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프메이커플레이스빌딩(영국 런던, 8889억원), 30크라운메이커플레이스빌딩(영국 런던, 2386억원), 225웨스트웩커빌딩(미국 시카고, 2400억원), 갈릴레오빌딩(독일 프랑크푸르트, 4000억원), 워싱턴하버빌딩(미국 워싱턴, 4000억원)….` 우정사업본부,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새마을금고,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연기금과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황급히 쓸어담은 해외부동산 목록이다. 이 밖에도 현재 협상 대기 중인 해외부동산 쇼핑 리스트도 한참 길다.
지난 6월 이른바 버냉키 쇼크로 국내외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값 급락)하자 그동안 포트폴리오 목록에 채권만 잔뜩 재어 놓고 안주하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황급히 채권비중을 줄이고 너도나도 이른바 `대체투자(AI)`에 나서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환영할 사안이지만 문제는 단기간에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 한국은 총 54억달러(6조원)를 투자하면서 캐나다와 싱가포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 부동산 투자국으로 부상할 정도다. 게다가 현재 가격대에서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신준현 현대자산운용 부동산운용팀 이사는 12일 그동안 해외 부동산 투자는 주로 실물 부동산 투자에 집중돼 왔지만 양질의 부동산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우선 협상권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라며 큰 매각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낮으나 안정성이 높은 대출채권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일자에서 영국 런던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경우 국부펀드 등 안전자산을 찾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활발한 입질로 인해 자본 가치 대비 임대료 수익률이 이미 4%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현시점에서 부동산을 직접 매입할 경우 저평가에 따른 추가 상승 기대보다는 오히려 고평가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매각하려는 측에서 큰손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설명을 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변했다며 좋은 물건의 경우 서류만 뿌려도 국내! 기관들� � 벌떼처럼 달려드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자금은 많지만 살 만한 물건이 적어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해외 부동산 직접 매입을 통해 `자본 차익과 임대료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좇기보다는 현재의 글로벌 부동산 가격대에선 적정 이자율을 보장받는 대신 원금 회수를 보장받는 안전한 부동산 담보 대출 투자가 새로운 투자 패턴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또 유럽 지역의 오랜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유럽 금융사들이 바젤3협약 규제에 걸려 그동안 쥐고 있던 부동산 담보대출을 하나둘씩 회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매물도 풍부하다.
대형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현대자산운용을 통해 지난 8일 영국 런던 첼시 하버 디자인센터에 4%대 후반 기대수익률로 1200억원의 선순위 대출투자를 단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앞서 교직원공제회도 지난 5월 영국에 위치한 61개 호텔 포트폴리오를 담보로 발행한 선순위 대출채권에 약 1600억원을 투자했다.
강문필 우리자산운용 부동산팀장은 자본 차익에 대한 기대만 포기한다면 해외부동산 담보대출 투자는 적정 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좋은 투자 기회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부동산 대출채권 투자의 경우 기대수익률이 4%대 후반에 머문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자본 투자와 대출채권 투자를 혼합한 메자닌 투자는 약 7%대, 부동산 직접 투자의 경우는 위험하지만 10%대에 가까운 수익을 노릴 수 있다.
또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에 대해 최근 리스크담당 부서에서 상당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해외부동산 직접 매입 때는 담보대출 때보다 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담보대출 방식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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