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80조 `결단`…투자·일자리 물꼬튼다
2018.08.08
이재용 부회장, 文대통령 만난지 한달만에 `통큰 투자`
◆ 삼성 180조 투자 ◆
삼성그룹이 앞으로 3년 동안 반도체·바이오 등에 국내 130조원을 포함해 총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8일 발표했다. 연 투자액은 예년 평균보다 50%, 채용 규모는 2배나 늘어난 천문학적인 수치다. 당초 재계에서 예상했던 투자 규모인 100조원을 크게 웃돈다. 향후 삼성그룹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가 나올 정도로 과감한 투자와 채용 규모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상고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삼성전자 평택 공장 방문을 앞두고 '대기업 구걸'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발표 자체에 상당한 부담을 안은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파격적인 수치를 내놓자 '정공법'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멀게는 연초, 가깝게는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방문 때부터 가다듬어온 투자와 채용 계획이 자칫 이 부회장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있는 그대로 평가받겠다"며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당초 이 방안은 지난 6일 김 부총리가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뜬금없는 청와대발 '구걸' 논쟁으로 발표가 늦춰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투자자금 180조원 가운데 상당액은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데이터 폭발이 향후 10년간은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고 선제적인 투자 결정에 나선 것이다. 이 기회에 중국 등 후발 주자의 도전을 완전히 따돌리겠다는 승부수도 엿보인다.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바이오·5G·전장·인공지능(AI) 등 4대 미래 사업에도 25조원이 투입된다.
눈에 띄는 점은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1만명을 키우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로 한 점이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가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방면에 걸쳐 소프트웨어 인력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필수라고 보고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은 또 2020년까지 총 4만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확정해 당초 계획(2만~2만5000명)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결단을 내렸다.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이 첨단화하면서 신규 인력 채용 여력이 축소되고 있음에도 '국난'으로 불리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다. 삼성의 과감한 투자와 채용은 대내외 악재로 의기소침해 있던 재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 외에 현대차·SK·LG 등 주요 기업도 어려운 여건이지만 투자 채용은 늘리겠다는 의지를 하나둘씩 가다듬고 있다.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전체적으로 한 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업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투자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주문했다.
규제 완화와 고용 환경 개선 등 산업계 현장 전반에 대한 애로사항을 청취해 경제적 자유를 늘려주고 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줘야 일자리도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경제를 살리려는 현장의 노력에 '구걸'이라는 편협한 잣대를 들이대는 청와대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의 '옹졸함'부터 걷어내야 정부 일자리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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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 승부수…반도체 격차 벌리며 한국 미래성장동력 책임진다
최초입력 2018.08.08
시장 예상 뛰어넘는 파격 투자…어디에 투입되나
◆ 삼성 180조 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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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삼성만의 통 큰 투자보따리로 보면 안 된다. 한국 경제의 미래 주력산업 지형이 담긴 보고서다."
8일 삼성이 단일 그룹으로는 사상 최대인 180조원의 초대형 투자계획을 공개하자 재계는 물론 해당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반응을 쏟아내며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발표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전장부품을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지목해 공개했다. 지난 7월 인도 순방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당부한 투자 확대 요청의 답안지가 삼성을 넘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첨단 기술들로 채워진 것이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주력산업에서 중국과 일본 등 경쟁 기업들이 초근접한 상황에서 이날 삼성의 미래 투자계획은 한국 산업계의 명운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이번 발표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일자리 확대 방안을 진두지휘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기도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만난 뒤 화성 반도체 공장으로 이동하며 반도체 사업을 챙기는 등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섰다.
비록 선언적 메시지는 없지만 이날 발표는 '뉴삼성'의 새로운 방향성을 알리는 이재용 부회장판 '신경영선언'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올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북미·유럽·중국·일본 등 주요 지역을 돌며 신사업 구상과 전 세계 네트워크 복원에 속도를 낸 데 이어 이번에 내놓은 파격적인 투자·채용 방안을 계기로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발표를 받아든 산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180조원이라는 투자보따리가 어느 곳에서 매듭이 풀릴지였다. 이에 대해 삼성은 주저 없이 '반도체'와 '미래성장사업'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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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반영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기존 주력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를 비롯해 AI,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 '4대 미래성장사업'에도 선제적인 투자 조치로 글로벌 주도권 경쟁은 물론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삼성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향후 3년간 국내 투자분인 130조원의 절반이 넘는 90조원~100조원이 배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자사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선제 투자를 통한 기술 격차 확대를 뜻하는 '초격차' 전략으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유럽계 핵심 부품공급사와 접촉하며 동급 수준의 미세공정 장비를 확보하려 하는 등 거센 추격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대만 TSMC에 독점적으로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네덜란드 장비기업 'ASML'이 최근 중국 업체에도 납품할 계획을 시사하면서 삼성전자를 긴장시키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물론 반도체 미세공정 장비를 도입하더라도 공정 안정화와 수율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 2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더욱 과감한 미래 투자로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도 "이번 투자 발표는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내부 위기감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는 향후 3년간 삼성이 반도체 부문에 90조원~100조원을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상당수가 반도체 협력사의 기술경쟁력 강화와 장비 국산화율 향상에 투입되기를 함께 희망하고 있다. 삼성이 최초로 공개한 4대 미래성장사업에도 25조원이 집중 투입된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껏 삼성이 미래성장사업을 특정해 공개한 적이 없었다"며 "AI, 5G, 바이오, 전장사업에 25조원이 배분됐는데 투자 상황에 따라 그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AI의 경우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가전 관련 인공지능 플랫폼인 '빅스비'의 기술 및 산업 생태계 강화에 집중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초 항소심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잇단 해외 출장에서 AI 관련 시설을 방문한 뒤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 글로벌 거점기지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국내외 거점기지에 1000명의 AI 연구개발 인재들을 영입하는 데도 상당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삼성 내부의 전언이다.
5G 사업에서도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과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얻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칩셋·단말·장비 등 전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주도해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핵심 시장에서 장악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인프라는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로봇, 스마트시티 등 다른 신산업의 기반 기술 부문인 만큼 최초 주도권을 놓치면 다른 미래사업들에서 상당한 사업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중국의 견제 속 삼성의 5G 투자계획은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바이오 부문은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나서도 이 부회장이 "제2의 반도체사업으로 키우겠다"고 투자 의지를 밝힌 분야다. 삼성 바이오사업의 심장부인 인천 송도에 정부와 지자체가 클러스터 조성을 합의할 경우 투자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해외 투자로 배정된 50조원은 주로 베트남·중국 등의 시설 투자와 함께 AI·바이오 등의 유망 해외 기업 지분 투자와 인수 등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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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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