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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를 건너는 법': 국가 위한 最適 선택과 항상 거꾸로 가는 정권. 국민 분열 시키고 선진국行 기차 또 놓치면 朝貢국가로 후퇴.

Bonjour Kwon 2019. 9. 28. 07:47

2019.09.27

강천석 논설고문

동양의학에선 기(氣)의 순환을 중요시한다. 기가 막히면 울화(鬱火)가 되고, 울화가 쌓이면 목숨을 위협하는 병통(病痛)이 된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도 기가 잘 돌아야 한다. 그래야 궤도를 이탈한 정치와 정책이 정상으로 빨리 복원(復元)된다. 대통령과 국민이 불통(不通)이면 기가 찰 일이 반복되고 끝내는 기막힌 사태가 닥친다.

 

문재인 정권 아래서 국민은 두 쪽으로 나뉘었다. 정권 지지파와 반대파의 분류법이 아니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늘 놀라는 사람'과 '항상 태연한 사람'이다. '늘 놀라는 사람'은 이번 '조국 사태'에서 쓴잔을 거푸 세 잔이나 마셨다. 장관 지명·임명 강행에 이어 미국에서 돌아와 검찰을 나무라고 조국씨를 감쌀 때 그때마다 뒤통수를 맞았다.

 

예측 실패의 원인은 대통령에 대한 착각 때문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야당 대표 시절 했던 말과 행동에 구속받지 않는다. 청문회에서 혼났던 사람이 일은 더 잘한다며 임명장 주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와 '파당(派黨)의 영수(領袖)'란 두 모자를 골라 쓴다. '국가 지도자 모자'는 간혹 외국 방문 때 꺼내 쓴다. 북핵 문제·역사 문제나 대미(對美) 대일(對日) 관계처럼 '국가 지도자 모자'를 써야 할 때도 '파당의 영수 모자'를 쓰는 장면을 자주 본다.

 

'내 편'과 '내 편 아닌 국민'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대통령은 귀국 일성(一聲)으로 조국 수사와 관련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에 대한 개혁'을 주문했다. 이재수 전 보안사령관이 검찰에 불려다니며 곤욕을 치르다 빌딩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을 때 이런 말 들은 적이 있는가. 대통령이 '내 편' 민노총을 향해 경제 회생(回生)을 위한 노동 개혁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항상 태연한 사람'은 누구인가. 첫 부류는 대통령과 함께 '팥으로 메주를 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통령이 젓가락으로 물을 떠먹어도 그대로 따라 한다. 한국 법학 교과서 법률 용어의 90% 이상이 120여년 전 일본인들이 독일어 법학 서적과 씨름하며 만든 용어들이다. 그런 교과서에 밑줄을 쳐가며 사법고시 공부했던 사람들이 일제 잔재(殘滓) 운운하며 죽창(竹槍)을 들고 설치면 덩달아 들썩이는 유형이다.

 

그들 말고도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항상 태연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현 정권 모습에 좌절을 느끼고 나라 안위(安危)를 걱정한다. 그들의 불안은 구체적이다. 한국 땅넓이(10만㎢)는 중국의 96분의 1이다. 인구(5170만명)는 저장성과 (5657만명)과 윈난성(4801만명) 사이다. 중국 GDP는 2010년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일본 면적은 38만㎢로 한국의 3.8배다. 인구는 한국의 2배가 넘는다. 1968년 서독을 앞질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자리에 올라 42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세월은 무시 못한다. 그 기간 동안 땅밑으로 스며 저장된 경제 저력(底力)차이는 외형(外形)의 국력 차이보다 훨씬 크다. 인구가 늙어간다지만 한국은 더 빨리 노령 국가로 미끌어지고 있다.

 

두 나라 안보 전략은 한국만큼 복잡하지 않다. 중국은 미국에 버티면 되고 일본은 미국과 같이만 가면 된다. 한국은 그럴 수가 없다. 두 나라 사이에서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 하지 않고 자존(自尊)을 지키며 국가 진로를 뚫어야 한다. '인간 자원'과 '시간 자원'을 지금보다 몇 십배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도리밖에 없다. 중국의 28분의 1인 국민을 이념·지역·세대로 다시 쪼개면, 일본보다 100년 늦게 출발한 선진국행 열차 시간을 또 한번 놓치면, 그 옛날 조공(朝貢)국가 신세로 굴러떨어진다.

 

대통령의 어떤 말 어떤 행동에도 놀라지 않고어떻게 대통령의 선택을 족집게처럼 읽어낼 수 있을까. 대답이 기가 찬다. '먼저 무엇이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최적(最適)의 선택인지 추론하고 그걸 거꾸로 뒤집으면 이 정권 진로 예측에 빗나가는 법이 없다.' 노동 개혁 회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도 그렇고 조국 사태도 예측 오차(誤差) 범위 안이다. 하긴 경제의 좋은 지표 아래에는 '최장기 하락(下落)' 나쁜 지표 아래에는 '최고(最高) 상승'이란 빨간불이 요란한데 '우리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대통령 아닌가.

 

우리는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통역이 필요한 시대를 산다. '객실 안에 잠자코 기다리라'는 선장의 선내(船內)방송이 들리면 무조건 탈출해야 하는 시대만큼 위태로운 시대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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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와 재정건전성

 

최초입력 2019.09.30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에 들어가고 급속한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에다 한일 간 갈등까지 겹쳐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계속 `부진`하다고 이러한 걱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딱 부러진 정의는 없다. 국내총생산(GDP)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 경기 불황(recession)이라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설명이 가장 근접하다. 그나마 이것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어 사전에 위기 여부를 가리기는 어렵다.

 

 

 

우리 경제는 항상 위기 상황이었다. 경기가 나쁠 때는 물론이고, 경기가 좋을 때도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기를 걱정했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라는 1986~1988년에도 부동산 투기와 증권시장 과열로 경제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나쁜 상황에 대비하는 `예방의식`이 우리 경제의 위기 면역성을 강화시켰다.

 

누구나 동의하는 경제위기는 두 번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것이다. 전자는 우리 스스로 자초했지만 후자는 다른 나라의 문제가 전이된 측면이 크다. 언제든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기축통화를 갖고 있지 않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원죄(original sin)`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두 번의 경제위기는 모두 대외 부문에서 촉발됐다. 어떤 이유에선가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환율은 급등하고 극심한 `달러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달러를 매개로 한 무역금융이 막히면서 경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섭섭하리만큼 냉혹하다. 자신들 돈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밀듯이 들어왔다가 우리 경제가 안 좋다 싶으면 곧바로 철수한다. 북한식 폐쇄경제로 살 수 없는 만큼 그들의 시각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 발표의 `진실성`은 외국인 신뢰 유지를 위한 기본이다. 이 기본이 무너졌을 때의 상황은 심각하다. 1997년 한국 정부의 외환보유액 왜곡 발표와 2010년 그리스 정부의 정부부채 허위 발표는 두 나라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 받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보일 때마다 흔들렸다.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지표다. 실제 1997년 상반기 92억달러 적자, 2008년 상반기 112억달러 적자 시현은 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재정건전성`은 평상시 위기를 예방했을 뿐 아니라 위기 발생 시에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던 1998년 1월의 단기외채 만기 연장이나 2008년 10월의 외화부채 전액 국가 지급보증 등은 튼튼한 재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통상 마찰, 유가 불안, 반도체 가격 하락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 언제든지 `경상수지`는 불안해질 수 있다.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 조정은 미국 등의 보복 조치를 유발할 수 있어 실행하기 어렵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길이다.

 

최근 정부는 2023년까지 대규모 적자예산을 짜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던 2009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는 2018년 GDP 대비 36.0%에서 2023년에는 46.4%로 높아질 전망이다. 경기 하강기에 일시적으로 적자재정을 편성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큰 폭의 반복적인 적자재정은 우리 경제 최대 강점인 `재정건전성`에 나쁜 신호가 될 수 있다. 경제위기를 막으려다 오히려 경제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신제윤 태평양 고문·전 금융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