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들 무역전쟁피해 수출전략을 현지 해외직접투자전략으로.

캘리포니아에 외국기업이 없는 이유는

최초입력 2018.08.16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시작으로 세계경제가 술렁이면서 우리나라 수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그러나 현재 무역전쟁이 주로 미국, 중국, 유럽과의 관계가 핵심이라면 우리나라가 받을 여파도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국적기업들이 주요국 간의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수출전략을 해외직접투자전략으로 바꿀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잘 살펴보고 세심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현재 글로벌 정세는 도널드 트럼프의 초기 공약인 'Buy American, Hire American' 정책에서 예견됐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물건을 팔려면 미국으로 수출할 것이 아니라 미국에 직접 와서 미국인을 고용해 생산하고 판매하라는 것이다.

 

즉 기업의 대미 수출전략을 직접투자전략으로 바꿀 것을 유도한 정책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수입품에 대해서 관세를 높이는 등 무역장벽은 높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법인세를 낮추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등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에 부응해 해외로 나간 일부 미국 기업들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리쇼어링 전략을 추구하고 다른 나라의 기업들도 미국으로의 직접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트럼프의 정책이 너무 강해서 유럽과 중국도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다국적기업들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으로도 직접 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앞으로 외국인직접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보다 효과적인 투자유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투자기업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해외투자를 할 때 크게 세 가지 조건을 단계적으로 분석한다.

 

첫째, 해당 기업의 투자동기를 만족시킬 경영요소를 현지 국가가 충분히 갖고 있는가. 여기서 투자동기는 시장추구형, 자원추구형, 효율적 생산추구형, 전략적 자원추구형으로 나눌 수 있다.

 

둘째, 이러한 요소가 충족되면 이를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되는 규제가 있는가. 만약 심각한 규제가 있다면 그 나라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셋째,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 국가 중에서 보너스 성격의 인센티브가 있는가.

 

이와 같이 투자유치를 위해선 규제와 인센티브의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투자유치국은 우선 기업의 투자동기를 충족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필요 없는 규제를 없애는 것이 금전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이 매력적이고 불필요한 규제가 없다면 특별히 다른 인센티브가 없어도 다국적기업들은 들어올 것이다.

 

반대로 투자환경이 열악하고 규제가 많다면 아무리 많은 인센티브를 주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인센티브 부여가 외국인직접투자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또한 투자유치를 위해 외국기업만 우대하고 우리나라 기업을 오히려 역차별하면 안 된다.

 

필자는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투자담당 책임자에게 외국기업이 캘리포니아에서 받는 특별한 제약조건과 인센티브가 무엇이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매우 의아한 표정으로 "캘리포니아에 등록된 기업은 모두 캘리포니아 기업이지 외국기업은 없다"고 답했다. 싱가포르의 관련 업무 담당자와도 면담한 적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에 기반한 기업(Singapore-based company)'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국내외 기업을 근본적으로 동일시하고 있었다.

 

효율적인 투자유치를 위해 한국 정부는 우리의 경쟁 상대국에 비해 더욱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국내외 기업 모두 우리나라에 많이 투자할 것이다. 정부의 주무부서는 단기적 성과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겨냥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말로 사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문휘창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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