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3
`역발상 투자` 하벤스탑, 2주간 3개펀드서 12억달러 손실
"물린 투자자 많아 신규 외국인투자 찾기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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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하젠스탑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아르헨티나 금융 불안이 이머징마켓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채권시장 최대 큰손 가운데 하나인 프랭클린 템플턴이 아르헨티나 투자로 인해 불과 2주일여만에 최대 12억3000만달러(원화 약 1조374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대표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프랭클린 템플턴이 운용하고 있는 펀드 가운데 아르헨티나 투자비중이 가장 큰 3개의 펀드에서만 무려 12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보고 있다고 추산했다. 대부분 프랭클린 템플턴 펀드를 직접 책임지고 있는 마이클 하젠스탑 수석부사장은 아일랜드와 같이 과도한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의 국채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이익을 내는 소위 ‘역발상 투자’로 꽤 쏠쏠한 재미를 봐왔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상황이 달랐다. 그가 책임지고 운용하는 368억달러 규모의 플래그십 펀드인 `글로벌채권펀드`는 지난 8월에만 4.2%의 손실을 기록했고 운용자산 54억달러인 ‘글로벌토탈리턴펀드’도 같은 기간 4.3%의 손실을 내고 말았다. 이는 근 4년여만에 가장 부진한 실적이었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아르헨티나 위기가 부각되기 시작한 지난 5월에 22억5000만달러 규모의 아르헨티나 채권 발행을 주선했다가 이를 모두 떠안았다. 이 때문에 지난 6월말 기준으로 46억달러 어치 아르헨티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채무 불이행 우려감에 자국 페소화가 폭락하고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의 약발도 먹히지 않자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본부를 니콜라스 두호브네 재무장관이 직접 방문해 구제금융 자금의 조기 집행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대비 페소화는 이미 올 고점대비 50% 이상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급기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까지 나서 페소화 추락이 경제정책을 위협에 빠트리고 있다며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페데리코 카운 UBS자산운용 이머지아켓 채권부문 대표는 “현재 많은 투자자들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기 보다는 초기 반등랠리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아르헨티나 상황이 확실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투자를 늦추고 있다”며 “이미 투자자들은 몇 차례 아르헨티나 투자로 쓰디쓴 학습효과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젠스탑 부사장만 이같은 투자 실패를 경험한 것도 아니다. 한때 세계 최대 채권펀드였던 핌코 역시 지난 3월말 기준으로 53억달러 어치의 아르헨티나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과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피델리티 등도 아르헨티나에 대한 5대 채권자에 포함돼 있다. 에드윈 구티에레즈 애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트 신흥국 채권투자 대표는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저가 매수로 이익을 내고자 아르헨티나 투자를 늘렸다”며 “이처럼 많은 투자자들이 이미 큰 익스포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아르헨티나에 새롭게 투자할 외국인 투자자를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