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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펀드1호.우버등 투자기업 주가 하락.비상걸린 소뱅 비전펀드2호…직원대출로 200억달러 메워

Bonjour Kwon 2019. 8. 19. 07:13

2019.08.18

1080억달러 2호 펀드 조성에

소뱅 자체자금이 절반 차지

수익 악화에 자금조달 빨간불

 

소프트뱅크가 직원들에게 최대 200억달러를 빌려줘서 손정의 회장(사진)의 미래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 2호에 투자하게 한다

 

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 1080억달러 규모로 조성되는 이 펀드에는 이미 소프트뱅크가 38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직원들이 대출해서 펀드에 들어가는 것까지 감안하면 소프트뱅크 자체 자금이 전체 펀드 중 절반 이상인 580억달러 규모로 들어가는 셈이다.

 

WSJ는 소프트뱅크가 200억달러를 직원들에게 5% 이자율로 대출해 줄 것이며, 그중 절반가량은 손 회장 개인이 대출받게 될 것이라고 내부 관계자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조성을 발표한 비전펀드 2호는 카자흐스탄국부펀드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스탠다드차타드,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 등이 투자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됐다.

 

그러나 비전펀드 1호가 투자했던 우버가 최근 상장 후 주가가 30%가량 하락하고 있고, 위워크 역시 적자 폭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펀드 수익에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펀드 2호도 이런 수익성 하락 때문에 투자자들이 나서기 어려울 수 있어 소프트뱅크가 직접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1호를 조성할 때도 마찬가지로 자금을 대여해 투자하게 한 적이 있다. 펀드가 투자를 잘못할 때 소프트뱅크 직원들이 제동을 거는 효과도 있다고 소프트뱅크 측은 설명했다.

 

손 회장은 20년 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투자를 한다면 첫째도 인터넷, 둘째도 인터넷, 셋째도 인터넷"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말했다.

 

비전펀드는 손 회장의 이런 정신을 따라 데이터사이언스와 인공지능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비전펀드 1호는 덩치가 굉장히 컸기 때문에 투자하는 족족 기업들이 유니콘으로 우뚝 섰다.

 

특히 미완성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기업을 상장까지 이끌거나 거대 기업에 인수·합병시키는 벤처캐피털과 달리 스타트업을 제2의 구글, 애플, 아마존 또는 그 이상의 존재로 키우는 사모펀드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1호 펀드 자금이 대부분 투자로 소진되고 추가 투자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2호 펀드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투자했던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 수익률은 45% 정도로 매우 높았지만 최근 우버 주가 하락, 위워크의 기대 이하 실적 등으로 1호 펀드 수익률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비전펀드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버블을 키운다는 비판도 있었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직원들에게 200억달러라는 거금을 빌려줘서 2호 펀드에 투자하게 한다는 점은 스타트업 가치를 더욱 부풀리게 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선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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