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2 오
[한겨레]
기관은 원화대출로 만회…개인은 무방비
“국외 부동산펀드는 개인에겐 어려운 투자”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연일 폭락하면서 브라질 채권과 펀드 등에 투자한 이들의 손해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은 이른바 ‘환헤지’를 안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31일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의 가치가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인 1헤알당 267.17원까지 떨어졌다. 2011년 675.85원 최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탔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장미빛 미래’를 그렸지만, 유가 하락과 함께 2015년부터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져들었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등 정치 불안도 커지면서 환율이 흔들렸다.
그러나 브라질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대부분 ‘환헤지’를 하지 않아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됐다. 환헤지는 국외 통화를 이용한 거래에서 환율 변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환율을 미리 고정해 두는 거래방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달러 외 통화를 사용하는 나라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환헤지 비용이 커서,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환헤지를 안한다”고 설명했다.
‘환헤지’ 방어막을 없애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브라질부동산펀드다.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 부동산투자신탁1호(분배형)’ 운용보고서를 보면, 올해말 만기를 앞두고 이 펀드는 투자원금 대비 약 30% 수준에서 회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7년 동안 투자한 결과가 원금까지 대부분 까먹은 것이었다.
이 공모펀드는 브라질 상파울로에 있는 랜드마크 빌딩 호샤베라 오피스 타워를 매입하는데 투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공모펀드 800억원,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생명과 한국교직원공제회 등이 투자한 사모펀드 2794억원, 담보대출 1774억원을 모아 5368억원을 들여 건물 2동을 샀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의 지시로 국외 대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임대료도 받고 나중에 더 높은 값으로 건물을 팔아 수익을 내겠다는게 목표였다.
헤알화 가치 하락은 목표를 빗나가게 만들었다. 보고서는 “건물의 평가가치가 최초 8.4억 헤알에서 9.6억 헤알로 투자시점 대비 14% 올랐지만, 원-헤알화의 환율이 1헤알화당 640원에서 최근 290원으로 55% 하락하며 원화 환산 국내 투자 수익에 악영향을 미쳤다”다고 분석했다. 원화로 따지면 건물 값이 반토막난 셈이다. 보고서를 낼 당시는 290원이지만 31일 현재 환율은 268원까지 떨어져 손해는 이보다 더 커진 상태다.
더구나 ‘환헤지’를 안한 대가는 개인에게만 집중됐다. 사모펀드에 투자한 미래에셋생명과 교직원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는 원화대출에도 돈을 넣어, 헤알화가 폭락하더라도 정해진 원화로 대출원금과 이자를 받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대출이 상환 선순위여서 펀드에서 환차손을 보더라도 만기 때 투자한 돈 이상 회수할 것 같다. 원화대출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환헤지가 된 셈”이라고 했다. 교직원공제회는 펀드에 300억원, 대출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미래에셋생명도 2016년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담보대출에 돈을 넣어 환차손을 줄였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의 결과가 원금의 30% 밖에 안남은 경우는 보기힘든 실적”이라며 “미래에셋이 중간에 대출에 투자한 것은 펀드 손실에 대한 환헤지 생각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헤지’가 안된 프로젝트에 같이 투자했지만 기관은 원금을 지켰고 개인은 원금까지 대부분 까먹은 셈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2016년에 투자자를 위해 대출 금리를 낮추려 대주단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더 낮은 금리를 낼 수 있는 미래에셋생명이 참여한 것으로 환헤지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원화대출을 선택한 이유도 투자시점에 현지 대출금리가 13∼16%의 고금리여서 이보다 싼 원화대출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모펀드에 투자한 한 개인투자자는 “환헤지가 없는 상품에 투자한 것은 내 책임이다”면서도 “위험한 투자를 권한 미래에셋이 수수료를 모두 챙겼으면, 적어도 선순위 대출이 아닌 후순위 대출로 들어와서 회사를 믿고 투자한 개인 몫까지 챙기는 건 최소화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외부동산투자는 환율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어 개인이 투자설명만 듣고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투자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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