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8
美USTR·中상무부 한목소리
내달 17일 APEC때 서명 기대
WSJ "中반도체 펀드에
정부 지원 기업 다수 참여
美서 불공정 우려 살수도"
지난 11일(현지시간)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이끌어낸 미국과 중국이 최근 `합의문` 도출을 위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한목소리로 발표했다. 앞서 `빅딜`(완전 합의) 대신 단계별 합의를 통해 무역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양국은 다음달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 간 합의문 공식 서명 도출을 위한 후속 접촉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단계 합의` 과정에서 청신호가 켜진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보조금 지원 문제 등 미·중 간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의제들이 차후 2단계 무역협상에서 다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첨단 기술 국산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중국이 최근 국가 주도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행보가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상무부는 26일 부처 웹사이트 성명에서 중국 측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중국 부총리가 25일 저녁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전화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중산 상무부장과 이강 인민은행장, 닝지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무부는 "양측은 각자의 핵심 우려를 적절히 해결하는 데 합의하고, 무역협상 합의문 일부의 기술적 협의가 기본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합의문 도출을 위한 논의 전진 외에도 수입 규제를 일부 풀기로 합의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산 조리 가금육을 수입하고 중국은 미국산 가금육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USTR도 지난 25일 "(1단계) 합의 가운데 일부 분야에서 마무리 국면에 근접하면서 진전이 이뤄졌다"며 "차관급 등 실무진에서 후속 논의를 이어나가고 가까운 시일 내에 미·중 고위급 협상 대표가 다시 전화 통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단계 합의`와 관련해 양측 목표는 다음달 16~17일 칠레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1단계 합의문`에 공식 서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중 고위급 협상 대표 간 전화 통화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중·미 관계는 양국 이익뿐만 아니라 세계 공동 이익과도 연결된다"며 "양국 관계는 절대로 함부로 다뤄져서는 안 되며, 잘못된 길로 인도해서도 안 된다"고 보도했다.
최근 시 주석도 미국을 겨냥해 `경제 세계화`를 위해 세계 각국이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26일 개막한 `2019 광저우 중국 이해하기` 국제회의 개막식에 보낸 축하 서신에서 "현재 경제 세계화는 고난과 위기를 겪고 있다"며 "경제 세계화는 절대로 역행해서는 안 되고, 각국 이익을 증대하기 위해 모두가 동고동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중국이 국가 주도 반도체 펀드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차후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 22일 289억달러(약 33조9430억원) 규모 정부 지원 반도체 펀드를 조성했다. WSJ는 "반도체 펀드에는 국가개발은행, 국영 담배회사를 비롯해 중앙·지방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기업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보는 미국으로부터 기술 독립을 꾀하고 세계 시장에서 첨단 기술 리더가 되겠다는 야심 찬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의 우려를 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2014년 1390억위안(약 23조962억원) 규모 반도체 펀드를 만든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또다시 당국 주도의 3000억위안(약 49조8480억원) 규모 반도체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해 7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 개시되면서 당시 계획을 미뤘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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