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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의 시대/Gig Economy: 경제주체들간 거래가 특정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개인과 기업간의 단기간계약 실행되는 경제시스템

Bonjour Kwon 2019. 7. 8. 06:52

[매경의 창]

2019.07.08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경제는 정년퇴직까지 기업과 개인 간 장기적 계약 관계를 기반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자는 해당 기업의 브랜드와 신뢰를 기반으로 소비활동을 수행한다. 긱이코노미(Gig Economy)란 다양한 경제 주체들 사이에 체결되는 상당수의 거래가 특정 기업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독립적인 개인과 기업 간의 단기간 계약에 의해서 실행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긱(Gig)이라는 단어는 업무상 공적인 약속을 의미하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라는 단어의 축약된 표현인데, 1920년대 재즈 공연을 하는 음악가들이 하루 저녁 공연을 위해서 초단기간으로 고용하는 음악가들을 지칭하는 표현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정규직과 같은 확정된 장기 근로계약 없이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한 상태에서 단기간 근로를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긱이코노미를 구성하는 단기 혹은 일시적 근로자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첫째는 상당한 재무적 여건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자유와 열정을 추구하거나, 혹은 지구온난화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의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장기 고용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일시적 근로자들은 본인이 희망하면 언제든지 장기 고용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일시적 근로자가 증가하면 특정 영역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활용하는 효율성 및 탄력성이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

 

둘째는 업무의 본질적 속성 때문에 단기 근로 형태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대표적인 예로 가사 도우미, 대리 운전 등과 같은 영역이다. 셋째는 공유경제를 추구하는 우버처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정규직 혹은 장기 고용 근로자가 필요 없는 경우인데, 대표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가 활성화된 영역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다.

 

첫째 유형은 자발적 의사결정으로 일시적 근로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둘째와 셋째 유형의 일시적 근로자들은 비자발적이고, 소득 역시 매우 취약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뿐만 아니라, 이런 영역에서는 수년 동안 일시적 근로자로 종사하더라도 업무 전문성을 축적하기가 쉽지 않고, 급여 조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일시적 근로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서 6000만명에 가까운 규모이고, 영국이나 이웃 일본 역시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일시적 근로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는 최저임금이 사용자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상되면, 사용자들은 기존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방식보다는, 근로시간을 단축시켜서 월별로 지불하는 총액을 일정하게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시적 근로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많다. 둘째는 개별 국가에서 규정하는 법정 근로시간이 감소하면서, 줄어드는 소득을 보전하려는 취약 계층 종사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한국의 주휴수당처럼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고용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이 상당한 경우에도 주당 3~4시간만 일하는 일시적 근로자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경제적 원인 외에도 4차 산업혁명처럼 정보 및 인프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통 기업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일시적 근로자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한국 일시적 근로자의 72%가 남성이며, 특히 30대가 가장 많은 약 3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정규직 근로자들 역시 일시적 근로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소위 말하는 본격적인 투잡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취약계층의 근로자들이 투잡은 물론이고 세 번째, 네 번째 잡이 필요하다는 힘든 소리까지 들린다. 국가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일시적 근로자를 양산하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경제, 혁신경제, 그리고 근로자의 본질적 삶을 증진시키는 경제인지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아야 한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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