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9.
이마트 사상 첫 분기적자
이렇게 나쁠줄이야…
주력 오프라인 사업 부진
예상치의 6배 `실적쇼크`
롯데마트도 적자폭 커져
대형마트 위기 가속화
의무휴업에 발목 잡힌새
쿠팡 등 이커머스 대세로
신선식품 출혈경쟁 거세
이마트는 2011년 분사 이후 처음으로 올해 2분기 분기 단위 적자로 전환했다. 9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 앞에 쇼핑 카트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동시에 부진한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형마트 위기설은 2~3년 전부터 이미 숫자로 가시화됐지만, 1위 업체마저 첫 분기 단위 적자를 내자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이익 감소세가 가파르다며 긴장하고 있다.
이마트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조5810억원,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잠정 공시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4.8%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이 266억원으로 집계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마트가 분기 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신세계에서 법인을 분리한 후 처음이다. 신세계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이마트가 사실상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것이다. 시장 예상보다 적자 폭도 컸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달 이마트의 2분기 영업적자 규모를 47억~105억원대로 예상했다. 300억원에 가까운 숫자를 제시한 곳은 없다.
이마트는 "전반적인 대형마트 업황 부진에 매년 2분기가 매출 규모가 가장 작은 비수기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며 "전자상거래 업체의 저가 공세와 SSG닷컴 등 일부 자회사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제 개편 등으로 인해 2분기에 내는 종합부동산세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수익 악화에 영향을 줬다.
같은 날 실적을 공시한 롯데쇼핑은 롯데마트가 2분기 영업손실 3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1조5962억원으로 1.6% 증가한 반면 영업손실은 지난해 2분기 273억원에서 339억원으로 늘었다. 부동산세와 지급 수수료 등 판관비가 81억원 증가하며 적자 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롯데쇼핑은 "전년 대비 적자 폭은 커졌으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점포 매출이 2분기 기준 11.3% 늘었고, 영업이익도 증가해 향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슈퍼는 매출액 4736억원, 영업손실 19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매출(5034억원)이 하락하고 영업손실(140억원)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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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으로 불리던 신세계그룹과 롯데쇼핑의 주력 계열사가 잇달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바뀐 영향이 가장 크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사용량이 크게 늘고 온라인 업체들이 태동해 온라인쇼핑 시장이 급성장했다. 온라인 시장과 대형마트 통계를 살펴보면 온라인 시장 성장에 따른 대형마트 부진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7년 91조3000억원에서 2018년 111조8939억원으로 20% 이상 성장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2016년 33조2000억원에서 2017년 33조8000억원으로 커졌다가 2018년에는 33조5000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도 매출액은 8조3000억원에 그친다. 1%대라도 성장하던 2016~2017년과 달리 2018년부터는 역신장을 면치 못하는 신세다.
온라인쇼핑은 매장이 필요 없는 온라인마켓 특성을 살려 처음에는 생활용품이나 비식품 분야 상품 수로 승부했으나, 차츰 대형마트 영역을 잠식해갔다. 매일 먹는 신선식품과 찬거리 등 '장보기'까지 온라인쇼핑을 이용하는 사람이 증가해 대형마트의 경쟁력으로 꼽던 신선식품도 온라인쇼핑에 고객을 빼앗기는 단계에 왔다. 배송 서비스 등에 대한 투자도 대형마트 온라인몰보다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에서 태동한 업체가 훨씬 앞섰다는 평가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본업'인 오프라인 매장 자체가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지난 6월 말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문제는 이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쿠팡이 신선식품 배송을 강화하고, 마켓컬리가 서울 지역 새벽배송 시장을 선점한 상태라 신규 고객을 유입하려면 시설 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투입될 수밖에 없다. 박신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발표한 리포트에서 "당분간 오프라인 할인점 이익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온라인 사업 적자도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통 규제도 중장기적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마트는 실적 부진 원인 중 하나로 '의무휴업 적용을 받지 않는 식자재 마트 등 대규모 슈퍼의 성장'을 꼽았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시행 이후 대형마트는 한 달에 2회 의무휴업을 실시한다. 반면 동네마다 개인이 운영 중인 중대형 식자재마트 등은 이 휴업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규제 틈새에서 식자재마트와 온라인쇼핑이 의무휴업 때문에 줄어든 대형마트 매출을 흡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는 사업 재편을 통해 비효율 점포를 줄이고 수익성 중심으로 미래사업을 꾸리겠다는 자구책을 내놨다.
이마트는 연내 헬스&뷰티(H&B) 편집숍 부츠 매장을 33개에서 15개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임대료가 비싼 중심 상권에 들어간 매장 영업을 종료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시장에 안착한 일렉트로마트와 노브랜드 전문점 등은 출점을 확대한다. 온라인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새벽배송을 확대하는 등 온라인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안도 밝혔다. 두 자릿수 신장을 이어가는 트레이더스도 부천 옥길, 부산 명지 등에 지속적으로 출점한다.
롯데쇼핑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점포를 결합한 '옴니쇼핑'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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