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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인수자 미리 찜했더니…M&A성공 늘어.회생법원 新M&A `스토킹호스` 기업회생 구원투수

Bonjour Kwon 2018. 12. 19. 05:11

 

2018.12.18

 

공개 입찰전 수의계약으로

유찰리스크 대폭 줄이고

매수자 `승자의 저주` 피해

 

레이크힐스순천·STX건설등

올 새주인 찾은 기업 60%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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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억1만원'. 회원제 골프장 레이크힐스순천CC의 매각금액이다. 보기 드물게 전체 매각가에 '1만원'이 표기된 건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이크힐스순천CC는 거듭된 경영 악화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때마침 골프장 매물을 찾던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카운티가 이 사실을 알고 레이크힐스순천CC와 700억원의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같은 달 진행한 공개입찰에서 강동그룹이 730억원을 제시하자, 골프존카운티는 고민 끝에 1만원을 더 얹어 우선매수권을 행사했다.

 

그 결과 레이크힐스순천CC는 30억원 이상 많은 금액을 확보했고, 골프존카운티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우량 업체를 사들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STX건설, 한일건설, 성우엔지니어링, 송인서적도 새 주인을 만나 빠르게 정상화 중이다.

 

18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새 주인을 찾은 회생기업 24곳 중 레이크힐스순천CC와 같이 '스토킹 호스'를 채택한 경우는 15건(62.5%)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토킹 호스는 회생기업이 공개입찰 전에 인수의향자를 수의계약으로 미리 선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후 실시한 공개입찰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인수의향자가 매수권을 갖는다. 만일 새로운 경쟁자가 더 나은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한 경우에는 인수의향자에게 이를 뛰어넘는 조건을 다시 제시해 인수하도록 하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

 

현재 스토킹 호스로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인 기업도 2곳이다. 도입 첫 해인 지난해 15곳 중 3곳(20%)이 스토킹 호스를 선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앞서 회생법원은 회생기업들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생을 위해 지난해 스토킹 호스를 도입했다.

 

이처럼 많은 회생기업이 M&A 과정에서 스토킹 호스를 활용하는 것은 공개입찰 때 매수자를 찾지 못해 발생하는 일명 '유찰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입찰에서 계속 유찰될 경우 '파산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매수자를 찾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실제 법정관리 신청을 고민하는 기업 상당수가 이러한 낙인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스토킹 호스는 예비 매수자를 미리 내정해놓고 회생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그만큼 빨리 시장에 복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쟁력을 갖춘 회생기업을 인수하려는 매수자도 '승자의 저주'를 예방할 수 있다. 공개입찰 때 경쟁자가 입찰가로 얼마를 제시했는지 알지 못해 무리하게 돈을 써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그동안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토킹 호스를 활용하면 경쟁자가 없을 경우 원래 예상했던 가격 등 조건으로 회생기업을 인수할 수 있고, 경쟁자가 있다면 더 많은 돈을 써서 인수하거나 과하다고 판단해 포기할지 선택하면 된다.

 

입찰에서 경쟁이 붙어 가격이 올라가도 회생기업 입장에선 더 많은 인수대금을 확보할 수 있어 나쁠 게 없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토킹 호스 도입 이후 회생기업들의 M&A 실패율이 크게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회생기업은 물론이고, 회생절차를 통해 재무상태를 크게 개선한 업체들을 인수하려는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들도 스토킹 호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회생절차를 밟았던 많은 '알짜기업'이 스토킹 호스를 통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STX건설은 2016년 매각 실패 이후 지난해 상반기 스토킹 호스를 통해 재매각을 추진했다. 그해 10월 부동산컨설팅 업체인 코리아리츠와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었고, 이후 공개입찰을 거쳐 최종 매각됐다.

 

또 한일건설은 인수예정자였던 고려제강이 설립한 인수목적회사 '베라체홀딩스'에 넘어갔다. 당시 공개입찰에 삼라마이다스(SM)그룹이 참여했지만, 고려제강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했다. 성우엔지니어링도 인수예정자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 예정대로 매각됐다.

 

■ <용어설명>

 

▷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 회생기업이 인수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방식을 말한다. 회생기업은 인수의향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개입찰을 하는데, 응찰자가 없으면 인수의향자가 최종 인수예정자로 확정된다. 반면 더 나은 조건을 낸 응찰자가 있으면 기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 제도 도입 이전에는 이 같은 과정 없이 공개입찰을 했다. 스토킹 호스는 원래 사냥꾼이 몸을 숨기고 사냥감에 접근하기 위해 위장한 말을 의미한다. '들러리'라는 뜻도 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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