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합투자기구관련 제도,법규등

펀드당 최대 투자자수도 49人→100人 확대.전문투자자 등록절차 간소화 은행·증권사서도 직접 가능

Bonjour Kwon 2018. 9. 28. 07:21

 

2018.09.27

 

거액 자산가 A씨는 얼마 전 베트남 상장 기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 사모펀드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귀가 솔깃했다. 베트남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긴 했는데, 요즘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이 워낙 부진한 터라 막상 베트남 주식에 들어가기는 꺼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환사채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당장은 회사채처럼 고정 수익을 볼 수 있지만 일정한 기간이 지나 주식으로 전환되는 만큼 리스크를 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A씨는 좀 더 자세한 상품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당장 거래하는 증권사 PB를 찾아가 운용사에 자료를 요청해 달라고 했지만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 투자할 게 아닐 경우 호기심에 자료 요청하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이 펀드는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49인 이하의 투자자에게만 청약을 권유할 수 있다는 것. A씨 같은 투자자가 자료만 받아가고 투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투자 기회를 뺐는 셈이라 맘대로 자료를 못 주겠다는 게 운용사의 대답이었다. A씨는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이나 되는 금융상품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투자하라는 것이냐"며 화를 냈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PB의 말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광고

 

inRead invented by Teads

 

앞으로는 A씨처럼 투자를 하고 싶었는데 사모펀드 49인 규제에 막혀 투자를 못하는 사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사모펀드 제도 개편 추진 방향에 따르면 사모펀드 투자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사모펀드 투자자 수가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청약을 권유할 수 있는 일반투자자 수는 49인 이하로 유지된다. 그러나 전문투자자나 기관투자가에는 무제한으로 청약을 권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사모펀드에 처음 투자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사모펀드 재투자는 쉬워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전문투자자 등록 절차를 더 간단하게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개인이 전문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잔액이 5억원 이상 되면서 소득은 1억원 이상, 혹은 재산이 1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고도 금융투자협회에 직접 전문투자자 등록을 마쳐야만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은행이나 증권사 판매사에서 자체적으로 심사해 요건에 맞으면 전문투자자로 등록해줄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할 예정이다. 9월 현재 우리나라에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개인은 1981명이다.

 

[한예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