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1
윤종규 KB금융 회장
KB금융그룹이 다른 금융그룹을 제치고 올해 나온 대형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의 금융주간사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은행·증권 중심으로 그룹 내 투자금융 부문을 합친 기업투자금융(CIB) 부문 출범 이후 거둔 최대 실적이다. 이자수익에만 의존하던 기존 수익구조를 벗어나려는 KB금융의 노력이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8~10월 총 1조1900억원 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 금융주간사로 선정됐다. 8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주관하는 40㎿ 규모, 총사업비 2300억원의 인천연료전지발전 사업의 금융자문·주선사 자리를 따냈다.
이어 9월에는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5500억원 규모 제주 한림 해상풍력발전의 금융자문과 주선사로, 지난달에는 한양이 주관하는 전남 해남에 들어서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솔라시도' 내 태양광발전 사업의 금융주선사로 선정됐다. 사업 규모는 4100억원대다. 이들 3개 프로젝트 모두 연료전지, 풍력, 태양광 등 올해 국내에서 3대 신재생에너지 개발 분야에서 최고 대어로 꼽힌 사업이다. 이 때문에 KB 같은 금융그룹을 포함해 은행·증권까지 많게는 10여 곳이 입찰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전통적 인프라스트럭처 금융의 강자인 KDB산업은행도 참여했지만 KB금융이 산업은행까지 제치고 초대형 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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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주선은 신재생에너지처럼 대형 개발사업에 필요한 개발비 조달을 맡는 것을 말한다.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은 총사업비 4100억원 가운데 3600억원을 KB금융이 KB국민은행 대출, KB자산운용이 만든 신재생에너지펀드와 함께 다른 금융사·기관투자가들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채운다.
인천연료전지발전처럼 금융자문까지 함께 맡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주간사와 함께 전체적인 사업구조부터 함께 짠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은 주선 수수료와 함께 대출에 따른 이자수익, 경우에 따라 향후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가동된 후 운용수익도 일부 가져간다. 사업에 연계된 기업 내부 거래 등 부수거래를 가져오는 효과도 있어 이 같은 금융주선 사업에는 최근 비이자수익을 늘리려는 금융그룹이 모두 뛰어들고 있다. 신재생 분야 빅3 사업을 모조리 따낸 만큼 개발사업 금융주선 시장에서 KB금융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가 매년 나라별로 금융주선 거래 총액을 집계해 내놓는 금융주선 부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KB는 올해 1~10월 총 82억달러(약 9조2600억원) 실적으로 신한금융(42억달러)과 산업은행(38억달러)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KB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3년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찌감치 이 분야 전문가를 키우고 향후 에너지 개발사업 규모가 커질 것을 예상해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것이 KB금융이 인프라 금융주선 시장을 독식하는 비결로 꼽힌다.
2008년 KB금융은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순환근무를 하지 않는 '전문직군'을 신설해 인프라, 인수·합병(M&A) 등을 담당하는 부서에 적용했다. 그 결과 현재 국민은행 인프라금융부 근무자들 최고 업력은 17년에 달한다.
오보열 KB금융 CIB 총괄대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맞춰 연간 10조원 규모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이에 맞춰 추가 펀드를 내놓고 내년에는 신재생에너지 금융 전담팀을 새로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 진행되는 사회간접자본(SOC) 금융주간 사업에도 뛰어든다.
금융주선 분야 실적 호조 덕택에 KB CIB 부문이 올해 거둔 영업이익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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