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5
사업 추진 속도 고려해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통합개발' 계획 발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서울 주택시장 안정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교통 개선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 아파트값은 여전히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노선이 있는 서울 강동구와 목동선 경전철이 지나가는 양천구의 일부 아파트값은 지난달 대비 1억원 가까이 오르는 등 가격 상승세가 무섭다.
■교통 호재 아파트, 1억원 웃돈?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4구에 포함돼있지만 강남권 이동이 어려웠던 강동구 고덕동에서는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사업 추진이 본격화됐다. 앞서 추진된 9호선 3단계 노선(종합운동장~보훈병원)은 올 하반기 개통될 예정이다.
4단계 사업은 보훈병원에서 총 3.8㎞ 구간에 길동생태공원.한영고.고덕역.고덕강일1지구까지 총 4개역을 만든다.
지난 5월 9호선 4단계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된 이후 이 노선 인근 아파트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다.
국토부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길동생태공원 인근에 위치한 GS강동자이 전용면적84㎡는 지난 5월 7억3000만~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달 동일 전용면적은 7억6500만원까지 거래됐다. 현재 호가가 8억2000만~8억3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달 새 1억원 가까이 가격이 오른 셈이다. 현재 교통 호재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호가로 실거래가 가능하다는게 단지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간 강동구 길동은 다른 강남권보다 훨씬 오르지 못했지만, 9호선 4단계 사업 추진 등으로 최근 몇달새 가격이 급등한 곳"이라고 했다. 이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대다수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사업을 등록했기 때문에 거래가능한 매물은 1주택자가 가지고 있는 극소수 매물뿐"이라며 "역이 개통하지도 않았는데 사업 기대감도 생겼고 매물도 없다보니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대로 팔 수 있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훈병원 인근 둔촌신성미소지움 전용59㎡도 지난 7월 5억6000만~5억9800만원선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6억6000만~6억7000만원으로까지 가격이 올랐다. 둔촌현대4차 전용84㎡도 지난 6월 6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7억~7억3000만원선이다.
목동선 경전철이 지나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 일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앞서 박 시장은 오는 2022년 이전에 목동선 경전철을 포함한 총 4개의 비(非)강남권 경전철 노선을 조기 착공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목동선 경전철은 신월동~당산역, 총 10.87㎞ 구간이다. 이 구간 인근에 위치한 양천구 신월동 수명산SK뷰 아파트는 두달 새 1억원 오른 아파트 가격대가 형성됐다. 국토부실거래가공개시스템과 단지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120㎡는 지난 6월 5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금은 동일전용면적으로 최소 6억3000만원 이상이어야 거래가 가능해졌다. 호가는 6억6000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단지 인근 K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서울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오르는데다, 특히 신월동은 마곡 출퇴근 수요까지 몰리면서 수요가 더 늘어난 상황"이라면서 "여기에, 목동선 경전철 착공 소식까지 더해져 재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경전철, 사업 속도 고려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교통 개선 호재로 인근 아파트 가격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데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사업 추진 속도를 고려해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 목동선 경전철은 민자 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상당기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박 시장은 시비 부담률을 높여 조기 착공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일부 국비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박 시장의 여의도 통합 개발 계획 등으로 서울 집값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국토부가 다시 '집값 옥죄기'에 들어간만큼,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는 교통망 개선 사업마저 지지부진해지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천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목동선 경전철 사업은 이미 10년 전에 발표가 됐던 사업"이라면서 "박 시장이 2022년 이내에 착공한다고 하니 지켜는 보겠지만 또 어떻게 변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 않냐"고 했다.
강동구 상일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9호선 3단계 노선도 2016년에 개통된다고 했다가 올해까지 온 것"이라면서 "4단계 노선 개통도 장기적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교통 인프라 개선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면 당연히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결정돼 인허가까지 나려면 적어도 5년은 지켜봐야하는 만큼, 장기적 리스크를 가진 호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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