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3
104년 로드&테일러의 `눈물`
내년이면 위워크로 바뀔 미국 뉴욕 로드&테일러 백화점 외부 전경.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피프스애비뉴 소재 백화점 로드&테일러. 일요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5층 드레스 전용 매장에서는 몇몇 여성이 보물찾기 하듯 물건을 고르느라 바빴다. 1000달러 넘는 드레스에 75% 할인 태그가 달려 있기도 했다. 한 동양계 여성은 막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요즘 유행하는 가운을 각종 쿠폰으로 10달러대에 건졌다며 기뻐했다. 매장 직원들은 손님이 들어서도 말을 건네기는커녕 다른 직원과 잡담하기 바빴다.
내년 초 폐업을 앞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로드&테일러 현장이다.
앞으로 본격 떨이 세일(clearance sale)로 상품 정리에 나설 계획이다. 이 백화점을 소유한 캐나다 유통기업 허드슨베이컴퍼니(HBC)는 지난해 10월 맨해튼 백화점 건물을 공유 오피스업체 위워크에 8억5000만달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백화점 영업은 유지할 계획이었다. 맨해튼 매장은 수익성보다는 고급 이미지로 전국 매장을 홍보하는 상징성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판알을 튕겨본 HBC는 결국 로드&테일러 48곳 중 맨해튼을 포함한 10곳 문을 닫겠다고 최근 결정했다.
미국 최고령 백화점 폐점 소식은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물론 미국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이미 JC페니와 메이시스 등이 매장 정리를 발표한 터였다. 로드&테일러는 뉴욕 토박이 여성들에게는 사교의 장이었고 드레스 매장이 전매특허처럼 유명했다. 쇼핑을 돕는 퍼스널 쇼퍼 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미국 유통업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할 정도로 앞선 곳이었다. 특히 이 백화점의 장미 모양 로고를 단 액세서리와 의류 등 자체 패션(PB) 상품은 경쟁력이 있었다.
이 백화점 뉴욕 본점은 피프스애비뉴(5번대로)에 개장한 지 104년으로 미국 백화점 중 가장 오래됐고 2007년 뉴욕시 랜드마크로 지정됐다. 모기업 HBC는 2006년 로드&테일러에 이어 2013년 미국 백화점 삭스피프스도 인수해 운영했다. 그러나 올 1분기 삭스피프스 매출이 6%나 뛰었지만 로드&테일러는 대규모 리뉴얼 투자 등에도 불구하고 고전했다. 아마존에 대항하려던 온라인 사업이 실패했고 아웃렛 사업도 지지부진했다.
미국 유통업은 아마존이 촉발한 온라인 쇼핑 전쟁이 치열한 최전선이다. 아마존은 연회비(99달러)를 내면 이틀 내에 무료로 배송해주고 유기농 식료품점 홀푸드나 아마존북스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할인받는 프라임 회원 제도를 통해 충성 고객을 모아 왔다. 올해 4월에는 출시 13년 만에 아마존 프라임 회원 1억명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다. 아마존은 미국은 물론 영국,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등 전 세계 14개국에 진출했다.
[뉴욕 =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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