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로봇식당? 이젠 환경이 대세
최초입력 2019.05.29
김소형
푸드테크기업이라면서
음식쓰레기 늘리면 곤란
떠오르는 Z세대 소비자
환경이슈 민감하게 반응
韓식품기업도 성공하려면
과도한 포장부터 줄여야
"지난해까지만 해도 푸드테크 기업이라고 하면 기술(테크)에 더 중점을 두는 분위기였습니다. 배달, 로봇 식당, 공유 주방 등이 큰 관심을 모았죠. 푸드테크라는 이름이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반성이 나타나면서 이제는 음식 본연의 가치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김소형 스탠퍼드대 푸드 디자인 디렉터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푸드 관련 초기 기업(스타트업)들이 음식을 만들어 파는 수준을 벗어나 소프트웨어 기업처럼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제는 맛과 환경에 가치를 둔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특히 Z세대라고 불리는 미국의 젊은 세대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회사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고 종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든 빨대를 쓰는 커피숍을 일부러 이용하는 것입니다. 과도한 쓰레기를 배출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은 사용하지 않기도 합니다."
김 디렉터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올해로 4회째인 `푸드이노 심포지엄`을 스탠퍼드 D스쿨에서 개최했다. 푸드이노 심포지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푸드 산업 혁신가들이 모여 `미래의 음식(Future of Food)`에 대해 토론·발표하는 자리다.
음식이란 단순하게 `먹는` 행위가 아니라 재료에서부터 요리 과정, 식당 선택, 서비스까지 총체적인 `경험`이며 이 같은 경험을 혁신하는 것이 미래의 음식이란 것이다.
올해 푸드이노 심포지엄에는 크리스토퍼 가드너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 케빈 퀀트 스위트그린 부사장 등 업계 최고 전문가 약 150명이 참석했다.
김 디렉터는 스탠퍼드대에서 처음으로 푸드 디자인랩을 만들고 푸드이노를 창설하는 등 스탠퍼드대에서도 `미래의 음식`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동안 푸드이노 심포지엄에서 인공지능(AI), 공유 주방, 로봇 식당, 가짜 고기, 가짜 와인 등 혁신적인 아이템과 기업이 소개됐다.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기술이 아닌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아닌 친환경 푸드가 트렌드란 뜻이다. 실제 올해 심포지엄에서는 `불완전생산(임퍼펙트 프로듀스)`이란 스타트업이 큰 관심을 모았다. 월마트 등 대형 상점에서는 보기 좋은 과일만 판매하고 나머지는 버려지지만 이 회사는 이 같은 과일과 음식을 재활용해서 맛도 좋고 쓰레기를 줄이는 제품을 만들고 이를 찾는 소비자에게 배달해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제 더 이상 푸드테크라며 새로운 로봇을 도입하거나 공유 주방을 확산하는 것 등을 하지 않습니다. 공유주방에서 만든 음식이 맛이 없으면 소용이 없죠. 공유 주방도 실험적인 음식을 만드는 데서 시작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어 최근 트렌드도 전했다. "최근 상장한 대체 고기업체 `비욘드 미트`나 앞으로 상장이 유력한 `임파서블 버거` 등도 타깃시장을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비건)가 아닌 고기를 좋아하고 즐겨 먹는 사람들로 하고 있습니다."
김 디렉터는 푸드 기업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등 기술 기업보다 더욱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을 만들고 배달하는 기업일수록 가격과 생산성만 생각하기보다는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디렉터는 "이제는 사회적 문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푸드 스타트업이 존속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도 로봇 식당이나 공유 주방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환경에 가치를 두고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스타트업이 나왔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과도한 포장을 하는 기업이나 리사이클이 안 되는 제품으로 만든 용기 등을 퇴출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며 "한국의 푸드 회사들도 글로벌 무대에 서고 싶으면 환경문제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