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3
국민 노후자금 638조원(6월 말 기준)을 굴리는 ‘자본시장의 공룡’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두 달 전 퇴사 의사를 밝힌 대체투자 책임자를 결국 붙잡지 못하고 직무대리 체제로 전환했다. 이로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실장급 이상 고위 보직의 3분의 1이 비게 됐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7월 사직서를 제출한 김재범 대체투자실장 자리에 최근 김 실장 밑에서 일해온 이재욱(사진) 기업투자팀장을 직무대리로 앉혔다. 대체투자실은 기업투자팀·실물투자팀·대체투자관리 등 3개 팀으로 이뤄져 있다.
대체투자실은 국민연금의 국내 SOC(사회간접자본)와 부동산 투자 등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벤처, 기업구조조정, 사모펀드 등의 영역에도 집중 투자한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는 2014년 46조6500억원에서 지난해 66조8000억원으로 3년새 약 43%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주식·채권 비중을 낮추고 대체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대체투자실의 공단내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두 달 전 김재범 실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조직 분위기는 좋지 않다. 김 실장이 사표를 던진 시점이 1년째 공석인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 실패, 청와대 인사개입 논란, 조인식 CIO 직무대리 돌연 퇴사 등과 맞물리면서 직원들을 더 동요하게 만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김 실장의 사표를 받고도 두 달 가까이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김 실장을 설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조인식 직무대리가 빠지면서 비게 된 해외증권실장 자리는 한 달 만에 채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실장은 결국 떠났고, 공단은 부랴부랴 이재욱 팀장에게 대리 업무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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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실장급 이상 보직 9석 중 3석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CIO 자리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지난해 7월 사표를 던지고 떠난 후 1년 2개월째 비어있다. 여기에 국내주식 운용과 리서치, 포트폴리오 관리 등을 책임지는 주식운용실장 자리도 대체투자실장과 마찬가지로 공석이다. 주식운용실장은 김종희 채권운용실장이 겸임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의 핵심 인력 공백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민간 자산운용사 대표는 "요즘처럼 증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는 대체투자 부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CIO도 없는 상태에서 대체투자실장 직무대리를 맡은 팀장이 적극적으로 투자 집행을 결정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정원은 총 278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 전주 이전과 함께 대규모 인력 이탈이 발생하는 바람에 현재 인원은 정원보다 32명 부족한 246명에 그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목표 대비 채용률은 2015년 72%에서 2016년 61%, 2017년 42%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전준범 기자 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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