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7
신세계·어피너티 1조 프로젝트…좌초위기 딛고 돌파구 마련
신세계그룹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퀴티파트너스의 1조원대 '한국판 아마존'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를 딛고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프로젝트 핵심인 신세계·이마트 온라인 통합법인의 연내 출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통합법인의 비밀병기는 '신선식품'이다. 기존 온라인몰이 다루지 못하는 신선식품을 앞세워 단숨에 e커머스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7일 투자은행(IB)·유통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신세계와 어피너티 간 프로젝트 협의가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와 이마트 내 온라인 사업부를 각자 분리하는 작업, 분리 후 통합해 단일 법인을 설립하는 작업이 워낙 복잡하다"며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졌으나, 최근 돌파구가 뚫리면서 신세계판 아마존 출범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양측은 1조원 프로젝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어피너티와 BRV캐피털매니지먼트가 1조원대 자금을 투자해 신세계·이마트 온라인 통합법인을 설립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발표 후 7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진전이 이뤄지지 않자 IB업계에선 프로젝트가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다. 실제로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양측이 세부적인 사안에 이견을 노출하면서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까지 갔던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통합법인의 가치 산정, 통합법인과 신세계·이마트 간 사업 관계 설정, 사업부 분리·통합 관련 법적·행정적 처리 문제, 물류센터·배송망 구축 등 구체적인 투자 대상을 놓고 양측이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양측 수뇌부가 직접 나서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철주 어피너티 부회장 간 의기투합이 위기 돌파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두 사람은 미국 브라운대 동문으로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웠던 사이다. 협상이 깨질 조짐을 보이자 두 수뇌부가 직접 나서 '상호 양보와 이해'를 주문하며 실무진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의견 일치를 이루면서 협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연내 통합법인 출범을 목표로 잡은 상태"라고 말했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준비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협상이 마무리되고 자금이 들어오면 곧바로 신세계·이마트 온라인 사업부 분할과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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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법인을 한국의 아마존으로 키우기 위해 양측은 '신선식품'을 키워드로 정했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티몬·G마켓 등 온라인 강자들과 경쟁하고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기존에 없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상 신선식품 판매는 웬만한 신뢰가 구축되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며 "이마트 신뢰도를 토대로 신선식품 온라인 판매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데 양측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신선식품으로 로열티 높은 고객을 확보한 후, 이를 매개로 나머지 상품도 더욱 편하게 소비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투자금 대부분이 냉동창고 등 신선식품 중심의 유통망 구축에 투입될 예정이다. 신규 유통센터는 경기도 하남시에 짓길 희망하지만 주민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다만 통합법인에 대한 지분율이 여전히 난제다.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율, 어피너티 측 지분율을 놓고 협의를 거듭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투자 규모가 1조원일 경우 어피너티 측 지분율을 20~30%로 본다. 반면 어피너티 측은 통합법인 가치 평가에 따라 지분율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어피너티 측 투자 규모가 1조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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