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P2P)

P2P 대출 개인 투자한도 늘리고 금융사 참여도 허용. '큰손' 금융회사의 P2P 상품 투자도 허용.

Bonjour Kwon 2019. 2. 12. 09:03

2019.02.12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 대출의 해외 제도 현황 및 국내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축사를 히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P2P 금융의 투자 한도가 업체당 1000만원에서 대폭 상향되고 저축은행·캐피탈 등 기존 금융회사의 P2P 상품 투자가 허용

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누적 대출액만 5조원을 돌파한 P2P 대출 시장의 규제 빗장을 열어 핀테크(IT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해서다.

 

◇P2P 개인 투자한도 늘리고 금융사 참여도 허용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P2P 금융 법제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P2P 금융은 돈을 빌리려는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에서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회사가 대출을 신청하면 P2P 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해 돈을 전달하는 구조다.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를 끼지 않는 만큼 대출자는 이자를 덜 내고 투자자는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P2P 누적 대출액은 2016년 말 6000억원에서 현재 5조295억원으로 불어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신종 서비스인 P2P 금융을 관리·감독하기 어려워 금융 당국이 직접 P2P 법제화 방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공개한 법 초안을 보면 금융 당국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P2P 업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우선 현재 당국이 행정 지도하고 있는 P2P 대출의 개인 투자 한도를 기존 대출 건당 500만원, P2P 업체당 1000만원에서 큰 폭으로 올리기로 했다. 업체당 투자 한도를 폐지하고 P2P 업계 전체 투자액을 기준으로 더 높은 금액의 한도를 새로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투자자 선호도가 높은 우량 P2P 업체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금융회사의 P2P 대출 상품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은 금융 당국의 행정 지도에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기존 금융회사도 선뜻 P2P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기관 투자자가 개별 P2P 상품의 전체 투자 모집액 50% 미만까지는 돈을 댈 수 있도록 해 ‘큰손’의 참여로 시장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금은 금지하고 있는 P2P 업체의 자기 자금 투자도 가능해진다. P2P 업계는 금융회사의 기관 투자와 함께 업체의 자체 자금을 통한 투자를 허용해야 신속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다며 당국에 규제 완화를 요청해 왔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대출자에게 투자자 모집 전에 P2P 업체 돈으로 ‘급전’을 빌려주겠다는 얘기다. 송현도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P2P 대출액의 일정 비율까지는 투자자 자금을 우선 모집하고 모자라는 부분만 업체의 자기 자금 투자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 환영…투자자 피해, 금융 불안 우려도

 

 

 

 

금융위는 이달 또는 다음달부터 국회에서 관련 입법 논의를 시작하면 정부 방안을 토대로 P2P 금융 법제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법 제정안이 3월 중 국회를 통과하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했다.

 

P2P 업계는 정부 방안을 반기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핀테크산업협회장)는 “기관 투자는 P2P 금융의 안전하고 빠른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정책”이라며 “기관 투자자가 직접 실사를 통해 해당 P2P 업체가 투자할 만한 곳인지 검증할 수 있고 대출자에게도 돈이 빠르게 전달될 수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큰 우려는 P2P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가 투자자 피해나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국내 P2P 업체 178개 회사를 검사한 결과 20개 사에서 사기·횡령 혐의를 확인해 검찰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전체 P2P 대출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물론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도 오히려 개인의 대출과 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등 관리·감독의 고삐를 죄는 추세다.

 

정부 대출 규제의 사각지대나 이자 장사가 어려워진 금융회사의 규제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국회의 법안 논의 과정에서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 방침이 수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장경운 금감원 핀테크지원실장도 공청회에서 “P2P 업체가 받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대출자의 비용 부담이 높고, P2P 대출의 부동산 쏠림 현상도 심한 상황”이라며 “P2P 대출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대안적인 여신 심사 기능을 해서 소비자 지원과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방안을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