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9.07.24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특별연장근로 인가와 소재 연구개발(R&D) 인허가 간소화 등 규제 완화에 나섰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사태를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수출 규제 품목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제3국 대체 조달 관련 테스트 등 관련 연구와 연구 지원 필수인력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가급적 빨리 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규제 대상 품목 연구 인력을 대상으로 재량근로제 활용 가이드를 배포하겠다"고도 강조했는데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실행 계획을 짜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특별연장근로는 자연재해나 사회재난,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기업이 이를 수습해야 할 때 노동자 동의를 받아 고용부에 신청할 수 있다. 인가를 받으면 일정 기간 동안 주 52시간 이상 근무할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개성공단 폐쇄 직후 개성공단 대체 물량 생산 지원 차원에서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한 적이 있다. 재량근로는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등 업무 방식에 자율성을 보장해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소재와 부품 조달에 피해를 주는 만큼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 완화도 절실한 문제다.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초청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등으로 새로운 화학물질 개발이 어렵다는 점을 호소했다. 과도한 환경 규제로 인해 첨단 소재와 부품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일본의 경제 보복 타깃이 됐다는 것인데 타당한 지적이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국내에 공장을 지을 때 화학 관련 제품이라 규제가 있어 행정적인 걸림돌이 있고 화평법, 화관법 등 관련 법상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며 "국산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규제 절차 간소화나 규제 혁파 작업도 같이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기업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일부 품목만을 대상으로 찔끔 규제를 풀어놓고 우리 기업이 일본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모든 기업이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연근로제를 확대하고 비현실적인 환경 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회의 책임도 중요하다. 기술을 무기화하는 일본을 넘어서는 일은 정치적인 구호나 의욕만 가지고 될 수 없다. 기업이 마음껏 혁신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실력을 키워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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