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31
佛 마크롱의 최측근 세드리크 오 디지털부 장관
정부, 기득권 저항 받더라도
기업 생존위한 환경 만들어야
한국, 예전 프랑스 보는 듯
노동시장이 혁신 가로막아
한국계로 마크롱 캠프서 활약
여동생은 佛하원서 의정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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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리크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이 지난 17일 파리 시내 소재 자신의 집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이 사무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4년전 경제산업부 장관 당시 쓰던 곳이다. [윤원섭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착수한 노동개혁 덕분에 프랑스는 디지털 경쟁력을 크게 높였습니다. 한국도 디지털 리딩 국가를 유지하려면 노동시장 개혁이 가장 시급합니다."
세드리크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37)은 최근 프랑스 파리 디지털부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오 장관은 "어느 국가라도 지금과 같이 극심한 기술 경쟁에서 낙오하면 '주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노동시장 개혁이 기술혁신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노동시장을 개혁하지 못한다면 기술 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경제적 식민지 상황까지 갈 수 있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오 장관은 1982년 한국인 국방연구소 연구원이었던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16년 마크롱 대선 캠프에서 회계를 총괄했고, 2017년 5월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궁에서 경제보좌관을 역임한 후 지난 3월 말부터 신설된 디지털부를 이끌고 있다. 오 장관의 여동생인 델핀 오씨(34)는 촉망받는 프랑스 하원의원이다.
오 장관은 "최근 프랑스 기업인들을 만나면 한국 노동시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한다"면서 "정부는 저항을 받더라도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단행한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은 해고를 쉽게 하고 경쟁 원칙을 도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노동시장이 유럽 평균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프랑스는 올해 처음으로 국내 유입 투자액이 독일을 넘어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 장관은 "디지털 경제의 기반은 기술 발전"이라고 정의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낙오하는 국가는 주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도 중국은 19세기와 20세기 초 기술혁명을 놓치면서 서구와 일본에 지배당했다"면서 "만일 프랑스나 한국이 현재 기술 강국인 미국이나 중국에 지배당하고 싶지 않다면 계속 기술혁명 게임의 참가자로 남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는 기술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정권이 우파든 좌파든 정파를 초월해 기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디지털 수준에 대해 물어보자 오 장관은 "한국이 과거 디지털 리더였으나 이제 디지털 발전의 가속도가 느려졌다"며 "이제 다른 나라들이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첩성(agility)과 속도(speed)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오 장관은 G2 무역전쟁이 한국과 프랑스 간 디지털 협력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두 초강대국에 맞서기 위해서는 한국과 프랑스와 같은 중견국(middle sized countries)이 연합해야 한다는 논리다.
오 장관은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 관계는 변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새로운 동맹의 옵션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한국과 프랑스는 서로 부족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산업 협력을 하기에 좋은 파트너"라고 말했다. 오 장관은 예컨대 5G, 배터리, 인공지능(AI) 등을 양국 협력 분야로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프랑스 디지털 경제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그 이유로 젊은층의 높은 창업 선호도를 꼽았다. 오 장관은 "오늘날 프랑스 18~24세 청년 중 50%가 창업을 원한다"며 "과거 젊은이들이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던 것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기꺼이 리스크를 껴안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려는 프랑스 젊은이들이 성공의 모델로 새롭게 정립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 장관은 "프랑스 젊은이들과는 달리 한국 청년들이 여전히 의사, 변호사,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며 "프랑스에서 그자비에 니엘(프랑스 통신사 프리 창업자 겸 스테이션F 창업자)과 같은 롤모델이 청년들에게 영향을 미쳤듯이 한국도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리 =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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