개사가 적자였다. 전분기에 비해 적자사가 8곳 정도 줄었지만 이는 복리후생비나 임금 삭감, 구조조정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다. 실제 지난 6월말 현재 전체 자산운용사 중 33개가 자본잠식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운용사가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고 부실 운용사들 중심으로 수수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위탁기업들도 '너희 아니면 없냐'는 식으로 나오다 보니 우량 운용사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매각도 여의치 않다는 점. 최근 시장에는 더커자산운용이 공식 매물로 나왔지만 한차례 매각이 불발됐다. 더커자산운용은 2008년 해외자원개발과 에너지, 부동산 등 대체투자 전문운용사로 출범해 각광을 받았는데 최대주주(김범석 대표)가 보유지분을 담보로 맡긴 저축은행이 잇달아 파산해 예금보험공사가 지난달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본입찰 마감에서 복수인수후보군이 나타나지 않아 재매각이 시작된 상태다. 게다가 주요 투자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는 더커자산운용에 맡겼던 돈을 다른 곳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매각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우리자산운용도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패키지로 매각작업이 진행중이지만, 자산운용의 경우 증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져 투자자 선택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 운용사들의 경우 매물이 쏟아지지만 대부분 관심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매수자가 없어서 다시 들어간 곳이 많지만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수익을 못내는 운용사들이 많은데 업황 부진에 기존 운용사가 인수한다 해도 시너지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며 "다들 규모만 다를 뿐 엇비슷해 인수할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가사업인 만큼 라이선스 프리미엄이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는 쪽은 인가 프리미엄을 받으려 하고 사려는 쪽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까지 상당수 업체가 폐업하는 게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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