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사.건설사

디벨로퍼의 진화 "상가 직영…중장기 가치 창출.HMG·네오밸류·내외주건 등 분양보다 상권 활성화에 주력

Bonjour Kwon 2018. 10. 18. 09:51
분양상가 일부 직접 운영


영화관·스포츠시설 등 직영
자체 상가 브랜드 운영도
전통시장 점포·청년창업 지원

최근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개발하는 상가 일부를 직접 보유하면서 운영에 나서 상권 활성화에 주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상 개발이익을 목적으로 상가를 전부 분양하는 ‘단타형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임대운영을 통한 중장기적인 가치 창출이 목표다.

◆‘앵커시설’ 확보해 상권 활성화 도모


경기 시흥시 장현지구에서 복합쇼핑몰 ‘시흥 플랑드르’를 분양할 예정인 시행사 HMG는 이 상가의 절반 이상을 준공 전 임대하기로 했다. 미리 ‘앵커시설’(유동인구를 모으는 핵심 점포)을 유치해 상권을 빠르게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영화관과 스포츠시설 등 일부는 직영 임대하기로 했다. 상가의 소유주가 지나치게 많으면 일관된 테마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상가는 판매용 점포 외에도 독특한 체험형 시설을 다채롭게 들일 예정이다. 수영장을 포함한 가족 스포츠시설과 어드벤처시설 등 어린이용 체험공간, 옥상 야외 풋살장, 달리기 트랙장 등을 조성한다. 동화를 테마로 한 정원과 광장도 마련할 예정이다. 부부와 아이로 구성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수도권 택지지구의 특성을 반영했다. 쇼핑·레저·문화시설을 아울러 일대 주민 명소로 거듭나고 방문객 체류 시간을 늘린다는 취지다.

김한모 HMG 대표는 “지역 특성에 맞춰 지속 가능한 상권을 조성하면 자연히 일대 가치가 오르기 마련”이라며 “디벨로퍼로서 단기 수익보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는 게 더 가치있는 시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상가 브랜드까지 내세워

시행사 네오밸류는 경기 광교에 내년 4월 정식 개장이 예정된 ‘광교 앨리웨이’를 분양하는 대신 전부 소유할 계획이다. 앨리웨이는 네오밸류의 독자 상가 브랜드다. 이 회사는 인천 미추홀구 도화도시개발사업지구에 조성 중인 ‘앨리웨이 인천’도 약 65%를 직접 운영한다. 앞서 위례신도시에서 공급한 주상복합 ‘위례 아이파크’의 단지 내 상가 ‘앨리웨이 위례’ 역시 40%를 보유하고 있다.

네오밸류는 음식·문화·레저스포츠 등에 걸쳐 자체 브랜드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상가에 입점시켜 상가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자회사인 어반라이프가 운영 중인 식빵 전문 빵집 ‘밀도’가 그런 예다. 밀도 성수본점은 줄을 서서 사 먹는 빵집으로 유명하다. 위례 아이파크 2차 상가에선 북카페인 ‘니어마이비(Near My B)’를 운영하고 있다. 광교 앨리웨이엔 자체 웰니스 브랜드인 ‘에필 필라테스’를 입점시킬 예정이다.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는 “상업시설 사업의 목표는 상가 활성화를 통해 주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상가를 꾸준히 운영해 지역 주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 네트워크 및 주민 활동의 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숨은 맛집 발굴…청년 창업도 지원

전통시장 점포를 상가로 끌어들이는 사례도 등장했다. 부동산 개발·분양업체인 내외주건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개발 중인 복합쇼핑몰 ‘피크닉’의 분양 점포 122실 중 20%를 자체 보유해 운영한다. 이 상가에 자체 브랜드인 ‘대대손손 프로젝트’를 들였다. 20년 이상 한 지역에서 영업 중인 ‘맛집’과 청년 창업자를 연계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유명 맛집을 유치하면서 청년 창업도 지원한다는 취지다. 전통 사업자는 청년 창업자에게 음식을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전통 사업자는 청년에게서 최신 트렌드를 배울 수 있다


내외주건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 창업자에게 점포 약 30㎡의 2년치 임대료를 무상으로 지원해준다. 창업에 필요한 세무·마케팅 교육 기회도 제공했다. 일대 유명 노포(老鋪)가 세 곳, 청년 창업팀이 7곳 입점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맛집으로 유명한 가게가 모여 있으니 방문객이 늘고, 유동인구가 인근 점포로도 퍼지는 선순환 효과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