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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계 규제 완화…'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만 키운다. 과당 경쟁만 초래할 것. 금융지주,대기업자본이 결국시장 잠식 형태로 변질우려

Bonjour Kwon 2018. 10. 2. 08:40

금투업계 규제 완화…'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만 키운다

 

2018.10.02

인적·물적자원은 변하지 않은 불공정 시장에서 대형 자본과 소형자본이 경쟁하면 결국 소형사들만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본시장 혁신을 목표로 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기조가 대형 증권사들의 배만 불리며 금투업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해 초 자산운용사 인허가 문턱을 낮추며 신규 운용사들이 우후죽순 늘어난 가운데 증권사 설립 규제 완화도 중소형사간 과당 경쟁만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6978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2007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실제 증권산업의 자산규모는 지난 3월 기준 411조원으로 5년전에 비해 52.1%가 성장했다. 다른 업권과 비교해서도 증권업의 자산규모는 크게 증가한 셈이다. 은행산업의 총 자산이 34.2% 늘었고, 보험산업이 44.9% 증가한 것과 비교할때도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증권산업의 자산이 급증한 배경에는 대형 증권사들의 몸집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기준 5곳 대형 증권사의 평균 총자산은 44조3600억원으로 중형사(19조200억원) 보다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형사들의 자산규모가 5년전 대비 크게 늘어난 것에 비하면 중형사들의 자산규모 증가속도는 미미했다.

 

실제 지난 2012년말 기준 대형사의 평균 총자산 규모가 중형사의 1.45배였는데 올해들어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는 금융당국이 최근 몇년간 대형사 위주의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장정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증권산업에서 대형증권사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했는데 최근에서야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시발점이 된 정책은 2013년에 도입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라고 말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대해 프라임브로커 등 신규업무를 허용했고 2016년 8월부터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경우에 단기금융업무를 인가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자금조달원을 통해 신규업무가 가능해지자 대형증권사들은 자발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대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들보다 자산대비 총부채 비율이 80%대 후반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규제완화 정책이 진입장벽을 낮춰서 독점적 지위를 허물수는 있지만 대형화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불공정한 시장 환경속에서 중소형사들의 생존이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시장 활로를 위해 진입장벽을 낮춘다고 하지만 대형화 중심의 시장구도를 더욱 굳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은 좋지만 인적·물적자원은 변하지 않은 불공정 시장에서 대형 자본과 소형자본이 경쟁하면 결국 소형사들만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굳이 비유하자면 초등학생 경기장에 대학생들이 들어오는 격인데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서 금융지주나 대기업 자본이 결국 시장을 잠식하는 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