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3.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보증을 받았는데도 지방자치단체가 "분양가를 더 내리라"고 요구해 분양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두산건설이 경기도 고양 능곡1구역을 재개발하는 ‘대곡역 두산위브’ 조감도. /두산건설 제공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능곡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26일 고양시청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승인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시청은 이를 반려했다.
고양시청이 승인하지 않은 것은 분양가 때문이다. 조합은 HUG로부터 분양보증받은 3.3㎡당 평균 분양가 1850만원에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양시는 지난 6월 한국감정원에 의뢰한 ‘고양시 뉴타운 사업성 검증 용역’에서 조사한 일반분양 평균가격인 3.3㎡당 1608만원을 제시했고, 조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양시는 "조합이 신청한 일반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와 최근 분양이 완료된 곳에 비해 너무 높다"면서 "만약 이대로 승인하면 고양시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시민들의 내 집 마련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분양도 미뤄지고 있다. 역시 지자체가 분양가를 낮추려고 하는 탓이다. 서울 송파권역 북위례에서는 애초 이르면 8월부터 분양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분양가에 이목이 쏠리면서 분양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호반건설이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공급하는 ‘호반써밋 송파 1·2차’는 지난 7월 송파구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이후 분양 일정이 멈춰 있다. 호반건설은 평균 분양가 3.3㎡당 2500만원 정도를 제시했으나 송파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파구 측은 앞서 분양한 ‘송파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의 3.3㎡당 평균 분양가 2179만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과천시 분양가심사위는 지난 7월 과천지식정보타운에 분양하는 ‘푸르지오 벨라르테’의 3.3㎡당 평균 분양가를 2205만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 측은 주변 시세 보다 30% 이상 낮은 분양가인 만큼 차라리 분양을 하지 않고 임대 후 분양을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이 공급하는 ‘과천 제이드자이’의 분양도 지난 5월에서 10월로 연기됐지만 여전히 일정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지자체가 나서 분양가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주변 집값이 오르면서 건설사가 초기 토지 매입 비용과 예상했던 사업 이익 이상으로 분양가를 올리려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면서 "분양가가 오르면 기존 아파트 가격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려는 지자체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j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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