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 "주택이 문제야"…서울연구원 시민 설문
2019.09.27
집값이 계속 들썩이면서 서울시민들에게 주택 문제가 미세먼지·일자리 등을 능가하는 가장 큰 관심거리이자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서울의 가장 큰 단점과 시급한 문제로 주택과 높은 주거비가 꼽혔고, 미래 서울의 도시상도 글로벌 도시나 스마트시티가 아닌 주거 안심 도시가 꼽혔다.
27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2040년 서울의 미래상과 발전 방향에 대한 시민 의견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가장 큰 단점으로 `주택 부족`이 69.5%(중복 응답 허용)로 1위에 꼽혔다.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이 서울의 단점으로 주택 문제를 꼽은 셈이다. 2위를 차지한 `환경오염`(44.8%), 3위 `일자리 부족`(17.8%)과는 압도적인 차이였다.
이 설문조사는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연구원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했다. 지난 8월 12~21일 만 19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 조사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이 나왔다. 조사 대상 1700명에는 서울시민 1200명과 서울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서울에서 통근·통학·쇼핑·여가 등 일상생활을 누리는 인천·경기 지역 생활시민 500명이 포함됐다.
서울의 단점이 7년 만에 많이 바뀌었다. 2012년에 같은 질문으로 설문조사했을 때는 서울의 가장 큰 단점으로 `삶의 여유 부족`이 34.9%로 1위였다. 2위 `치안 부족` 29.8%, 3위 `환경오염` 28.2% 순이었다. 7년이 지난 올해에는 주택 문제가 여러 현안에 대한 관심을 싹 흡수한 모습이다. 다만 2012년에는 부동산시장이 하락장이었던 데다 설문조사 항목이 조금 달랐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2012년 설문조사에는 `주택 문제` 항목이 답변에 없었기 때문에 2012년과 올해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올해 서울시민이 느끼는 서울의 문제점으로 주택 부문이 타 분야에 비해 월등히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시민이 바라는 서울의 미래도 주거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 가장 바라는 서울의 미래는 1위가 `주거 안심 도시`로 31.4%였고 `글로벌 도시` 27.1%, `스마트 도시` 23.2% 순이었다. 반면 7년 전인 2012년에는 1위가 `여유와 문화 향유도시`로 47.6%였고 이어 `친환경도시` 26.6%, `역사문화도시` 26.4% 순이었다. 시민이 그리는 미래상에 보다 현실적 문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윤예 기자]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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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족 강요당한 내집없는 30대
최초입력 2019.09.3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30대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는 보도가 나간 후 또래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쏟아졌다. 자기 주변에는 집 사는 것을 포기한 `집포자`들뿐인데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많은 30대 아파트 매수자가 나타났느냐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입자 중 30대는 2608명으로 30.3%를 차지했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한 직장인은 "아내와 소득을 합쳐 1억원 가까이 되는데도 서울에서 아파트 사는 일은 갈수록 멀어지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매일 밤잠을 못 이룬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10억원을 거뜬히 넘어서는 아파트를 살 수 있는 30대조차 기득권이라고 선을 그었다.
30대들은 기성세대가 자신들을 욜로족이니 소확행족이니 규정짓는 데 억울함을 호소한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며 소비하는 욜로족이나 작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소확행이란 신조어도 결국 우리가 선택했다기보다 선택을 강요당한 측면이 크다는 항변이다.
30대 후반인 자영업자 지인은 "우리 세대가 욜로족이 된 것은 출구가 안 보이는 문제에 대한 대안에 불과하다"며 "세대가 달라서, 시대가 바뀌어서 우리들이 달라졌다는 어른들 말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대는 현재 위기 속에 살고 있다. 취업도, 결혼도, 내집 마련도 무엇하나 쉽지 않다. 이들은 한 달 새 1억~2억원씩 오르는 서울 집값이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삶에 회의감까지 가져온다고 말한다. 직장 동료끼리 모여도 부동산 이야기뿐이다. 집을 가졌는지와 못 가졌는지가 서로를 구분 짓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돼 양측을 갈라놓는다.
무주택자를 위한 대표적 구제책은 청약제도다. 하지만 30대에게 이 제도는 절망과 좌절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의 청약가점 커트라인은 60점 안팎이다. 30대가 아무리 용을 써도 모을 수 있는 점수는 기껏해야 30점 안팎이다. 청약제도를 손봐서라도 이들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활동인구의 주축으로 향후 20~30년을 이끌어가야 할 30대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부동산부 = 추동훈 기자 dae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