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하는 행동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가장 큰 결점이다. 출처= ALISON SEIFF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모든 답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간부들은 종종 다른 이들에게 조언을 듣는 것을 자신의 위신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이를 거부한다. 이런 사람들은 치유가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야심 찬 간부들은 종종 자신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나마 그들 중 일부는 뒤늦게서야, 당시에 남보다 앞서 출세하는 것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아는 게 없었는지를 깨닫지 못했다고 시인한다.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상사나 동료와 마주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다른 사람들을 의사결정에서 배제하고, 협력의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고, 회의를 장악하려 하며, 비판에 저항하는 태도를 보인다. 리더십 코치와 직장 생활 연구원들은, 모든 것을 아는 척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남에게 약해 보이지 않기 위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San Jose)에서 클라우드 기반 통신망 제공사업체 8x8社를 운영하고 있는 비크 버마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척 행동하곤 했다고 술회한다. 그는 20대 후반부터 경영자 역할을 해 왔다.
"나는 절대 잘못하는 법이 없는 놀라운 아이였습니다. 내 결정이 항상 옳다는 것이 밝혀질 때마다 나는 내가 정말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실 이전 세대에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리더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더십 개발 회사인 RHR 인터내셔널(RHR International LLP)의 폴 위넘 CEO는 "오늘날에는 조직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훨씬 깊어지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그러한 접근방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질레트(Gillette)의 전 CEO이자 현재 파이자(Pfizer)의 이사인 제임스 킬츠는 “오히려 오늘날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하는 행동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가장 큰 결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그러나 "자문을 구하는 것은 결코 약점의 표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이전 세대의 리더들은, 궁극적으로 더 포괄적인 의사결정자가 되라고 배웠다고 말한다. 사모펀드 회사 에이콘 인터내셔널(ACON Investments LLC)의 경영 파트너 아론 슈바르츠는 1999년부터 이 회사의 수 많은 임원 후보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영자들이 회사의 성장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의 일이 직원들로 하여금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짜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우선순위만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8x8社의 버마 CEO의 경우, 그가 그런 과거의 통념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사건이 2000년에 벌어졌다. 당시 그는 디자인 엔지니어로서 물류 스타트업 사비 테크놀로지(Savi Technology)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그 해 별다른 조사도 하지 않고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있는 380만 달러짜리 집을 현금으로 구입했다. 주변의 친구들이 캘리포니아의 부동산은 결코 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당신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당신은 주변에는 어느덧 당신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게 될 것입니다.”
2주 후부터 주식 시장이 폭락하기 시작하더니 불과 몇 달 새에 그의 집은 200만 달러나 떨어졌고 2005년에 그 집을 팔 때까지 거의 회복하지 못했다.
"집을 산 것은 내게 있어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큰 재무적 결정이었는데, 그만 완전히 망쳐버렸지요."
혹독한 대가를 치른 이후, 그는 사비 테크놀로지에서 임원을 채용할 때 각기 다른 관점과 배경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면접을 보면서 후보자에게 자신을 바보라고 간주하고 그가 회사에서 잘못한 것을 지적해 보라고 요구했다. 2013년부터 8x8社를 경영하면서 그는 모든 신입 사원에게도 이 같은 요구를 하면서 그들로부터 최고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그런 직원들에게 상을 주었다.
그는 또 직원들에게 자신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며 "자신이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것을 보면 하시라도 자신을 지적하라고" 직원들을 격려한다. 이 같은 그의 변신이 성과를 낸 것일까? 8x8社의 매출은 그의 임기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초보 임원들은 자신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패턴을 억제하기 힘들다. 가우라브 "G" 차브라는 지난 2005년 불과 35세의 나이에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는 복잡한 기업 대출을 관리하는 GE캐피털의 한 부서를 담당했는데, 사실 그 업무는 그가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그는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이전에 그가 맡았던 팀보다 10배나 큰, 구성원이 100명이나 되는 빠르게 성장하는 팀을 맡게 된 것이다.
"속으로 정말 무서웠다"라고 차브라는 회상한다. 부하직원들로부터 믿을 만한 지도자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마음에, 그는 자신이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말한다. 아주 가끔 직원들에게 질문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전문지식이 필요한 한 중요한 직책에 한 사람을 채용했다. 차브라는 그가 말을 유창하게 잘했기 때문에 그를 채용했는데, 일부 팀원들은 그 사람이 전문 지식이 부족해 그 직책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 사람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뒀고 그의 중도 퇴사는 리더로서 차브라에게 ‘치명적 순간’이 되었다.
이후 8명으로 구성된 그의 리더쉽 팀은 그에게 전권 또는 거부권을 주는 대신 집단적인 결정에서 (81ns의 1에 해당하는) 한 표를 주는 것으로 채용 과정을 쇄신했다. 2009년 GE를 떠나 지금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앨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에서 전무로 재직하고 있는 차브라는 이후 “채용 과정이 순조롭게 잘 돌아갔다”고 술회했다.
또 다른 전 GE 임원이었던 베스 컴스톡은 팀원들의 솔직한 피드백 덕분에 자신이 모든 것을 아는 척하는 태도를 버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2002년 GE의 홍보담당 부사장 시절, 성과 평가 조사를 받은 많은 부하 직원들이 조사 중에 자신의 생각을 묻지 않았다고 그녀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부정적인 피드백에 시달릴까봐 처음에는 직원들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비난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직원들의 이의 제기를 수용했다.
“내가 직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면, 직장에서 계속 승승장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GE는 2003년 컴스톡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2015년에는 첫 여성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장수 CEO였던 제프리 이멜트가 떠난 직후 2017년에 그녀도 사임했다.
사모펀드 회사인 KKR & Co.의 피트 스타브로스 파트너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자신의 태도를 중단하는데 RHR 리더십 코칭의 도움을 받았다.
“상사들이 내 생각에 대해 질문을 하면, 나는 매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그들에게 ‘그 문제에 관한 한 내가 최고’라는 것을 즉시 납득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상사들이 내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지요.”
그러나 그의 상사들은 그가 외부의 비판을 너무 쉽사리 무시해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의 리더십 코치인 RHR의 폴 위넘 CEO는 스타브로스에게 “다른 사람의 지적에 반응하기 전에 잠시 멈추라”고 조언했다.
스타브로스는 “방어적 태도를 취하는 대신 배운다는 자세로 경청하면서 다양한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점점 나아지고 잇다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홍석윤 기자 syhong@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05.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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