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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라진 동북아` 곧 온다.에너지·식량 자급자족에 美, 세계의 경찰 흥미잃어. 국제무역 의존도 높았던 韓·中은 동시에 붕괴위험

Bonjour Kwon 2019. 11. 1. 07:18

 

 

ㅡ한국 일본 손잡아야

 

안정훈 기자

지정학전문가 피터 자이한

 

에너지·식량 자급자족에

美, 세계의 경찰 흥미잃어

해군력 강한 日 부상할 듯

 

국제무역 의존도 높았던

韓·中은 동시에 붕괴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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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농업에서 자급자족 체제를 이룬 미국은 세계질서 유지에 흥미를 잃었습니다. 2~3년 내 국제무역체제는 무너질 것이고 한국은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나라 중 한 곳이 될 것입니다. 한국이 현재의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선 과거사를 넘어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국제 정세분석 전문가이자 '셰일혁명과 미국없는 세계'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피터 자이한은 최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이렇게 말하며 한국의 전략적 판단을 충고했다. 그는 △미국의 세계리더 역할 포기 △중국 경제의 붕괴 △일본의 '동아시아 최강자' 등극이라는 미래가 동아시아에서 조만간 펼쳐질 것이며 한국이 주변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이한은 글로벌 민간 정보기업인 '스트랫포'에서 분석담당 부사장을 지낸 뒤 2012년 자신의 회사인 '자이한 온 지오폴리틱스'를 설립해 세계 정세 분석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을 써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자이한에 따르면 현재의 글로벌 자유주의 질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세계가 냉전체제에 돌입하자 미국이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고 유지해온 것이다. 유일하게 전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미 해군이 지켜주는 국제 교역망과 에너지 수송로, 미국 주도로 탄생한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가 그 사례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최근 식량과 에너지 자급자족까지 이룬 미국은 더 이상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가며 기존 세계 질서를 유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게 자이한의 설명이다. 그는 "식량과 에너지 자급에 성공한 미국은 세계질서에서 발을 빼게 된다"며 "미국 해군이 길을 지켜주지 않는 국제무역은 끊길 것이며, 중동의 에너지 수출로도 막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빠진 빈자리는 일본·프랑스·아르헨티나·터키 등 지역 강국들이 채우게 된다. 이들 국가는 현재 미국처럼 글로벌 초강대국의 위치에 올라서진 못하지만 각 지역에서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자이한의 예상이다. 그는 "동아시아에선 중국과 일본 간의 대결이 예상되며, 일본의 압도적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은 세계 2위의 해군력을 가진 국가로 중국 해군을 압도할 수 있으며, 중국처럼 자유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해선 "미국이 주도해온 질서에 가장 의존하는 나라"라며 "자유무역의 실종, 에너지 수입 단절로부터 중국 경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 질서의 주요 수혜자 중 하나였던 한국의 미래도 불확실하다고 자이한은 진단한다. △미국의 안보 역할 퇴조 △자유무역 질서 붕괴 △에너지 수입처 단절 등의 환경과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정권에 가서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북 정상 간 대화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포기하고 핵은 보유하는 시나리오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이한은 한국의 차선책으로 과거사를 넘어 일본과 동맹을 맺을 것을 추천했다. 그는 "일본은 상품과 에너지 교역을 보장할 수 있는 해군력이 있으나 한국 해군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한국은 일본을 필요로 하지만 일본은 한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건 한국이 먼저 일본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이 앞으로도 고도의 과학기술을 소유한 선진경제로 남기 위해선 일본의 영향권으로 들어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자이한은 "한국은 '미국 없는 세계'란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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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쿠르드족이 우리에게 묻는 것

 

전병득 기자

입력 2019.11.01

 

이역만리 쿠르드족의 비극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우리는 나라 없는 아픔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쿠르디스탄'이라는 독립국을 세우려고 했으나 열강의 배신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4000만명이 중동 4개국에 흩어져 살게 된 연유다. 독립을 위한 그들의 희망은 미국이었다. 미군을 대신해 '이슬람국가(IS)' 격퇴 선봉에 섰다. 5년간 IS 전투에서 1만1000명의 전사가 희생됐다. 목숨을 담보로 미국과 동맹이 됐고 독립국 건설의 꿈에도 다가섰다. 돌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명령에 쿠르드족은 한순간에 터키 공격에 노출됐고 '제거' 대상이 됐다.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어찌 그리 100년 전 우리와 비슷한가.

 

지난주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럼프의 미국을 누가 믿겠나'라는 칼럼과 함께 만평을 실었다.

 

 

포연이 자욱한 중동. 골프백을 둘러멘 트럼프는 빨간 모자를 흔들며 막 이륙하려는 미군 군용기에 오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으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쌓아왔던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동맹 신뢰를 잃었다고 맹비난했다. 세계적 비난에도 '신고립주의' 미국 외교정책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 트럼프는 "미군 투입은 미국의 중대한 국익이 걸린 곳에만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더 이상 '세계 경찰' 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팍스아메리카나의 시대는 저물어가는 걸까. 미국은 1947년 '트루먼 독트린' 이후 세계 곳곳에 군대를 파견해 국지전과 테러에 대처했다. 인권, 민주주의, 공정 무역의 파수꾼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이 지나치게 희생했다며 과거 고립주의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것이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는 미군 철수, 한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 쿠르드족의 비극은 '트럼프표' 외교정책의 첫 희생양이다.

 

 

 

한 달이 다 돼가는 쿠르드족 사태를 보면서 1800년대 강대국들의 '그레이트 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유라시아대륙 패권을 놓고 영국과 러시아는 100여 년간 충돌했다. 나폴레옹을 물리친 러시아가 남진하려 하자 1835년 영국이 아프간을 선공한 것이 게임의 시작이다. 충돌은 크림반도로 이어졌다. 우리는 가끔 중대한 사실을 잊고 사는데 그레이트 게임의 마지막 무대는 조선이었다. 한반도로 남하하려는 러시아에 맞서 영국은 거문도를 점령하고 일본과 동맹을 맺었다. 영국의 지원을 받은 일본이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했고 나라 밖 사정에 캄캄했던 조선은 망국에 이르렀다.

 

100여 년 전처럼 국제 세력균형에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군이 시리아 북부를 떠나자 러시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년 만에 미국의 맹방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시리아 공격을 감행한 터키까지 간섭하며 중동 패권을 빠르게 접수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이미 팽팽하던 힘의 균형이 깨졌다. 러시아의 시선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과 함께 폭격기를 동원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올 들어 20차례나 된다.

 

 

예전엔 감히 없었던 일이다. 12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러시아 남서부에서 대규모 중·러 연합훈련도 실시했다.

 

중동, 동북아 핵심 전략요충지가 위협받고 있지만 동맹보다 돈을 앞세운 트럼프 신고립주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5배 이상으로 판돈을 키울 요량이다. 우리는 두 달간 '조국 사태'에 정신이 팔려 국제정세는 눈을 감았다. 다가오는 총선은 우리의 귀마저 멀게 할 것이다. 미국의 새 질서 '신고립주의'에 대응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이역만리 쿠르드족의 비극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병득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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