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에 갇힌 카드…新소비절벽 시대
최초입력 2018.07.30
영세 자영업자는 더 열악…종로상인 "이달 10곳 폐업"
◆ 新소비절벽 시대 ① ◆
텅빈 재래시장…사실상 개점휴업
치솟는 실업률에 물가와 금리 부담까지 커지면서 서민은 물론이고 중산층까지 소비를 주저하는 '신(新)소비절벽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일단은 소비를 최대한 줄여 버텨보자는 심리가 팽배하다. 30일 낮 서울 을지로 중부건어물시장은 폭염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충우 기자]
입사 2년 차인 직장인 오 모씨(29)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대학 동창 3명과 함께 가려던 부산 여행을 취소했다.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오씨는 "최근 전기요금부터 식비까지 생활물가가 줄줄이 오른 탓에 친구들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생활비 부담이 심해졌다"며 "놀러가서 돈을 쓰기보다는 집에서 쉬는 게 낫겠다고 합의했다"고 전했다.
신용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한 친구는 늘어난 이자 부담으로 통근시간이 긴 외곽지역으로 월세방을 알아보고 있다.
전대미문의 폭염에 고(高)물가, 고금리 폭탄이 이어지면서 서민은 물론이고 중산층까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지 못하는 이른바 '신(新)소비절벽 시대'가 찾아왔다는 경고가 나온다. 생활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대출 금리가 고공 행진하면서 생존과 사회생활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비를 제외한 모든 지출을 구조조정하고 있는 셈이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 있는 삶이 주어졌지만, 중산층마저 쓸 돈이 없다며 소비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소비 위축에 영세상인들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상위 중산층이나 부유층은 고가품 소비를 늘리는 등 '초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절벽은 실제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를 쪼개서 분석해보면 '음식 및 숙박'이 107.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물가가 상승하는 품목 상위권에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의식주가 포함되면서 돈을 덜 쓰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자 원리금 상환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계들이 여윳돈 확보를 위해 소비를 줄이고 있다.
소비심리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0으로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영세업자가 몰린 상가에는 이미 폐업했거나 폐업을 준비하는 업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이 모씨(50)는 "이달만 해도 주변 상점 중 10개 정도가 문을 닫았다"며 "다들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일부 영세업자와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가게와 공장 문을 닫는 대신 임대업에 뛰어들면서 고용 창출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이어진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외부 충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면, 신소비절벽 시대는 구조적이고 내재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와 소비 위축,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수익성 악화, 청년실업 심화 등이 악순환 구조로 맞물리면서 경기 위축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반기 취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며 소비 여력이 떨어진 데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했듯 공공부문을 제외하고는 물가 역시 2%대로 상승세가 높아 하반기에도 소비는 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 박대의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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