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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증여 상속 세'0', '윗돌 빼 아랫돌 괴는 愚' 더이상 범하지 말고.대기업=적폐 청산하고 포지지프게임으로 자본주의 복원력 살려야.

Bonjour Kwon 2019. 4. 17. 07:31

[서양원 칼럼] 윗돌 빼 아랫돌 괴는 愚

최초입력 2019.04.17

 

60대 후반인 한 중견기업 오너는 한국 사업을 정리하고 싱가포르행을 고심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의 부담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수출 오더를 못 받는 상황도 분통 터진다.

 

이러던 차에 싱가포르 투자 추천을 받고 현장을 다녀왔다. 상속세·증여세·양도세가 없다.

 

법인세도 우리보다 8%포인트 낮은 17%다. 매력적인 투자여건이라고 판단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위원회(EDB)와 IE(International Enterprise) 직원들은 고심하는 우리 기업들 사정을 훤히 들여다보고 접근한다. 투자이민을 장려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직접 관장하는 산업단지인 인도네시아의 빈탄, 바탐, 카리문과 말레이시아의 조호르바루 등에 투자할 것을 안내한다. 이곳에선 근로자 임금이 월 160~300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영주권, 시민권을 받는 데 공식적으론 3~5년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알짜 기업인에겐 특별대우를 해준다. 기업 오너들에겐 `치명적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상황 때문에 싱가포르, 베트남 등으로 떠나는 기업인들이 계속 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오너의 70%가 60대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을 포기하거나 한국을 떠나는 기업인들은 더욱 늘 것이다. 제조업이 위축되고 산업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중대사로 간 장하성 전 정책실장 말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좋아져서 지금쯤은 탄력을 받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수, 설비투자, 일자리 등 각종 경제지표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실패라고 얘기한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10대 그룹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중소기업 이익률 또한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다보니 먼저 자영업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보호를 받는 대기업 및 금융기관의 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한 근로자들의 주머니는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정부 돈이 노인 등 단기 일자리에 집중되고 공무원 늘리는 데 사용되다보니 젊은 세대의 부담만 키우고 있다.

 

이는 모두를 루저로 만드는 `소주성`의 네거티브 정책 특성 때문이다. 경제 상황을 모른 채 대기업들, 부자들 돈을 중소기업, 서민들에게 돌리겠다는 발상이 경제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꼴이다. 이 정책을 고집하면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당장 경제적 가치의 총합이 플러스가 되도록 포지티브 게임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과제는 반기업정서 해소다. 문재인정부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대기업=적폐`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다. 지금 이 인식 자체를 청산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외롭게 싸우는 대기업의 경우 잘나가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패지는 말아야 한다. 모 대기업의 경우 2년 반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애를 먹고 있다. 혐의 건수의 90%가 이미 무죄 판정을 받았는데도 시간을 끌며 애를 먹이고 있다고 한다.

 

이번 조양호 한진 회장의 죽음에 대해 재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11곳의 정부부처가 압박을 하고, 마침내 국민연금이 이사직에서 쫓아내는 것을 보면서 이 정부 내에서는 조용히 엎드려 있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다음 과제는 임금의 경우 생산성 범위 내에서, 경제 운용은 합리성과 효율성 원칙 아래 집행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을 포기하게 하거나 탈한국을 부추기는 상속세를 기업할 마음이 생기도록 조정해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가 밝힌 상속세 완화 방안은 `언 발에 오줌 누기` 꼴이 될 수 있다.

 

정치권력이 포퓰리즘으로 잠시 인기를 얻을지 모르지만 국민은 냉정하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실패한다. 경제 상황이 지금 추세대로 악화되면 여당은 내년 총선에서 필패한다. 이 경우 문정부의 레임덕은 일찍 시작될 수 있다. 국민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고, 청년에겐 희망을 줄 수 있는 경제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고, 코스닥에서 대박이 나오게 하는 역동적인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저력을 갖고 있다. 전쟁의 폐허에서 가장 짧은 시간 내 부강해진 유일한 국가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네거티브 게임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 자본주의 복원력(Resiliency)을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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