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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어렵게하기]제조업도 투자자금도 脫한국 러시."反시장 정책에 비용 감당안돼"… 한국 떠나는 기업들

Bonjour Kwon 2019. 9. 28. 07:21

 

2019.09.27

상반기 해외직접투자 사상최대

작년보다 30% 늘어 36조원

 

올해 상반기 해외직접투자가 300억달러에 달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기업 등이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45% 감소했다.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 노조 목소리 확대, 환경 규제 강화 등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보면 올 상반기(1~6월) 해외직접투자는 299억6000만달러(35조9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분기 기준으로는 올 4~6월 해외직접투자액이 150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했는데 역시 최고치다. 해외직접투자는 2017년 4분기와 작년 1분기 감소했지만 작년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제조업 부문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상반기 74억3000만달러에서 115억7000만달러로 급증했다. 금융·보험업 투자도 70억7000만달러에서 104억6000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장도환 기재부 국제경제과장은 "최근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난 것은 대기업의 본격적인 글로벌화와 국내 유동자금의 해외 펀드 투자 확대 때문"이라며 "소규모 개방경제 특성상 현지 시장 진출, 선진기술 도입을 위한 해외직접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감안해도 국내 투자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 2분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3.5% 감소하며 5개 분기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특히 해외 기업도 우리나라를 외면한다는 점에서 상황은 심각하다.

 

[전경운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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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해외직접투자 사상 최대

 

최저임금·주52시간제·노조 등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제조업 해외직접 투자액 56%↑

 

갈 곳 잃은 투자자금도 해외로

금융·보험 해외투자 48% 급증

 

 

경기도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업체 A사는 제품 제조공장을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원가 압박이 심해져 가격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A사는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면 인건비가 국내 대비 10분의 1로 떨어져 진출 즉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고용을 늘리면 손실이 발생해 회사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결국 급상승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은 해외 이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해외직접투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배경엔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과 `낮은 수익률`이 자리한다.

 

신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 거점 설립과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제조업까지 해외로 내모는 환경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해외직접투자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개인이나 법인이 △외국법인이 발행한 증권을 취득(출자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하거나 △수주계약 체결에 해당하는 관계 수립 △외국에서 영업소(지점·사무소 등)를 설치·확장·운영하거나 △해외 사업 활동을 하기 위해 자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 중 대표적인 사례는 경방이다. 올해 설립 100년을 맞은 섬유업체 경방은 지난달 말 광주와 경기도 용인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일부 설비를 해외로 이전했다. 경방은 2013년부터 베트남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해왔는데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국내 생산기지를 축소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와 더불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강행이 노사 갈등 심화와 경영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기업의 투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도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화학물질평가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규제 강화로 인해 사업 환경이 악화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투자로 나가는 만큼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들어온다면 모르겠지만 해외투자가 3배가량 많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투자 여건이 안 좋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2분기 금융·보험업 투자도 52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2% 늘었다. 국내 유동자금 확대로 자산운용사를 통한 선진국 대상 펀드형 투자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장도환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과장은 "수익 목적의 포트폴리오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이나 채권을 사는 게 주였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부동산업의 역외금융 비중은 작년 2분기 62.3%에서 올해 2분기 74.2%로 1년 새 10%포인트 이상 껑충 뛰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해외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사무소·지점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금융중심지지원센터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금융회사의 해외법인·사무소·지점 수는 총 433개다.

 

미래에셋대우가 올해 5월 3200만달러를 투자하는 호주 소프트웨어 인수딜에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손잡고 총 10억달러 딜에 참여했는데, 이 중 3200만달러를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이 투자한 것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4월 인도의 온라인 슈퍼마켓 빅바스켓에 66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김제림 기자 / 이종혁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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