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월마트 부활 배워라"…이마트, 26년만에 외부 구원투수
2019.10.21
이마트 새 대표 베인앤드컴퍼니 출신 강희석 발탁
이마트 경영 컨설팅 경험
2분기 첫 적자로 충격 속
온라인 강화 등 경영쇄신 특명
기존 정기인사보다 한달 빨라
임원 40명중 11명 교체 최대
글로벌·세대교체·실적
3대 키워드로 위기 극복 나서
◆ 이마트 인적쇄신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정기인사를 한 달 이상 앞두고 이마트 수장을 교체하는 충격 처방을 내렸다. 이마트는 창립 26년 만에 처음으로 대표를 외부에서 수혈했다. 신세계그룹은 21일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50)를 이마트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에는 전략실 관리총괄 한채양 부사장(54)이 내정됐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부문 임원 40명 중 11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창사 이래 최대 임원 인사다.
그만큼 이마트를 바라보는 정 부회장의 위기의식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 키워드는 `글로벌` `세대교체` `실적`으로 정리된다.
이마트는 최근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를 통해 집중 컨설팅을 받았다. 총괄을 강 신임 대표가 담당했다. 그는 2005년부터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일하며 소비재·유통 부문을 담당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강 신임 대표는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일했고 와튼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강 대표는 이마트 사업 관련 컨설팅을 여러 건 맡아 이마트 내부 사정에 비교적 밝다는 평을 받는다.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삐에로쑈핑 등 이마트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전문점 사업 컨설팅, 스타필드 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 설립과 관련해서도 컨설팅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이마트 의뢰로 최근 침체 일로였던 월마트가 어떻게 아마존이라는 온라인 절대 강자의 공세에서 살아남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는지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월마트는 2014년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디지털 전환`과 `신선식품`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월마트는 우선 2016년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전자상거래 업체 제트닷컴을 33억달러에 인수하고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겨냥한 `이틀 내 무료 배송`을 도입했다. 온라인 상품군을 기존의 세 배 이상으로 늘리고 일부 상품 가격은 아마존보다 더 낮췄다.
그 결과 2017년에 전년보다 10%나 줄었던 월마트 영업이익이 이듬해 다시 플러스로 바뀌며 성장세를 되찾았다. 올해 2분기에는 56억달러 영업이익으로 시장 컨센서스(55억달러)에 부합했을 뿐만 아니라 북미 지역 할인점 실적도 20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마트 용산점. [이충우 기자]
반면 이마트는 지난 2분기 299억원의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월마트의 `부활`을 이끈 맥밀런 CEO와도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신임 이마트 대표가 월마트,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대형 유통업체와 자유롭게 소통하며 글로벌 유통 트렌드를 이마트에 접목시키길 바랐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마트는 이번 인사에서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식품)·비식품 본부로 나누는 한편 신선식품 담당을 두 개로 나누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월마트 사례를 집중 연구하는 정 부회장이 맥밀런 CEO와 교류를 넓히려는 목적 외에도 지난해 SSG닷컴에 1조원을 투자한 투자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발탁 인사를 결심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강 신임 대표는1969년생으로 올해 50세가 됐다. 이갑수 전 대표(1957년생)보다 12년 젊고 이마트 대부분의 임원보다도 어리다. 신세계의 세대교체 바람은 이미 지난 3월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교체로 감지됐다.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1970년생으로 강 신임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이번 인사의 원칙으로 `실적`을 꼽았다. 신세계는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과감히 기용했다"며 "철저하게 검증해 성과주의·능력주의 인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실적 부진의 주된 이유는 두 가지다. 이마트 장점인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 없었고 온라인 전략도 신유통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세계는 새 이마트 수장이 이끌어갈 비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강 신임 대표에 대한 평가도 결국 실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직 장악력도 관전 포인트다. 강 대표는 이마트 사정에는 밝지만 행시 출신 컨설턴트로, 유통업계에서 직접 경영에 참여한 이력은 전무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론에 강한 교수 출신이 민간 조직을 맡았을 때 실제 현실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외부 컨설턴트가 보수적인 유통 조직에서 수장으로서 어떤 비전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정 기자 / 이유진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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