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회사

증권사의 부동산 우발채무 24조원 육박…커지는 공포감. ◇저축은행 사태와 다르다…"LTV 낮게 관리"

Bonjour Kwon 2019. 1. 8. 13:27

2019.01.08

 

총 우발채무 34조원 중 약 70%가 부동산 관련 추정

직접 PF 보증하는 신용공여 비중 9년새 1% → 77%

메리츠종금 5.6조원 최다…KB·미래·NH농협證 순

 

증권사들의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가 작년 9월말 기준 2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발채무는 현재는 부채가 아니지만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확정될 수 있는 부채를 말한다. 증권사의 경우 2014년 이후 급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늘려온 증권사의 수익성은 호전됐다. 하지만 지난해 9.13 대책 이후 부동산 투자심리가 위축돼 무너지는 사업장이 나오면서 증권사로 불똥이 옮겨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부동산 경기 악화가 건설사보다 증권사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DB

◇2014년 이후 빠른 속도로 늘어난 PF대출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금액은 지난해 9월 기준 3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9개월 새 21.5% 늘어난 것으로 전체 자기자본의 63.7%에 달하는 규모다. 증권사 우발채무는 2013년 3월말만 해도 10조원 남짓이었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은 21~25%선에 그쳤다. 그러다 부동산 회복세와 함께 가파르게 늘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 신용등급이 대폭 하향 조정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막혔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가 보증을 서면서 큰 수익을 낸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등 일부 증권사가 큰 재미를 보면서 다른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증권사는 PF대출의 보증을 선 뒤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유동성 공여, 직접 PF 보증에 나서는 신용공여 등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자금을 지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증권사 전체 우발채무의 70%가량이 부동산 PF대출 보증인 것으로 추산된다. 23조~24조원이 부동산 경기와 밀접한 영향 아래 있는 셈이다.

 

증권사별로는 작년 3분기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우발채무가 5조6082억원으로 가장 많고 KB증권(3조1286억원), 미래에셋대우(3조228억원), NH투자증권(2조5373억원) 순으로 많았다. 한 대형 증권사 사장은 "지금은 대형 증권사 모두 부동산 비중이 높다"면서 "주식시장은 급락해도 괜찮지만, 부동산 가격은 급락하면 안 된다고 얘기할 정도"라고 했다.

 

일부 신평사는 우발채무를 이유로 일부 증권사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크레딧분석 담당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일부 신평사가 증권사에 대해 우려하는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증권사의 우발채무 중 유동성 공여보다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신용공여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우발채무 중 신용공여 비중은 2010년만 해도 1%를 밑돌았으나 현재는 77%선이다. 둘째는 시공사 보증이 없는 PF 딜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사업장이 무너질 경우 온전히 증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셋째는 PF 만기가 1년 미만에서 2~3년으로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장기화되면 잠재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 사태와 다르다…"LTV 낮게 관리"

 

증권업계에서는 아직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2011년 저축은행 당시와 달리 최근 증권사가 집중해 온 대출은 비교적 담보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증권사가 주로 집행하는 신용공여는 미분양담보대출확약과 기타채무보증이다. 과거 저축은행이 문제가 됐던 대출이 착공 및 인허가 전 토지매입자금을 빌려주는 '브릿지론'이었다면, 증권사는 실제 착공 이후 사업 자금을 빌려주는 형태라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장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의 경우 건물을 지은 뒤 미분양이 발생하면 보증액만큼 사업자에게 대출을 해주고 대신 채무를 짊어지는 형태다. 수수료는 확약금액 대비 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증권은 2016년 기준 채무보증 규모가 큰 9개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 담보대출비율(LTV)이 50% 이하인 채무보증이 63%(금액 기준)였다고 밝혔다. 김지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는 위기 발생 시 부동산을 빨리 팔 수 있도록 확약 조건을 명시해놓고 있고, 대출 한도를 담보가액 대비 최대한 낮게 설정했다"면서 "사업장 실체를 잘 모른다는 점 때문에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으나 세세히 따져보면 안정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했다.

 

김기명 애널리스트도 "신평사의 시각을 감안했을 때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100%를 상회하거나 육박하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어 부동산 경기 둔화로 증권사의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저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