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5
법인세 작년 70.9조 걷혀
부가세보다 9천억 더 많아
지난해 우리나라 법인세 세수가 사상 처음으로 부가가치세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기업 의존도가 심해지고 내수·소비시장은 위축되는 한국 경제의 단상이 세수 통계에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을 고쳐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취약계층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식으로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당초 문재인정부 구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간 셈이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8년 법인세 세수는 약 70조9000억원으로 부가가치세 세수 70조원을 앞질렀다.
지난해 세수 실적만 놓고 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법인세가 급증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 역시 전년 대비 2조9000억원(4.4%) 더 걷혔지만, 법인세가 전년 대비 11조8000억원이나 추가되며 역전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각 세목이 차지하는 세수 비중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인세 비중이 부가가치세를 역전한 것은 연도·세목별 세수 통계가 제공되는 198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상영 기획재정부 조세분석과장은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의 세수 비중은 국가마다 달라 어느 국가 구조가 더 좋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세수 구조를 통해 개별 국가의 경제 특성을 살펴볼 수는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 특성상 법인 실적을 기반으로 한 법인세는 수출을 반영하고, 각종 재화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는 내수를 대변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셈법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대기업에 대한 경제 의존도는 한층 강화되고, 내수 소비시장은 얼어붙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기업 실적을 과표로 부과되는 법인세가 전체 세수(국세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1.5%에서 문재인 정권 출범 연도인 2017년 22.3%를 거쳐 올해는 26.5%(2019년도 세입예산안 기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내수·소비를 반영하는 부가가치세 비중은 2016년 25.5%에서 올해 24.1%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의존도 심화와 내수시장 둔화는 앞서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수출 증가율이 2016년 2.6%에서 2018년 4.2%까지 확대되는 동안 민간부문 소비지출 증가율은 2.5%에서 2.8%로 0.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지난해 처음 나타난 법인세·부가가치세 역전 현상은 수출에 큰 변동이 없는 한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2017년 세법 개정으로 법인세 최고과표구간(3000억원 초과)이 신설되며 이 구간 세율이 기존 22%에서 25%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인세 세율은 2018년부터 적용돼 2019년 처음으로 세수 실적에 반영된다. 반도체 초호황이 계속된 2018년 법인 실적에 세율 인상까지 겹쳐 정부는 2019년도 법인세 세입 예산을 전년 대비 16조2203억원(25.7%)이나 늘어난 79조2664억원으로 설정했다. 올해 부가가치세 세입 예산인 72조245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도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 최근 자료에서 법인세 인상을 언급하며 한국의 '세금 부담(Tax Burden)' 자유도 점수를 전년보다 9.1점 감소한 64.2점으로 평가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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