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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빅토리아시크릿에 무슨 일이…"불편한 속옷 싫다" 소비자 외면

Bonjour Kwon 2019. 5. 18. 22:13

2018.09.03

美 유통업 호황에도 부진한 빅토리아 시크릿

"불편한 속옷·섹시 마케팅 싫다" 소비자 외면

 

‘섹시한 속옷’의 대명사인 빅토리아 시크릿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최대 속옷 회사 빅토리아 시크릿은 올해 매장 20개를 닫는다고 최근 밝혔다. 올 1분기와 2분기 매장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 1%씩 감소하자, 매장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들어 미국 유통업이 전반적으로 부활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빅토리아 시크릿은 유독 부진하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미국 패션 전문지 WWD에 따르면 지난해 빅토리아 시크릿의 월 비교 매출은 상반기에만 매달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14%씩 감소했다. / 빅토리아 시크릿 제공

빅토리아 시크릿은 한 때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속옷 브랜드였다. 8등신의 모델을 내세운 화려한 패션쇼, ‘여성스럽고 도발적인’ 디자인의 속옷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 "빅토리아 시크릿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불편한 속옷을 고집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회사 L브랜즈의 영업이익은 17억2800만달러를 기록, 2016년보다 15.9% 감소했다. L브랜즈의 주가도 올해 초 주당 60달러에서 지난달 31일 기준 26.4달러로 56% 하락했다.

 

◇"불편한 속옷 싫어"…편한 속옷 찾는 20~30대 늘어

 

우선 빅토리아 시크릿은 몸을 조이지 않는 속옷이 각광받는 속옷 시장의 새 흐름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최근 여성 속옷 시장에서는 브래지어에서 철사와 패드를 뺀 ‘브라렛(bralette)’ 등 편안한 착용감을 내세운 속옷이 인기다.

 

 

 

가슴을 받쳐주는 와이어가 없어 가슴을 압박하지 않는 노와이어 브라. /비비안

이런 유행은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움직임인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에 힘입어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래서 빅토리아 시크릿이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는 가슴을 커보이게 하는 브래지어 등의 몸매 보정용 속옷의 판매가 부진하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빅토리아 시크릿도 뒤늦게 브라렛 제품을 다수 출시했지만, 전체 제품군에서 편한 속옷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뉴욕포스트는 "레스 웩스너 L브랜즈 회장을 포함한 빅토리아 시크릿 경영진이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투 확산에 노골적 ‘섹시 마케팅’ 거부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등의 여파로 빅토리아 시크릿의 노골적인 섹시 마케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브랜드의 성공 공식이었던 ‘섹시한 여성’ 이미지가 여성의 성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 연구원은 "빅토리아 시크릿 특유의 어두컴컴한 매장 내부, 노골적인 성상품화, 야단스러운 마케팅 등은 오늘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2016년 빅토리아 시크릿은 빨간 속옷을 입은 금발 모델이 손바닥에 생크림을 짜는 사진을 광고로 내보낸 뒤 "포르노를 홍보하는 격"이라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빅토리아 시크릿 광고 모델은 대부분 키 175cm를 웃도는 장신에 군살없는 몸매의 백인 여성인데, 일반 소비자들이 비현실적인 외모의 모델들에 공감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빅토리아 시크릿 제공

시장조사 업체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크릿에 대한 미국 여성의 인식은 2013년 이후 나빠지기 시작했다. 올해 유고브가 18~49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빅토리아 시크릿 인식 조사 결과, 브랜드 지수는 23포인트를 기록, 2년 전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빅토리아 시크릿 광고의 정수로 꼽히는 연말 패션쇼도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말 방영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시청률은 전년 대비 30% 이상 하락한 1.5%를 기록,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인 랜달 코닉은 "빅토리아 시크릿은 섹시한 슈퍼모델을 내세운 진부한 전략을 40년째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영복·의류 사업 접으면서 4억달러 손실 발생

 

지난 2016년 빅토리아 시크릿이 속옷에 전념하기 위해 의류와 수영복 사업을 중단한 것도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투자업체 인스티넷은 빅토리아 시크릿이 성장성 있는 의류와 수영복 사업을 포기하면서 4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포토샵을 하지 않은 광고를 내세운 에어리(왼쪽)와 맞춤형 속옷을 판매하는 서드러브(오른쪽) 광고. / 각사 제공

빅토리아 시크릿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틈을 타 편한 속옷과 다양성을 내세운 속옷 브랜드가 떠오르고 있다. 의류업체 아메리칸이클의 ‘에어리’, 스타트업 ‘어도어미’ ‘서드러브’ 등이 대표적이다. 에어리의 경우 2014년부터 포토샵을 전혀 하지 않은 광고로 큰 호응을 얻으면서 매출이 12분기 연속 증가했다. 서드러브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의 몸에 꼭 맞는 크기의 속옷을 만들어준다.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설립: 1977년

창업자: 로이 레이몬드

본사: 미 오하이오주 콜롬버스

업종: 미국 1위 속옷 업체(시장 점유율 28.8%)

CEO: 레슬리 웩스너

점포수: 1025개(80개국)

매출: 약 73억달러(2017년 회계연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