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임대주택

300가구는 거들떠도 안봤는데…대형사 혈투.청년주택.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 적극적

Bonjour Kwon 2019. 6. 7. 07:04

 

300가구는 거들떠도 안봤는데…대형사 혈투

최초입력 2019.06.06 17

 

대구지역 가로주택 입찰에

현대건설·대림 등 총출동해

호반 등 중견사 제치고 수주

 

역세권청년주택도 `후끈`

영세업체 일감 실종 우려도

 

대림산업 계열인 삼호가 수주한 대구 `77태평아파트 소규모 재건축사업` 투시도.

# 호반건설은 2017년 서울 1호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지인 용산 삼각지역 앞 1086가구 규모 공사를 따냈다. 가구 규모가 있기는 했지만 100% 소형 면적이고 시 발주 물량이라 서울, 그중에서도 용산 한복판에 호반 브랜드를 꽂는 `상징성` 외에 특별히 `먹을 것`이 있어서 들어간 것은 아니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그러나 2년 후 호반은 또다시 역세권 청년주택사업 입찰에 참여했고 불광역·양재역 총 1300여 가구 사업을 따냈다. 호반 관계자는 "2개 지역 연계 입찰이라 가구 규모가 꽤 됐고, 당장 수주 실적이 급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2곳이나 참여했다.

 

돈이 안 되는 관급사업에 대형사가 참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부동산 시장 규제가 일감 씨를 말리면서 정부가 장려하는 도시재생사업 중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중소형 규모 재건축, 역세권 청년주택 등 관급사업에 대형사들이 뛰어드는 사례가 속속 목격되고 있다. 과거에 외면받던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전은 대형 건설사 사이에서도 `혈투`라 할 만큼 치열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 구역 면적이 1만㎡ 이하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그간 대형 건설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형사의 수주와 입찰 참여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대구 중구 소재 `78태평상가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에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호반건설, 동부건설, 반도건설 등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했고 현대건설과 동부건설의 2파전으로 압축된 후 최종적으로 현대건설이 수주를 따냈다. 아파트 390가구와 오피스텔 80실 정도로 규모가 작지만, 현장설명회에 쟁쟁한 회사가 다 몰렸고 현대건설이 결국 승자가 된 것이다. `77태평아파트 소규모 재건축사업`에서는 대림 계열인 삼호와 동양건설산업이 맞붙었고 대기업 계열인 삼호가 수주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는 회사 규모가 더 큰 곳들이 먹거리를 가져간 셈이 됐다.

 

민간인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 시행사로 나서는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에도 대형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3일 열린 합동설명회에는 업체 40여 곳이 참여했으며 이 중에는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정부가 적극 장려하는 사업이기도 해서 계속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괜찮은 사업장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가로주택정비사업 규제 완화로 더 공격적인 행보도 기대된다. 최근 정부는 도시재생사업 일종의 가로주택정비사업 허용면적을 현행보다 두 배까지 넓히는 파격적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중소 규모 재건축에서도 대형사들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조합원이 154명에 불과한 대구 `달자01지구 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시공사 선정에서는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이 맞붙었고 롯데건설이 최종 승자가 됐다. 아파트 565가구, 오피스텔 29실을 짓는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신안빌라 재건축(234가구)에는 단독 입찰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 선정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단지 규모가 크지 않은 역세권 청년주택사업 시공권 경쟁도 대형사와 규모가 있는 중견사 대결 구도로 가고 있다. 일단 호반이 최근 불광역과 양재역 사업을 연계해 따내면서 중견사가 승리했지만, 이는 앞서 삼각지 역세권 청년주택을 수주해 본 경험이 있는 호반의 공격적 가격 입찰이 성공한 결과라는 평가다. 앞으로 나올 수주 물량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대형사들이 이 사업에 더 공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크다.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착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심의 자체를 몇 년씩 붙잡고 해 주지 않으면서 소규모 건설사가 가져가던 작은 일감에까지 대형사들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어떤 달은 아예 수주 실적이 `0`인 것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과거엔 중견사나 소형사가 주로 뛰어들던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관급사업에까지 뛰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일감을 그야말로 `쪼그라들게` 하고, 이것은 결국 영세한 업체들이 그나마 가져가던 일거리도 대형사가 가져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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